2020-02 KIM Youngjun
- 2020년 2월 24일
- 8분 분량
최종 수정일: 44분 전

고등학교 때는 열렬한 배우 지망생이었다. 연극부도 하고 극단도 찾아갔다. 대학에 가서는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영화잡지 『키노』를 들여다봤다. 조연으로 참여한 촬영 현장이 너무 재미있어서 덜컥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과 대신 시각디자인과에 들어갔다. 선배의 단편영화에 미술 스태프로 참여했다가 야외에서 여럿이 일 하는 게 안 맞는다는 걸 알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연기에 미련이 있었지만, 졸업하자마자 게임 회사에 취업했다. 2009년 말 퇴사하고 곧바로 earth design works를 시작했다. 김영준을 알게 된 건 바로 여기.
earth design works

earth design works는 2010년에 열었는데 그 전에도 포트폴리오가 많다. 넥슨 다닐 때도 외주를 한 건가?
그렇다. 주말에 쉼 없이 했다. 워낙 학생 때부터 일을 많이 했다. 일을 하면서 디자인을 많이 배웠다. 그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지 회사 다니면서도 회사 일로 충족되지 않는 걸 외부 일로 했던 것 같다.
입사 공고 보고 2006년에 들어가서 햇수로 4~5년 일했다. 중간에 퇴사해서 방송국에 잠깐 들어갔다가 SK 자회사가 하는 게임 팀 브랜드 쪽에 있다가 넥슨에 재입사했었다.
내부적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기도 했다. 팀이나 본부 내에 온라인, 인쇄편집, 영상, 플래시, 인터랙션 하는 분야가 있어서 각자 관심 있는 분야에 누구는 튜터, 누구는 수강생이 되어 업무가 끝나면 2시간 정도 수업을 했다. 나는 2007년 말 2008년쯤에 미디어아트 쪽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를 시작했다. 일할 때 인터랙티브 미디어 요소를 조금씩 결합했다. 가령 자동차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후속 편 비행기 경주하는 <에어라이더> 홍보할 때 AR를 썼었다.
“우리 팀은 이런 일을 했습니다” 하는 포트폴리오 키오스크를 회의실 바로 앞에 설치했다. 키오스크 양쪽에 적외선 센서를 붙여 놓고 사람이 지나가면 그 방향으로 모니터가 아니라 화면 내의 스크린, 네모 모양 콘텐츠가 그 사람을 따라가게 했었다.
원래 커뮤니케이션디자인팀이었는데 조직이 개편돼서 UX팀과 결합되고 나서는 더 사용자 중심의 실험을 할 수가 있었다. 나는 피지컬 컴퓨팅, 납땜하고 센서 달고 이런 거를 1년 정도 더 했다. 게임 UI 어떤 식으로 돼야 되고 하는 모듈 세팅 테스트를 많이 했었다. 그때는 터치 스크린이 초기 단계였는데 커다란 모니터에 펜으로 시작 버튼은 어디 있고 하는 설정을 했었고, ‘G스타’라고 게임쇼 갈 때 부스에 <메이플스토리>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용자 위주의, 체험하는 관점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볼 건지 하는 개념은 남아 있다.
벚꽃나무 코끼리 숲 (2011)
<벚꽃나무 코끼리 숲>은 시각 디자이너에서 애니메이션 작가로, 경력의 전환점이 된 작업이다. 2011년 5월, 뷰티 브랜드 슈에무라의 ‘사쿠라 모먼트' 전시 작품이다.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이걸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영화처럼 많이 갈라지는 것 같다. 2010년도 말부터 ‘이제 아날로그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나 미술 하고 싶어' 이런 것처럼. 그래서 그때부터 목표를 가훈처럼 새겼었다.
