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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 PARK Yuseon

  • 1일 전
  • 14분 분량

박유선


땅, 불, 바람, 물, 마음처럼 다섯 가지 원소의 우주적 만남과 헤어짐을 그린 <우리 꼭 다시 만나>(2025)는 박유선 감독의 석사 졸업작품이다. 대학원 1학년 때는 돌 던진 인간에게 복수하는 <분노의 개구리>(2023)를 만들었다. 욕망을 주입하는 미디어를 비판한 <블라인드니스 BLINDNESS>는 학부 졸업작품이다. 색이 번지는 펜과 물감을 주로 쓰다가 디지털로 전환해 무빙 일러스트레이션을 열 편 넘게 제작했다. 꿈꾸던 뮤직 비디오도 연달아 만들었다. <영원한 빛>(2025)과 노력(2025)에는 어린 시절 동네 풍경이 담겼다. 집 앞에 논이 있는 시골 마을에 대한 애정과 기억을 만화로 기획하며 언젠가 상경해 겪었던 기묘한 서울 살이 이야기도 풀어낼 계획이다. 내내 까르르 웃음이 터져 나왔던 그날의 흥겨움을 전한다.

    

2026년 5월 인터뷰

연금술과 램덤 뽑기

모든 걸 다 바쳤다

<우리 꼭 다시 만나> 영화제 소식들이 차례차례 들어오고 있어요.

드레스덴영화제(4/14-19) 비경쟁으로 선정이 돼서 4월 15일부터 상영되고 슈투트가르트(5/5-10), 자그레브(6/8-13) 다음에 페스트안차(6/30-7/5) 가기로 했습니다. 직접 가는 건 슈투트가르트예요.


<우리 꼭 다시 만나>에 제 모든 걸 다 바쳤다고 생각을 했어서인지 기대를 많이 했는데, 작년까지 연락이 잘 안 와서 많이 슬펐어요. 올해 좋은 소식도 들리고 작년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엄청 기뻐하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5일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 @ CGV압구정
2025년 12월 5일 서울독립영화제 폐막식 @ CGV압구정

그게 <우리 꼭 다시 만나>의 첫 번째 영화제 상영이었나요?

전 세계 최초는 스페인의 아니바데바(2025, 9/3-6)였고 서울인디애니페스트(2025, 9/18-23)에서 두 번째 상영했었습니다.


아까 모든 걸 다 바쳤다고 했는데, 이 작품이 감독님한테 어떤 의미예요?

졸업 작품이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졸업하면 저는 자유인이고 책임져야 되잖아요. 이 작품이 잘 되어야 내 스스로 좀 책임질 수 있겠다 그런 부담감도 있었고 처음 제작지원을 받아서 만든 작품이거든요. 돈을 받았다면 성과가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호원: 작품을 끝내 갈수록 잘 나오겠다 촉이 왔어요?

잘 나오겠다는 촉은 아니지만 일단 저는 무슨 작품이든 항상 끝날 때쯤에 감격해서 울어요. (웃음)


자신감이 제작지원 할 때부터 있었어요?

내 자신을 속여서라도 ‘난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스스로를 믿지 않는다면 완성 도 못할 거예요. 제작지원 심사 전에 열심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서 잘 만들 거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습니다. 중간중간 구멍 같은 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럴 때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 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믿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원자들의 이야기는 언제부터 생각했어요?

몇 년 전에 과학 책이라든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거든요. 나도 엄청 작은 존재 같고 타인도 되게 작은 존재처럼 느껴져서 뭔가 허무할 수도 있는데 허무하니까 그만큼 우리 각자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이걸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내고 싶다고 항상 생각을 하고 있다가 대학원 수업 중에 “소녀” “돌고래” “원숭이”를 가지고 시놉시스를 써오라는 과제를 받았어요. ‘옳다구나 이때 이 아이디어를 뽐낼 수 있겠다’ 싶어서 거기에 “소년”하고 “꽃”을 추가해서 무리를 구성할 수 있는 다섯 명을 주인공으로 해서 이런 이야기를 짰습니다.



네 작품을 아이패드로

홍대 졸업작품인 <블라인드니스>는 수채화와 수성 펜 드로잉이었잖아요. 이후 일러스트레이션부터 매끈한 스타일로 바뀌었잖아요. 왜 그런 변화가 생겼나요?

그것은 아이패드를 샀기 때문에 (웃음) 제가 학부 때는 디지털로 남들한테 보여줄 만한 작업물을 만든 적이 없어요. 수작업이 익숙했고 빠르게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들어서 수채화로 작업을 했는데, 아이패드를 사고 NFT 도전을 하려고 무빙 일러스트 분야에 들어가게 된 거죠.


