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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 studio yog

2012년 11월 15일 서울 용산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스튜디오 요그와 첫 번째 인터뷰를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 개념을 추구하는 야망과 공상의 스튜디오 요그는 텐트영화제와 큐알코드영화제라는 듣도 보도 못 하던 일들을 벌이고 있었다. 2013년 6월 19일 결혼해 550일간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와서는 웹툰 <욕망의 세계일주> 연재했고 에디오피아에서 만난 소녀 <페루자>(2017) 이야기를 알렸다. 작품을 상영했던 2019년 6월 22일 포항 인디플러스의 개관 상영회에서 그들은 다가올 날의 설렘보다 지난날의 그리움이 컸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30일 각자의 공간에서 화상으로 만나 졸업작품 <산책가>(2009)가 이후 두 사람이 보낸 10여 년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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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작품 <산책가>는 2009년 작인데 졸업 연도는 2010년이다. 영근 졸업을 1년 후에 했다. 예영 대학가요제 나가려고. (웃음) 영근 4인조 밴드를 만들어서 자작곡 <봄 방학>으로 출전했다. 예영 데모 영상 통과하고 여의도 MBC에서 예심 볼 때, 내가 간주 코러스 나오는데 노래를 시작해 버려서 망했다.

원래 2020년 목표가 앨범 내는 거였다. 그 곡도 수록되나? 영근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긴 한데, 예영이가 그때 탈락한 기억을 자꾸 떠올려서... 그 노래 내용이 요즘 시기랑 잘 맞는 게 있다. 안 좋은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절을 기대하는 내용이다. 다시 생각이 나서 흥얼거렸더니 예영이가 안 좋은 기억 떠오른다고 부끄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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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가>는 유튜브에서 무료 공개되어 있고 <CITY>는 비메오 유료 판매 <페루자>는 왓챠에서 공개 중이다.

예영 요즘에는 단편 작품들이 영화제뿐만 아니라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경로가 더 다양해진 것 같다. 자식 같은 작품들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영근 <산책가>와 <페루자>는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기 좋은지 수업교재로 활용되거나 상영 제안을 많이 받았다.

​수업에서 어떻게 활용이 됐나?

영근 <페루자>를 가지고 아예 교육 자료를 만들어서 보내주신 선생님들이 있다. 그러다가 <산책가>도 수업에서 활용하려고 자료 만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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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 세계시민교육이라는 수업이 있다고 한다. <페루자>를 보여주면서 여성인권이나 청소년의 고민에 관해 아이들끼리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같았다. 진짜 줌으로 수업을 많이 하는데, 교육 시간 안에 보여줄 수 있는 단편이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한다. 영화나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을 연구하는 모임 선생님들과 지난주에 <페루자>와 <산책가>에 대해서 얘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선생님들께서는 영화 자료를 가지고 연구하고 교육 자료들을 만들어서 함께 공유하고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학습모델을 개발하고 계셨다.

영근 <페루자>는 문화상대주의라든지 여성인권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되고 <산책가>는 장애인을 타자화 하는 시선이라든지 감각에 대한 이야기들, 장애 인권 이런 것에 대해서 아이들끼리 토론하면서 공부할 만한 재료들이 많이 있다 보니까 활용하기 좋은 작품이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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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 2020년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 할 때도 <페루자>에 관심을 가졌는데, <산책가>도 비슷한 느낌이니까 같이 상영한 것 같다. <페루자>랑 <산책가>가 세트로 엮이고는 한다. 배리어프리에서도 그걸로 배리어프리 버전을 만드셨고 (<산책가> 주인공) 영광이가 홍보대사가 되기까지 했다.

새로운 작품이 화제를 모으면서 과거 작품이 조명되는 시너지 효과?

예영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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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가 비메오에서는 Mature 성인 딱지가 붙어있다.

예영 몰랐다. (웃음)

영근 궁금하니까 사람들이 더 볼 수도 있겠다. <CITY>도 소규모 상영이나 전시를 많이 했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공간인 미디어캔버스에서도 상영을 했다.

예영 내가 2019년부터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CITY>는 작가로서 도시, 빌딩에 있는 사람들을 상상만 하면서 만들었었는데, 이제는 작품속 사람들처럼 도시의 한 점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2011년 <CITY>를 구상할 땐, 바쁜 도시인의 삶을 표현하기위해 지하철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관찰했었는데, 그 안에서 한 2년 사니까 <CITY>에 대해서 다른 관점으로도 생각을 많이 한다. 이걸 경험하고 만들었으면 완전 다른 게 나왔겠다.