슈에무라에서 벚꽃 콘셉트의 제품이 나오면서 음악, 패션, 사진, 설치, 일러스트 등의 작가들과 협업을 했다. ‘벚꽃 콘셉트이고 애니메이션 하나 만들어주세요. 같이 하는 파스텔 뮤직 심규선 가수의 곡을 붙여서 할 거예요.’ 이 정도 제안이라 초반에는 그냥 계속 벚꽃이 슬로 모션으로 떨어지는 영상을 할까 했다. 스케치하면서 코끼리도 나오고 새도 나오고 그냥 계속 이런 게 들어가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그리고 스캔받아서 레이어 나누고 디지털에서 보정했다. 컷아웃 애니메이션을 했다. 그전에 3D 작업을 했었지만 캐릭터 애니메이션 경험은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다. 컷아웃 애니메이션을 조금씩 해보면서 ‘나도 이렇게 했는데,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 그림책 작가 분들도 하면 되겠구나’해서 나중에 상상마당에서 강좌를 열게 됐다.
처음부터 전시 기획까지 한 건가?
아예 장소까지 생각했었다. 누가 붙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그림책 같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움직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앤틱 양식처럼 장식이 있는 액자에 핑크 스프레이로 도색을 했고 아래쪽에 실제 나무를 잘라 도색해서 만든 헤드폰 거치대를 벽에 고정했다.
그때 생각하면 뭣도 모르고 한 거다. ‘어떻게 그려야겠다’ 이런 것도 없었고 그냥 좋아 보이는 장면이 어떤 거겠다 생각을 해서 그냥 한 거다. 지금은 그렇게는 절대 못 그린다. 그때 그림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왜? (웃음) 뭔가 계획적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그려서 그런가? 이건 내 타입이 아닌데?’ 이런 생각이 든다.
청담동 페이스갤러리에서 전시했는데, 전화로 작품 구매 문의가 와서 ‘이렇게도 판매 경로가 있네?’ 생각하게 됐다. vimeo에 올린 게 STAFF PICK으로 관심을 좀 받았다. 그러면서 확 방향을 트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작은 새를 만난다는 것 (2012)
2012~2013년에 몰아서 그림책 원작의 작업을 했다.
CJ 문화재단에서 <벚꽃나무 코끼리 숲>을 보고 연락했다. CJ 문화재단이 국제 그림책 축제를 4회 정도까지 했었다. 좋은 콘텐츠가 쌓여있으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왔다. 세 권 정도를 골라서 맨 먼저 했던 게 <작은 새를 만난다는 것>(2012)이다. 지금은 풀버전 오픈은 못하지만 워낙 책이 좋았다. 애니메이션 연습도 많이 했다.
<여우모자>(2012), <분수의 기억을 더듬으며>(2013), <행복한 두더지>(2013)가 있었다. 처음에는 다른 작가의 그림책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거라 굉장히 조심했다. 뭔가 훼손하면 안 되는 것 같았다. 한 번 해보니까 각색을 해도 되는 것 같아서 내가 느낀 바를 섞어서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그림에서 그림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있나?’ 하는 고민 때문에 그 뒤로는 안 했다.

2015년 1월 CGV홍대 ScreenX BI 작업도 했다. CJ 문화재단 그림책 프로젝트에서 이어진 것인가?
ScreenX가 처음 나오면서 몇몇 스튜디오와 컬래버레이션하는 작업이었다. 나도 그때 작품을 하면서 처음 본 거였다. 단순히 스크린의 확장! 이런 차원이 아니라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을 좀 했다. 확장된 면이 어떨 때 최고의 경험을 줄 수 있는지 많이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해보고 싶다.
가령 4면이 다 감싸인 상태로 앉아 있는 관객이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 환경에 처했을 때 어떻게 느낄지 상상한다. 몇 가지 테스트를 했는데, 영화 <겟 아웃>(2017) 보면 최면을 걸다가 찻잔을 툭 치면 남자가 수면 아래로 푹 꺼지듯, 카메라가 틸트다운이나 틸트업 될 때, 뭔가 쿵~~~ 하는 효과가 크다. 차분해지고. VR 애니메이션이나 영상에서 카메라가 상하 이동할 때 느낌과 비슷하다. 영상이 워낙 짧아서 관람객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적은 비용으로 경험을 한 기억이다.