아이패드라는 툴이 앉은자리에서 짧은 호흡으로 빨리빨리 만들어내서 NFT로 활용을 하기에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어요. 프로크리에이트로 무빙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면서 훈련이 많이 됐어요. 괜찮은 퀄리티가 나올 것 같아서 이걸로 정기작을 만들 생각이 든 거예요. 그 이후로 네 작품을 아이패드로 끝냈습니다.


정기작은 <분노의 개구리>였죠.

<우리 꼭 다시 만나>랑 <영원한 빛>이라고 뮤직비디오 있고 이번 창의인재동반사업의 <노력>이라는 뮤직비디오도 다 프로크리에이트로 작업을 했어요. 힘들어서 바꿔야 될 것 같아요.


이제 프로 크리에이터로 작업하는 게 힘들어요?

두 인물 간 교류하는 움직임이 들어가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전에 했던 작업들에는 그런 게 안 들어가는 작업이어서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우리 꼭 다시 만나> 몇 컷에 교류하는 움직 임이 들어가거든요. 작품 안에서 두 명의 액션 리액션이 있는 상황 표현하기가 되게 어렵더라 고요.


앞 컷하고 다음 컷을 편집하기 어려운 건가요 아니면 한 컷에서 레이어 분리해서 애니메이션 하기 힘든 건가요?

레이어 분리가 힘들어서 다음 작업은 그렇게 안 할 것 같습니다.


호원: 서평원 감독한테 아이패드 가지고 프로크레이트로 작업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장비 들고 카페 돌아다니면서 작업하는 거 좋아하신대요.

저도 그거를 좋아해서요. 저는 아이패드는 전자레인지 컴퓨터는 가스레인지라고 생각을 해요. 저는 엉덩이가 가벼워서 간편하게 빨리빨리 그릴 수 있는 게 좋아요. 집 안에서만 작업하면 너무 우울해지거든요. 카페에서 빵 냄새 맡으면서도 하고 저쪽 빵집도 가보고 이러면서 나름 즐거움 찾으려고 노력해요.


E라서 밖에서 작업하는 거 좋아하는 거 아닌가 했어요.

맞아요. 근데 지금 제 이사 간 집 주변에 도보로 갈 만한 좋은 카페가 없단 말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집에서만 있어서 MBTI가 I로 기울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엉덩이 무거워지고 있어요.


한 번 카페에 나와서는 얼마나 작업해요?

제 양심의 시간 한도는 커피와 빵 해서 한 3시간 정도 (웃음)


카페에서 할 때 더 잘 되는 과정이나 많이 하는 작업이 있어요?

제작 과정은 상관없는 것 같고 집에 있을 때가 잘될 때가 있고 카페 가서 잘될 때가 있단 말이에요. 제 기분에 따라 해요. (웃음) 


호원: 집에서도 아이패드로 해요?

네, 액정 태블릿은 너무 부피 크고 아이패드로도 괜찮았어요.


최종 편집까지 아이패드로 다 하는 건 아니죠.

편집 전까지 애니메이팅을 다 아이패드에서 끝내고 파일 추출해서 컴퓨터로 올립니다.


호원: <블라인드니스> 만들 때는 어떻게 작업하셨어요?

학교에 라이트박스 강의실이 있어서 작화지에 그림 그리면서 작업을 했어요.


작화랑 텍스처 분리 안 하고 한 장에 다 했어요?

네 맞아요. 스케치하고 테스트 촬영하고 확인한 다음에 수성펜으로 따고 거기에 수채화를 입히고 카메라로 찍었어요.



애니메이팅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재밌었어요. 2학년에 애니메이팅 첫 수업이 작화지 수업이었어요. 거기서 공 튀기는 거 하고. 


작화지 팔락 팔락 넘겨서 확인하고

맞아요.


호원: 작화지 사용 안 하면 2D 작업도 느낌이 달라지거든요.


<블라인드니스> 말고 학부 4년 동안 어떤 작업을 해봤어요?

작품이 하나 밖에 나올 수밖에 없는 커리큘럼이라서 제가 소소하게 일러스트 그리고 뭔가 드러낼 수 있는 작업물들이 없었어요. 1학년 때 디자인 전공할 친구들하고 수업 듣고 전공을 선택을 할 때 전년도까지는 애니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제가 선택할 때는 영상애니메이션 전공으로 선택해야 했어요.


아이패드는 언제 산 거예요?

2020년인가 좀 늦게 샀어요. 그래서 제가 디지털이 항상 두려웠었어요. 


이전에는 컴퓨터 작업을 별로 안 했어요?

하긴 했지만 훈련용으로만 써서 자신이 없었어요.


호원: 먹선이라는 명칭이 학교 다닐 때부터 애착이 있었던 건가요?


먹선이 잉크 선인 거예요. 아니면 먹는 선 줄인 거예요?