어떻게?

예영 1인칭으로 만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당시에 잘 모르지만 그래도 표현이 됐네 싶은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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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이?

예영 도시하고 회사 그리고 직장인이 항상 피곤하고 힘든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런 것도 사실이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이걸로 부모님이나 자식들한테 돈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조금만 더 모으면 대출받아서 집을 살 수 있겠네'. 그런 현실적인 꿈들이 있다. 그런 게 반짝반짝거리는 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는 그런 것까지 다 생각하면서 담지는 않았는데, 지금 봐도 그런 숨결 같은 게 느껴져서 좋다.

영근 나도 직장 생활을 몇 년 했다. 일 하고 집에 오면서 내 삶이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 <CITY>를 만들 때 마지막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숨소리 나면서 다 자고 있는 장면을 만들 때 생각한 건 좋은 하루를 보냈든 나쁜 하루를 보냈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똑같이 하루를 보낸 것에 대한 보상처럼 가족들이랑 편안히 자고 있는 모습에 혼자 뭉클하는 게 있다. 나는 회사에서 시키는 거 하던 사람이지만 집에 와서 내 삶을 조금이라도 살고, 잘 때는 완전히 나로서 잔다는 느낌이 계속 생각났다.

예영 사람들이 물결에 떠밀려 다니는 느낌이 드는데, 출퇴근하다 보니까 아무 생각 없이 삶의 루틴에, 내가 선택한 물결에 쓸려 다니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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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우효와의 뮤직비디오는 어떻게 시작했나?

영근 처음에는 <PIZZA>라는 작업을 같이 했다. 우효님의 소속사 다른 가수랑 우리가 친분이 있었다. 뮤직비디오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연락이 와서 처음으로 인연이 됐는데, 우리랑 코드도 잘 맞는 것 같고 좋은 음악을 하고 계셔서 팬심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PIZZA>는 일러스트레이터 섭섭sub.sub과 작업했다.

영근 우효님이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예영 섭섭님이 우효 팬이어서 다 같이 즐겁게 했다. 그런데 항상 그렇지만 시간이 없어서 즐겁지만 힘들게 작업했다. 내가 전반적인 디렉팅을 하고 영근이 그때 소속되어 있던 파노라마라는 회사 분들이랑 섭섭님과 우효님이랑 협업해서 만들었다.

영근 소속사랑 계약이 각자 다 되어있었다. 예영이 우효님, 섭섭님과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컨셉과 스토리보드를 만들면 섭섭님이 일러스트를 그리고, 나는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만드는 식으로 진행을 했다.

예영 뮤지션,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들이 모두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작업해서 콜라보가 주는 즐거움과 재미를 많이 느낀 작업이었다. 내가 감독이라지만 아이데이션을 영근과 거의 같이 했다. <산책가>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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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텍스트로 보여주는 리릭비디오가 트렌드인 모양이다. 영근 외국 뮤지션들도 공식 뮤직비디오가 있고 리릭비디오를 따로 만들던데, PIZZA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는 그 중간 정도가 나온 것 같다.

누구의 욕심으로 그렇게 됐나? 영근 아무래도 우리의 팬심이겠지. 처음부터 요청 온 건 리릭비디오였는데, 우리는 거기에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예영 섭섭님도 작업을 진짜 밤새서 많이 하셨다. 소스도 많고 재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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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이 <PAPERCUT>이다. 예영 <PAPERCUT>까지 내가 직장에 안 다녀서 자유로운 상태였다. 우효님께 연락이 와서 아이디에이션을 열두 가지 정도 보여드렸는데, 이미 <XYZ note>를 레퍼런스로 생각하고 계셨던 것 같다. 음악 자체도 예전 같이 스토리적인 것보다는 비주얼적이고 박자를 쪼개는 느낌으로 하는 거를 원했다. 우리가 스톱모션을 워낙 좋아했고.