기존에 했던 다면 영상보다 굉장히 크게 그려야 하는데 Full HD 사이즈로 다섯 개였나? 가운데 하나, 양 옆에 두 개 길게 있고, 18초 만드는 데 한 달 정도 했나. 오래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있지만 없는 (2015)
본격적으로 전시를 한 건 2015년 구슬모아당구장의 [있음과 없음] 부터다.
그 해에 이슈가 좀 많았다.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애니메이션으로 전시 제안을 받았는데, 긴 작업을 할 시간은 안 되고, 기존 작품을 보여주는 것은 개인적으로 의미 없었다. 그래서 주제를 정하고 하나하나 스케치하면서 만들어 갔다. 작업할 때 이게 그림으로 남았으면 하는 건 처음부터 300 dpi로 크게 그린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첫 장 그림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장으로 끝나는 그림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처음 하고 마지막 장면을 그림으로 설정해두고 중간은 애니메이션 포맷에 맞게 작은 용량으로 작업한다. 지금은 이것저것 하면서 희석된 부분도 있지만. 베이스는 수채화로 하고 움직이는 애들 따로 그리고 그 위에 디지털 유화 브러시로 한 번 더 덮기도 하고.
처음 작업을 하면서 플레이어 같은 것도 7~8개 구매하고 맥 미니도 2개, TV도 몇 대 샀다. 이런 것들이 전시할 때마다 쌓인다. 예전에 샀던 거는 값어치가 떨어지는데, 렌털 하기에는 요즘 하도 디바이스 값이 싸니까, 사서 쓰고 파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장비는 항상 고민이다. 작품도 계속 쌓이고 쌓인다. 2015년부터 전시를 하고 있는데, 매번 힘들다. 개인전은 기간도 많이 비워야 해서 진짜 힘들다.

그런데 에스키스esquisse가 쌓이고 있어서 빨리 만들어서 풀어내야 한다. 데드라인이 없으면 무한정 언제 만들지도 모르니 ‘한 김에 하자’ 이런 생각도 있다. 그 시기의 생각, 관심사를 정리해서 시기 별로 이렇게 기록을 해두는 차원에서는 괜찮더라.
어떤 관심사나 주제가 매해 새롭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처음 생각했던 게 전시를 거치면서, 작업을 하면서 확장이 되거나 가지치기되면서 다음으로 연계되는 부분이 있다. 2015년도에 ‘공존'으로 시작했다가 전시 끝날 때쯤에 ‘죽음'으로 왔고 그다음 해에 알게 모르게 ‘산'이라는 포맷으로 작업을 하는데, 이게 ‘어른, 성숙, 이해자’ 쪽으로 넘어오면서 김동률의 뮤직비디오 <동화> 작업과도 연결됐다. 생각의 확장이고 중간중간 기록의 단계로써 의미가 좀 더 큰 거 같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작업이고 의미도 있지만, 이게 팔리냐 안 팔리냐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갈 수 있게 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동화 (2018)
뮤직비디오 <동화>(2018)는 어떻게 작업했나?
뮤직팜에서 김동률 신곡 뮤직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하려고 물색하다가 <벚꽃나무 코끼리 숲>을 봤나보다. 바로 연락이 와서 만났더니 이미 곡은 오래 전에 완료를 했었다. 다행히 제작비도 맞고, 신뢰도 많이 해주셨다.
글 하고 간혹 썸네일 하고 조금씩 될 때마다 보여드렸다. 작업은 4개월 이상 걸렸던 것 같다. 최근의 성향이 그림을 좀 많이 판다. 디지털로 그리더라도 실제 얇은 펜으로 그리듯이 1픽셀짜리 브러시로 그리기 때문에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그런데 그림에 질감이 없으면 못 참겠는 거다. 아예 플랫하게 솔리드로 채우면 못 참겠어. <apple magic>(2020)도 빨리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솔리드로 하자’하고는 어느새 한 프레임 씩 명암을 넣고 있는 거다. 병인 것 같아. (웃음)
뮤직비디오 하면서는 곡을 쓰시면서 생각했던 거랑 내가 평소 생각이 비슷하다는 것에 힘을 받았다. 요즘은 그리자마자 막 빨리 보여주고 싶어 하는데, 몇 년간 묵혀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내놓는, 자기가 만든 결과물을 관리하는 그런 태도라든지, 마음가짐이 개인적으로 본받을 점이기도 했다.