먹는 선이에요. 애착이 있었어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인가 다이어트를 좀 심하게 했어요. 채소를 먹는데 내 피부까지 초록색이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러면 좀비잖아요. 캐릭터로 그려보니까 매력적인 거예요. 그래서 디자인도 디벨롭시키고 졸업 작품으로 왜 좀비가 됐는지 먹선이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기세로 몰아붙였어요.

<블라인드니스>의 캐릭터가 먹선의 형상화로군요. 외양을 가꾸는 취향은 귀여운데, 그 속에 들어있는 욕망은 호러 쪽인 것 같아요.

껍데기와 내면이 다른 거가 재미있어요. 겉보기에는 밝아 보이지만 뭔가 어두운 그런 레이어가 있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아요.


호원: 저는 <블라인드니스> 중간중간에 팀 버튼, 피카소, 김승희가 보여요. 형태를 잡는 거는 피카소가 보였고 라인이 거칠어지면서 너무 우울하지 않고 약간 유머가 곁들여진 팀 버튼 같은 다크 판타지, 자기 신체를 부풀리는 거는 김승희 취향인데, 재미있는 레이어들의 세계가 있구나 싶었어요.

너무나 존경하는 아티스트 분들이고 저도 그런 걸 좋아한 것 같아요. 


호원: <블라인드니스>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적 프레임 안에다가 사각형을 한 번 더 치고 또 위아래로 넘었잖아요.

내면하고 외부 미디어에 영향받는 칸 두 개를 나누고 싶었어요. 제가 미디어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16:9를 두 개 이어 붙인 비율로 표현했었어요.


내가 외모 강박을 갖게 된 건 미디어가 조장한 거라는 비판을 하고 싶었던 거예요?

미디어는 내가 원하는 걸 너무 쉽게 내어주고 마법처럼 현혹시키잖아요. 나를 점점 밀어낸다고 느꼈어요. 좀비가 되어서 종속된다는 기분이 들었고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호원: <블라인드니스>는 뻔한 교훈적 결말로 가는 스토리텔링보다는 기세를 따라가는 것 같았어요.

원래 <블라인드니스>도 <분노의 개구리> 같은 비주얼이었는데, 중간평가 때 좀 아쉽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도 뭔가 과잉돼 있고 메시지가 전달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떻게 바꿔야 재밌을까 하다가 교수님이 보여주셨던 레퍼런스를 이야기로 접목시키면 마법같이 변하는 모습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예 언어를 바꿔 버렸어요.


전통적으로 이야기 쓰고 스토리보드 만들고 이런 식으로 작업한 거예요?

전통적으로 만들었어요. 근데 교수님은 전통적인 걸 깨길 원하셨던 것 같아요.


드로잉을 하고 선 따고 채색까지 다 했으면 실패로 버린 것도 엄청 많았을 것 같아요.

제가 즉흥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있어서 많이 버리진 않았어요.


물 때문에 우그러져도 ‘망쳤다’가 아니라 ‘이거 재밌는데’ 한 건가요?

수채화 한 이유가 우그러진 표현들이 재미있어서 한 거여서 기세로 몰아붙였어요.



호원: 스토리보드를 잘 만들면 거기에 맞게 애니메이팅을 뽑고 애니메이팅을 뽑다 보면 모든 게 딱딱 끊어져야 되는데, 여기서는 과감하게 막 뽑으면서 가다가 한 박자 쉬고 그다음에 넘어가는 시점에서 딱 치고 다른 걸로 가는 게 보여요.

진짜 이 그림은 그려야지 하는 것만 다 잡아놓고 그 안에서 좀 자유롭게 했어요.


호원: 그거에 비해서 <분노의 개구리>는 잘 계산이 된 상태에서 딱딱 집어넣은 거 같아요.

맞아요. 근데 저는 <블라인드니스>보다 <분노의 개구리> 같이 그리는 걸 좋아해요.


반골 종자라서 평범한 걸 못 견뎌

<분노의 개구리>는 어떻게 시작했어요?

학부 때 주제는 없고 20컷 이내로 만화를 그려오라는 미션이 주어졌어요. 제가 걸을 때 영감이 많이 떠올라서 항상 밤에 물 근처에서 산책을 하거든요. 호수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문득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떠올랐고 그 개구리가 저 같은 거예요. 개구리가 되살아나서 받은 만큼 돌려주면 카타르시스도 느껴지고 재밌을 것 같다 해서  빠르게 만화 그리고 과제로 냈어요. 한예종 입학하고 정기작을 뭘로 할까 하다가 외장하드 속에 있던 만화가 작업하기에 호흡이 괜찮은 거예요. 그래서 바로 제작을 했어요.


학부 때 그린 만화도 애니메이션처럼 풀 컬러로 한 거예요?

신문지에 실리는 카툰처럼 담백하게 그렸어요. 컬러 아주 조금만 들어가고 간단하게 그렸어요.