최근 참여한 아파트 광고는 전시장 꾸미듯이 작업했다.
대림미술관이 속해있는 대림그룹의 아파트는 대림산업에서 담당한다. 2018년부터 아파트의 브랜드 캠페인에 미술과 접목시키는 사례가 늘었다. 성남에 신규 분양하는 e편한세상의 주택전시관 내부를 아트 페어 같은 전시공간으로 꾸민 거다. '4면을 영상으로, 아파트가 있는 지역과 관련된 소재로 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굉장히 하고 싶었다. 그 무렵 풍경이나 빵 같은 사물을 그리던 시기였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이미지인 것 같았다. 그러면 ‘풍경을 넣자. 사계절을 넣자.’하는 의견이 일치되었다.

'e편한세상 거제 유로아일랜드’(2019)는 3면 스크린에 해가 이쪽 스크린에 있는 산 뒤에서 떴다가 맞은편 벽면에 있는 산으로 진다. 되게 단순하지만, 봤을 때 만들어 놨을 때 흥미 있을 것 같았다. 예전에 ‘올라퍼 엘리아슨 Olafur Eliasson’이 테이트 모던에서 한 <날씨 프로젝트 Weather project> 현장 사진을 봤다. 날씨가 좋지 않은 도시에 엄청 큰 인공 태양이 있고, 사람들이 전시장에 앉아서 쉬고 있는 거다. ‘저런 장면을 표현하면 어떤 느낌일까?’ 그런 궁금증에서 시작한 것 같다.
'보령무궁화수목원'(2017)의 아침 해도 좋았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 <컨택트>(국내 개봉 2017)에 알처럼 생긴 외계 우주선이 서있는 옆에 산맥을 타고 구름이 쉬이익 넘어오는 장면에 호기심이 많았다. 또 그때가 킨포크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그래서 그런 연출이나 꽃을 가꾸고 손님을 초대해서 차를 마시는 내용을 작업해보고 싶어서 레퍼런스 영상들을 편집해서 제안을 했던 거다.
요새도 디자인 작업을 조금씩 하는데, 그림이나 애니메이션 쪽 작업을 하다 보니까 디자인 작업은 수정이 너무 많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으로 넘어오면 ‘어 그냥 넘어가네?이렇게 쉽게? 왜 아무 말도 없지?’ (웃음) 그림을 보는 입장과 디자인을 보는 입장이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재미있다.
한때 우리가 작가 소개할 때 ‘경계를 넘나드는’ 이런 거 많이 썼다. 그런데 요즘은 넘나드는 게 아니라 경계에 서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 어디에 속하지 못한다는. 애니메이션 행사를 가면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이 많이 오는데, 나는 지금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선에 서있다. 얼마 전에 지금 전시하는 작가 모임이나 설치하러 가서 얘기를 하다 보면 또 그 선에 서있게 된다. 예전에는 ‘외롭다’ 이랬는데, 이게 오히려 장점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경계가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보수적인 범위라고 하면, 이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 사람도 간간히 보인다. 몇 년 지나면 그런 사람들이 어떤 형태의 작업들을 내놓을까 기대하고 있다.
애초에 애니메이션에 강렬하게 끌리게 된 계기가 있을까?