호원: 아이패드로 작업하기 전에 <블라인드니스>는 곡선이나 거친 라인인데 <분노의 개구리> 이후부터는 직선도 많이 들어가요. 작업이 이 스타일로 픽스가 된 건 언제쯤인가요?

<분노의 개구리> 전에 무빙 일러스트레이션을 많이 만들어서 그때 좀 굳어진 것 같아요. 직선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좀 차갑다고 느껴져서 많이 쓴 것 같아요.


차가워지고 싶었어요?

전에 따뜻한 느낌도 많이 그렸는데, 시크해지고 싶어서 직선을 많이 사용했어요.


호원: 아날로그 베이스에서는 번지는 거라든가 전반적으로 구분선이 약하고 면 중심이 되는데,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직선도 강화가 되고 컬러도 면 분할이 되어서 다른 느낌이 돼요. 하던 걸 버리고 다른 걸 선택할 때 어떤 판단이 있었어요?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그렸어요. 제가 추구하는 비주얼, 제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대로 그렸었어요.


<분노의 개구리>의 눈이 왕방울처럼 생긴 캐릭터는 <야! 러그래츠 Rugrats >(1991)나 <패밀리 가이>(1999) 캐릭터가 연상이 되더라고요. 땡그란 눈에 시니컬한 말을 내뱉는 미국 캐릭터들.

원래 <분노의 개구리>를 스톱모션으로 하려고 했었거든요. 스톱모션에 자주 쓰이는 진주알 같은 눈알이 있어요. 눈알 형태가 그것밖에 안 돼서 그걸로 디자인했다가 스톱모션은 실패하고 캐릭터디자인만 굳어진 거예요.


왜 실패했어요?

세트도 만들고 있었는데, 공간을 못 구하고 여러 가지로 난관에 부딪혀서 포기했어요.


호원: <분노의 개구리>나 <우리 꼭 다시 만나>의 스타일이 일본식 감성은 아니에요. 미국 카툰 감성인데, 조금은 단순화된 모던 카툰에 시니컬한 게 가미된 스타일이죠.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중에 하나가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2010)이었어요. 거기에서 영향을 받아서 한참 그런 느낌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조금 더 시니컬하게 빠진 것 같아요.



호원: <분노의 개구리>는 약간 꺾인 앵글 안에서 템포와 다른 캐릭터들의 거리를 이상하게 비틀었어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거다 보니까 뻔해지기 쉽잖아요. 그래서 화면을 계속 비틀려고 했었고 비틀린 이야기와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원: <분노의 개구리>나 <블라인드니스>에서도 대각선 방향으로 질주하는 장면이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배치에서 애니메이팅을 하려고 애를 쓰는 게 보였어요.

저 반골 종자라서 평범한 걸 못 견디는 것도 있어요. (웃음) 매번 뻔한 건 안 만들려고 계속 신경 쓰고 어색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고치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이게 학교 다니면서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아니면 감각을 타고난 것 같아요?

제가 입시를 그렇게 잘하진 않았고 지금도 감각은 약간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근데 제가 상황표현을 하긴 했었거든요. 그때 구도는 기본적으로 훈련이 됐고 학교 다니면서 예뻐 보이는 그림 내면화시키고 이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요.


예뻐 보이는 그림은 어떤 그림들이에요?

저는 컬러풀하고 직선 곡선 조화 잘 시키고 도형 기반으로 만들어진 그래픽적인 그림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호원: 감독님은 뻔하지 않은 구도 속에서 어울리는 움직임을 자연스럽게가 아니라 “난 여기서 이렇게 움직일래 이게 왜 안 돼?

저 항상 그렇게 작업해요. “왜 안돼?” 하면서 작업해요. (웃음)


호원: <우리 꼭 다시 만나>에서 원숭이가 우리에서 빠져나올 때나 차들이 정체된 곳에서 뛰어나올 때 사람들이 저걸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데, 그냥 쑥 와버렸어 저래도 되는구나 라는 걸 보여줘요.

정확하게 말씀하셨어요. “왜 안 돼?” 맨날 그런 식으로 작업해요. “내 세상인데 뭐가 안 돼?” (웃음)


호원: 그게 애니메이터의 센스 같아요.


이 작품에 자신을 가진 포인트는 어떤 거예요?

앞뒤에 원자 이야기가 자신 있었어요. 저의 연기 (웃음)


호원: 오프닝에서 "사랑해 사랑해 내 사랑" 이러는데 마지막에 사랑의 빈도만큼의 욕이 나오죠. 소리만이 아니라 원자들의 움직임에 강약이 있어서 짝짝 붙어요.

앞으로는 안 쓰려고요. 


연출적으로 필요하면 쓸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사람들이 즐거워하시는 건 좋은데 저하고 동일시하다 보니까 상처받을 때도 있어서 줄이려고 해요.