일적인 측면에서 초반에는 하드한 3D 전시 영상을 만들었다. 컴퓨터 렌더링 머신 10대 사놓고 렌더링만 계속 돌리고 그랬다. 브랜드 영상, BTS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로고 필름, 영화사 로고도 만들었었고. 점점 캐릭터가 나오고 애니메이션 쪽에 가깝게 노출되다 보니까 디자인 쪽 성향의 일들이 줄어들고 이쪽 일이 더 많이 들어오니까 해야 하는 되는 것도 있었다. 그게 꽤 몇 년이 지났다. 강을 건너 버렸다. (웃음)
아직도 여전히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이야’ 말하기는 항상 먼 느낌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경계에 서 있어서 일 수도 있다. 디자인할 때는 매번 새로운 걸 해야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스타일. 내가 하던 스타일이 아닌데도 의뢰받는 게 ‘B타입의 스타일로 해주세요’ 하면 맞춰서 해주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그림을 그릴 때도 뭔가 새로운 스타일로 새로운 재료로 계속 그려봐야 된다. 그런 것 때문에 내 스타일은 딱 이런 거야 하고 말할 수 없는 것 같고 ‘더 해야 한다. 더 공부해야 된다’ 이게 있는 것 같다.
2018년 그림 도시 시네마 코드(@더 케이지)에 참여했다.
부산비엔날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이었다. 사람들이 축제 볼 겸 이것도 볼 거다 하고 그 시기에 했다. 관람을 하고 관람객이 자기가 좋아하는 스틸 컷을 각 초마다 프린팅을 해서 사갈 수 있게끔 했었다. 일반적인 페어에 비해서는 관람객이 제한적이었지만 미약하게나마 관심이 있었다. 아무래도 서울과 부산의 지역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관심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서 작년 그림 도시 #4 도시국가 정부(@문화역서울284)에서는 상영관(도시영화관)을 만들어서 그림을 보러 온 겸 관람을 할 수 있게끔 했다.
한지원, 이규태, 한병아, 정다희, 김강민, 오서로, 정유미 감독님이 참여했다. 완전 초스타 감독님들인데, 생각보다는 그림 보러 오시는 분이 관람을 하기 위해서 안 넘어 오더라. 1층에는 그림 작가들이 쭉 있고, 2층에는 책 출판 쪽도 있고, 이걸 다 관람하기에도 넉넉 잡고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나는 애니메이션 관람하러 올 거야 마음먹고 온 사람이 아니고서는 무리였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Last Day (2019)
우리가 전시장에 갔을 때도 일반적으로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자유롭게 보는 어떤 공간이 있고 칸막이가 돼서 상영하는 공간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끝까지 보지 않거나 보고 ‘영상이네’ 하고 지나친다. 아예 영화 티켓을 끊고 보러 오지 않는 이상은 유입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 제안했던 게 통로에 전시 형식으로 자유롭게 보고 자유롭게 연결되도록 해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렇게 안 됐다.
내 부스에 내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틀어놨다. ‘아 이런 작업도 있네?’ 무조건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이런 애니메이션 작업 방식도 있네. 이렇게 작업해도 되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상마당에서 ‘공간 기록 Animated Life’ 수업도 한다.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부흥이 될 것 같아서 7년째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짤막한 단편 애니메이션 만드는 수업을 했는데, 결과물이 바로바로 안 나오니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보람도 많이 못 느꼈던 것 같아서 2017년도에 다시 커리큘럼을 짰다. 일기 형식으로 짤막하게,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게끔. 그림을 그리다가 기존에 하던 일에 이렇게 접목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요새는 어디 정지해 있는 이미지가 없지 않나.
요즘 하는 일은?
현재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apple magic>과 같은 Magic 시리즈 작품을 계속 진행할 생각이며 영화제 관련 홍보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그리고 그림 에세이랑 짧은 그림책을 준비하고 있다. 『잃어버린 영혼』 (글: 올가 토카르추크, 그림: 요한나 콘세이요)을 보고 내가 만들고 싶은 내용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임이 주는 심리적인 반향’을 콘셉트로 아트 소품 브랜드 presequence도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움직임을 배울 때 기본이 되는 바운스를 모티브로 한 번 만들어 봤다. 출근하기 전에 딱 보고 어떤 기분을 느낄지. 내 작품뿐만 아니라 관련된 작가들에게 작업을 의뢰를 할 수 도 있다. 웹사이트는 다 만들어 놨는데, 일이 겹치다 보니까 계속 연기되고 있다. 외부 일이 예고를 하지 않고 들어오잖나.
2020년 2월 8일 @망원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