호원: 대사를 처음부터 자기가 녹음했어요. 아니면 다른 목소리를 캐스팅을 하려고 했어요.

일단 아이폰을 들고 컴퓨터 들고 학교 녹음실에 들어가서 제가 마음에 들 때까지 가이드 녹음을 했어요. 원자들이 같은 목소리니까 더 괜찮은 거예요. 더 동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래도 더빙을 해야 프로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캐스팅해야지 했는데 피드백이 “지금 괜찮은데 굳이?”여서 끝까지 가지고 갔어요. 제 몸에서 나온 거다 보니까 제 목소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웃음)


호원: 가녹음 하고 애니메이팅을 한 거예요 아니면 애니메이팅 먼저 하고 더빙을 한 거예요?

일단 대사 잡아두고 애니메틱스에 붙이고 그 이후에 애니메이팅 작업했어요.


호원: 대사 타이밍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현생의 캐릭터들은 대사가 없고 입이 없는 원자들만 대사가 나오기 때문에 립싱크 애니메이팅이 따로 필요 없어서 굉장히 가성비가 좋답니다. (웃음)


꽃도 될 수 있고 돌도 될 수 있고 흙도 될 수 있다


호원: <분노의 개구리>에서는 나쁜 놈이 응징을 받는데 <우리 꼭 다시 만나>에서는 제일 나쁜 놈이 천수를 누려요.

나를 괴롭히는 친구가 잘 먹고 잘 사는 게 제일 열받는 포인트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원래 감옥을 보내야 되나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하면 분노가 안 살 것 같아서 끝까지 나쁜 놈으로 몰고 갔습니다.


호원: <우리 꼭 다시 만나>는 인과관계는 있지만은 개연성은 없는 작품이에요. 생각해 놓은 내러티브 전략이 있었어요?

딱히 없었어요. 그냥 아이디어를 이어 붙였어요.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니까 세 개 갖고는 부족해서 두 개를 더한 거죠.

세 개로 하면 오붓한 느낌이 들고 무리를 표현하기에는 최소 다섯 개는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두 개를 늘렸어요. 


호원: 사람들이 봤을 때 저건 개연성이 없잖아라고 반응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만드는 입장에서는 크게 의식을 안 했었어요?

그 부분을 걱정하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랜덤이라는 것이 중요했고, 타의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허무한 죽음이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실은 슬롯에 무엇을 넣어도 상관은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은 원숭이였어요. 유일하게 원자의 기억을 갖고 있는 친구였거든요. 말은 할 수 없지만 두 다리로 나갈 수 있는 친구였습니다. 그 원숭이까지 만날 것처럼 관객들에게 유도를 하고 그 뒤로부터 허무하게 무너지기만 하면 됐습니다.


과학책이나 다큐멘터리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했었잖아요. 삶을 한순간의 이야기보다는 길고 긴 우주의 한 부분으로 봤기 때문에 이런 스토리가 나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호원: 이게 빅뱅 138억 년이에요. 아니면은 태양계가 형성되기 직전이에요?

초반에 원시 지구가 나오거든요. 저 나름 공부를 하고 했어요. (웃음) 



호원: 5분 안에 개연성을 만드는 건 되게 자의적이거든요. 그래서 되게 뻔한 얘기가 나와요. 근데 이 작품은 진짜 뻔뻔하게 냅다 달리는 거야. 결국 다섯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다시 우연하게 만났다가 다시 흩어졌다가 맨 마지막에 다시 만나는 이 포인트가 중요한 거지. 다섯  각각이 치밀하게 사실적으로 만날 필요는 없는 거예요.

죽음이라든지 이런 거를 조금 더 세련되게 표현을 해야 되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아귀가 딱 맞는 거를 고민하면서 끝까지 붙잡고 있었는데, 더 이상 좋은 게 안 나와서 밀고 나갔어요.


다섯 개의 원소가 남자, 여자, 원숭이와 돌고래에다 생뚱맞게 꽃이 나와요. 사람과 동물을 넘어서 식물까지도 우리 생태계 동반자로서 받아들이는 의미인가 생각했어요.

꽃도 함부로 꺾지 말라 이러는데, 이것까지 여기에다 담아내기는 힘들었어요. 꽃은 원숭이의 만남까지 향기 혹은 사랑의 도구로써 작용하여 얘네들이 흐뭇하게 만날 것 같은 매개 역할을 해주고 우리가 랜덤 하게 꽃도 될 수 있고 돌도 될 수 있고 흙도 될 수 있다 정도로 봐주면 될 것 같아요.


호원: 다섯 개를 고르게 비중을 두고 얘와 얘의 관계 요만큼, 이렇게 비례적으로 가면 그거를 맞추려고 뭔가를 억지로 집어넣는데 이건 랜덤인 거예요.


환생도 슬롯머신으로 랜덤이죠.

죽음도 랜덤하고 허무하게 죽었던 것 같아요. 우주적 얘기가 나오다 보니까 모든 것이 쉽고 허무하고  의미가 크지 않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호원: 이 작품이 저한테는 기성 작가들과 젊은 작가들의 딱 가운데 있었던 작품이에요. 한병아 감독의 <만복탕>(2025)하고 최지희 감독의 <후잉>(2024) 특징이 각자가 다 사연을 갖고 있는 다수의 주인공들이 서로 얽히는 얘기예요. 한편으로는 대학생 졸업 작품 특유의 냉소적인 결도 갖고 있어서 <우리 꼭 다시 만나> 중간에서 돋보이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게 중간입니다. 대중과 만남의 반절 그리고 내가 할 말 하자의 반절. 제가 대학원 졸업하는 시기여서 자연스럽게 그랬던 같기도 해요.


원자 모양이 개구리 알처럼 생겼어요.

그러네요. <우리 꼭 다시 만나>가 <분노의 개구리> 아이디어에서 파생되기도 했어요. <분노의 개구리>도 캐릭터 디자인이 인간하고 개구리 하고 유사하단 말이에요. 너도 개구리다. 막 대할 이유가 없다 해서 비슷하게 디자인을 했거든요.


“모든 생명은 동일하다”는 자칫하면 고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진부함을 깨고 추구하는 메시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요. 


호원: 중간에 광물도 나와서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은 동일한 원자의 조합이다” 그런 거죠. 과학자들이 되게 좋아할 것 같아요. 과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유물론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풍부하기도 하거든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한 거예요.


<다이어트 좀비>는 무빙 일러스트레이션 시리즈의 하나인 가요?

먹선이의 세계관을 담는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어요. 제가 먹선이를 대표하는 짤막하게 빠르게 그린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캐릭터를 설명하는 티저 영상 같은 건가요?

네, 뭔가 큰 목표를 가지고 한 건 아니고 아이디어 떠올라서 그린 거예요.


호원: 먹선이 캐릭터는 언젠가 다시 감독님 작품에 나와요?

네 하려고요. 근데 지금은 먹선이의 세계에 갇혀 있기 싫더라고요. 얘가 제 세계의 태초여서 애정으로 이름은 계속 가지고 가는데, 나중에 잘 돼서 스케일이 커진다면 한국의 <스펀지밥> 같은 시리즈 애니메이션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요. 좀 더 먼 세상을 돌고 먹선이에게 다시 돌 아오고 싶습니다. 


다이어트나 외모 강박은 안 사라질 것 같은 주제인데요.

<블라인드니스> 만들 때까지만 해도 제가 막차 탑승한 사람이고 이미 끝난 주제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 더 심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제 이메일로 얼마 전에 다이어트 광고 협업 문의가 들어왔어요. 저에 대한 것도 잘 모르고 낚시 던지는 것처럼 와서 무시했습니다.


무빙 일러스트는 어느 정도 기간 동안 몇 편 정도 했어요

한 2년 3년에 3~4분 정도. 떠오를 때 한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요.


한 편에 몇 초 정도 해요.

15초로 잡고 하는데 거의 반복하는 거라서 엄청 애니메이팅 노동이 들어가지 않아요.

저는 예쁜 게 목적이어가지고.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NFT 작업을 해서 팔아보기도 했어요?

대회 같은 데서 수상을 해서 상금을 받은 적은 있는데, NFT를 팔지는 못했어요. 저는 연금술처럼 ‘NFT로 수익을 발생하는 금을 만들겠어’ 이러면서 냅다 들이박았는데, 커뮤니티 관리도 해야 되고 제가 신경 쓸 게 많더라고요. 저는 그런 스타일로 그리는 거 자체가 좋아져서 그림만 그렸어요.



심장 썰어 먹는 건데 갈라지진 않네요. 루핑해야 돼서

질겨서 평생 못 잘라요. (웃음)


호원: 팀 버튼이 요즘 대학생이었다면 이런 거 되게 재미있게 할 텐데, 학생 때 이렇게 스케치한 거 되게 많은데, 지금 같으면 그거 다 애니메이팅 해가지고 포스팅해서 ‘좋아요’ 스타 되고 (웃음)

고통을 작품으로 만들면서 행복해지기 위해서 한 거예요. 슬픔도 금이 된다는 연금술 중에 하나였어요.


제가 음악에서도 많이 영감을 받거든요. 이거는 자우림 김윤아의 <비밀의 정원>을 듣고 그린 거예요. 김윤아 가수님의 노래 중에서 많이 유명하지는 않은 건데 약간 동화 같은 느낌이 거든요


얘도 정우의 <충동 1분>이라는 노래를 듣고 그렸던 그림이에요. “나를 여기서 계속 살게 하는 건 뭘까 초콜릿 케이크와 커피 한 잔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저에게 반갑게 인사 하는 사람들”



정우는 한지원 감독의 <뭐든 될 수 있을 거야>로 처음 알게 됐거든요.

정말 신기한 것은 애니메이션 하시는 분들 대부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튜디오 쉘터에서도 정우의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뮤비 만드셨더라고요. 노래에서 애니메이션적으로 상상되는 가수들이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시작했어요?

<영원한 빛>이라는 뮤직비디오고 나오주성 작곡가님이거든요. 제가 무빙 일러스트를 계속 올리니까 그분이 보시고 “나는 이런 음악을 만들고 있는데, 너의 그림으로 이런  이야기를 가진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다” 이렇게 연락이 와서 되게 인상 깊었어요. 원하는 게 제 그림 안에서 많이 이루어져서 머릿속으로 어떻게 그릴지 다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NFT로 무빙 일러스트를 시작했지만 제가 뮤직비디오에 항상 갈망이 있었거든요. 선택받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는데, 거기에 도달을 했어요. 연금술 (웃음) 뮤직비디오가 재밌어서 이번에는 내가 선택을 하자 싶어서 창의인재동반사업 뮤직비디오 지원을 했어요.


호원: 곡은 참여하는 작가들이 선택하는 거예요?

뮤지션이 한 50명 정도 있는데, 애니메이션 작가가 한 명만 골랐다 하면 바로 되고 두 명이 한 사람을 골랐다 하면  뮤지션이 고르는 거예요. 저는 우희준 님 <노력>이라는 노래가 제 단편 애니메이션 어조로 하면 너무 잘 상상이 가는 거예요. 제 단편은 냉소적이고 차가운 어조거든요. 전 이 사업에서 제작할 뮤직비디오를 일기장같이 감성적이고 따뜻하게 가져가고 싶었는데 이것도 어쩔 수 없이 블랙 코미디로 가져갔습니다.


호원: <분노의 개구리>나 <우리 꼭 다시 만나>를 보는 사람들이 어떤 정서로 보기를 원했나요?

제가 작품을 만들 때 ‘어떻게 보여줘야지’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냉소 같은 거를 원하는 것 같아요. 울고 화나고 웃기고 복합적인 거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는 감독님의 단편이 분노가 담겨 있어서 되게 뜨겁다고 생각하거든요. 시크하고 시니컬하게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뜨거운 감정이 꺼지지 않는 것 같아요.

뜨겁다는 게 멋지게 느껴져요.


새로 작업하는 것 있어요?

만화하고 애니메이션 중편 하나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무빙일러스트레이션은 지금 숏폼처럼 많이 찾는 포맷이었는데, 짧은 거는 충분히 해본 건가요?

지금도 하고 싶긴 한데, 짧은 거에 빠져들면 긴 거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긴 폼에 집중을 하고 있어요. 요즘 너무 긴 거 신경 쓰다 보니까 스파크가 안 튀어서 그렇지 언제든 내키면 하루 만에 다 그리는 거라서 안 놓은 것 같아요.


호원: 거의 2년 주기로 계속 달렸더라고요.

그래서 만화를 한번 도전해 봤는데, 오히려 이게 더 맞나 싶을 정도로 재밌더라고요. 저는 애니메이션도 할 줄 아는 사람이니까 이것도 시리즈로 멀리 보고 있어요. 또 제가 처음으로 강의를 하나 맡아서 거기에 지금 모든 체력을 올인하고 있어요. 


어떤 수업을 해요?

스토리보드 수업해요. 2학년 전공필수예요. 구조를 어떻게 해야지 잘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애들이 작품을 만들 때 어떤 코멘트를 줘야 도움이 될까 내가 2학년 때 어떤 고민이 있었지 하면서 모든 것이 제 머릿속에 계획이 되어야지 안정이 될 것 같아서 공부를 끝까지 하고 있어요.


만화는 뭘 써서 작업을 해요?

만화는 아이패드 클립스튜디오로 하고 있습니다. 클튜가 만화 만들기 좋게 만들어져 있어요.


만화라면 출판 만화 같은 칸 만화인가요 스크롤 방식의 웹툰인가요?

출판 만화예요. 만화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보다도 먼저 접해왔던 거여서 설렘이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칸을 자유자재로 설정을 하는 것들이 재미있게 느껴졌었어요. 웹툰은 손이 잘 안 가서 잘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떤 스타일인가요?

완전 흑백으로 갈 예정이고 제가 과거에 묻어뒀던 따뜻한 감정을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그거를 어떻게 보여줄 생각이에요?

책으로요. 되게 고전적이긴 한데, 저는 책이 저를 지탱해 줄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세 자매 이야기거든요. 제가 자랐던 시골에 분위기도 담고 어렸을 때 행복했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싶습니다. 


『웡키 미스코리아』 
『웡키 미스코리아』 

고향이 시골이에요?

진짜 시골이에요. 소도시도 아니고 읍이에요. 앞에 논이 쫙 있고요.


장소에 대한 모델이 있어요?

장소는 제 살았던 동네를 항상 생각하면서 해요. 한국의 시골 배경도 사랑스러운데 외면받는 것 같아서. <영원한 빛>도 시골 감성 담고 싶어서 시골 배경으로 진행을 했었어요. <노력>도 시골이라 대놓고 나오지 않지만 떠나온 시골에 대한 이야기예요.


중편 애니메이션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블랙 코미디로 기획을 하고 있고 제목은 “기묘한 오피스텔”입니다. 제가 대학원을 오려고 처음으로 상경했었는데 그때 집 구하는 스트레스가 컸단 말이에요. 되게 기이한 일도 많이 일어나고 그래서 그 일을 애니메이션화시키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제 고통이 작품으로 만들어지면 사라질 것 같아서 작품으로 박제시키려고 합니다.


호원: 학부 졸업하고 한예종 전문사로 가려고 처음부터 계획을 한 거예요?

<블라인드니스>만으로는 아쉽고 작품 몇 개 더 하고 싶었어요.  미래에 어떻게 해야 할까 하다가 제가 한예종 졸전을 잘 갔었거든요. 작품이 다 좋아서 저도 한예종으로 가면 이런 언어를 가진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온 건데 이것도 연금술이었어요. 어떤 경험을 할지, 어떤 게 만들어 질지 모르거든요. 대학원에서 주어진 시간은 2년이었고 좋은 작품 나왔으면 좋겠다고 올인을 했었죠. 그래서 작품도 많이 만들었습니다.


호원: 한 작품 하는데 제작 기간이 어느 정도 걸려요.

제가 뭔가 까다로운 애니메이팅에 들어간다거나 그러지 않아서 혼자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짧게 걸린 것 같아요. <분노의 개구리> 같은 경우는 프리 말고 실작업에서는 압축을 해서 3개월 정도에 끝냈었고 <우리 꼭 다시 만나>도 진짜 엄청 집중해서 실작업 4~5개월 걸렸어요. 


그 작업이 고통스럽거나 지겹게 느껴지지는 않고요?

하는 순간은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근데 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 물리는 기분 있잖아요. 그런 기분이 한 번씩 들 때는 있는데, 그래도 그림 그릴 때 가장 희열을 많이 느껴서 다른 것보다는 즐기면서 집중했어요.


호원: 본 작업 때는 거의 하루 종일 작업을 하는 거죠.

제가 일정한 호흡으로 일을 하는 성질이 아닌 것 같아요.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하고 그렇게 진행하는 것 같아요.


우리 꼭 다시 만나 

2024년 4월 슈튜트가르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24년 4월 슈튜트가르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슈투트가르트영화제는 가봤더니 좋아서 또 가는 거예요?

좋았던 기억도 있고 슈투트가르트에서 연락 왔을 때 이 영화제가 제가 해외 갈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일 것 같아서 바로 신청했어요. 


어떤 게 제일 좋았어요? 

마을처럼 낮은 건물에 나무들도 많고 새들도 많고 브랜드 있을 거 다 있고 사람들이 초록색 잔디에 다 나와서 누워있는 그런 분위기가 좋았어요. 모든 것이 포용되는 느낌. 그리고 다들 저한테 매우 친절하셨어요.


학생 섹션에서 상영했어요?

네. GV는 다 서서 편하게 토크 느낌이었어요.


독일어로 통역하나요 그냥 영어로 하나요?

영어로 어찌 저찌 단어만 캐치해서 막 내뱉었어요. 모더레이터님도 절 많이 배려해 주시고. 다행히 제 섹션에 <넥타>와 <꽃사진을 찍는 남자>를 만드신 이유현 감독님이 계셔서 어느 정도 통역을 도와주셨어요. 전날에 예상 질문 정리해서 영어로 번역하고 보고 읽고 이랬는데, 약간 창피하더라고요. 그때 각성해서 듀오링고도 열심히 해서 이번 GV는 좀 기대하고 있어요.


<분노의 개구리> 때는 어떤 질문이 나왔어요?

 너는 욕설과 섹스를 좋아하냐 이런 질문 (웃음) 작업 시간은 얼마나 되냐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건 있냐 이런 질문하고.


그때 <우리가 꼭 다시 만나> 얘기하셨어요?

제작지원 심사 끝나고 금요일 날 제출하고 다음 주 월요일 출발한 거여서 따끈따끈했어요. 제가 엄청 강조했어요. 우리 꼭 다시 만나자고.


2026년 5월 슈튜트가르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26년 5월 슈튜트가르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인터뷰 2026년 4월 12일 @ 서교동

진행: 이경화, 나호원 / 정리: 이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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