영근 음악을 들어보니 너무 우리 취향이었다. 사실은 되게 단순한 루핑만 해줘도 된다고 했었는데, 좀 욕심이 나서

예영 열정이 뻗쳐서. 그 당시에 시티팝이 유행이라 시티팝을 표현하는 비주얼을 많이 차용하자. 그리고 이 음악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가상의 악기를 디자인해보자. 그래서 영근과 밤새도록 디자인해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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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 나는 항상 <XYZ note>처럼 가상 악기 콘셉트로 작업하면서 놀고 싶었는데, 예영이 디자인하고 소스를 만들면, 내가 퇴근하고 나의 삶을 사는 시간에 놀듯이 작업했다.

예영 우효님과 작업하면 일단은 노래가 좋고 같이 토론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주거나 일방적으로 시키는 게 아니라 쌍방으로 ‘이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 토론하면서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영근 의견을 많이 주기는 하는데, 우리가 뭔가를 하면 그거에 대해서는 믿고 맡겨주시는 게 있어서 편하게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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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VE>는 또 다른 스타일이다.

예영 우리는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거를 못한다.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서 일단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를 표현 하기에 가장 적절한 게 뭘까 아트워크 실험을 하다가 옛날 교과서 삽화 느낌의 비주얼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처음부터 이 비주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영상을 만들면서 계속 디벨롭을 했다. 이 분위기를 살리고 밀도를 더 높이려고.

영어 뮤직비디오만 작업한 건가?

예영 우효님은 글로벌 팬들도 많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 팬들도 되게 많다. 아무래도 음반 레이블에서 어느 정도 자금을 들여서 뮤직비디오까지 만드는 거는 큰 작업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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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일민미술관에서 <Theory of Nothing>을 선보였다. *<#해저여행기담_상태 업데이트> 《플립북: 21세기 애니메이션의 혁명》 (2018.05.18-08.12)

영근 일민에서 우리가 큐알코드영화제 했던 걸 알고 있었다. 전시가 좀 특색이 있으려면 신선한 시도나 꼭지가 있어야 되는데, VR이라던지 큐알코드라던지 새로운 걸 만들어 줄 수 있겠냐고 제안이 왔다.

『해저 2만리』라는 콘셉트는?

영근 구한말 우리나라에서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가 당시 조선의 상황이 들어간 『해저여행기담』으로 번역되어 나온 걸 (일민미술관) 조주현 학예실장이 되게 인상적으로 보았는지, 그 IP를 재해석해서 여러 작가들이 같이 전시하는 기획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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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작업은 처음이었나? 영근 예영이가 가끔 나한테 미션을 줄 때가 있는데, 그 당시에 VR을 공부하라고 했다. 그래서 거의 입시 공부하듯이 학원 다니면서 VR 공부를 해놨었다. 그러면서 VR 게임을 하나 만들었다. 배경은 화성의 탄광이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갱차를 타고 내리막길 가는데, 오래된 탄광이라 종유석 같은 게 있는 거다.

예영 되게 재밌다. 그때 게임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근 머리 피하기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유니티로 작업했다.

4개월 공부를 밑천으로 <Theory of Nothing>을 작업했나? 영근 유니티는 쓰지 않았다. 예영 VR 카메라로 찍고 스티칭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된다. 영근 유니티를 쓰는 이유는 어떤 3D 공간을 진짜 양쪽 눈으로 본 거 같이 오른쪽 렌즈랑 왼쪽 렌즈랑 다르게 주는 코드가 심어진 프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시장에서 VR을 어떻게 표현하면 사람들이 보기 쉬울까’하다가 잠망경이 좋겠다 생각했다. 잠망경은 뭘 쓸 필요도 없고 돌리면 돌아가니까. 그러면 하나의 이미지로만 표현하면 되니까 굳이 유니티를 쓰기보다는 3D 카메라로 촬영해서 보통 영상 편집하듯이 작업했다. 요즘에는 에프터이펙트에서도 VR, 360도 영상 편집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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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카메라로 뭘 찍었나?

영근 <Theory of Nothing> 잠망경 안은 360도 영상이다. (잠수함 창을 표현한) 동그란 화면 안은 작화 애니메이션이다.

예영 기획이 많이 축소됐다. 잠망경이니까 원래는 물 위, 바다 위의 풍경을 넣고 싶었는데, 작가의 꿈속과 실제 작업실을 오가는 걸로 나중에 바꿨다. 내 작업실을 360도 카메라로 담았다. 내가 작화하다가 옆에 있는 침대로 들어가면 전시장에 있는 동그란 잠수함의 창문에서 작가가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다. 물속에서 자기만의 집을 짓고 살려고 하는데, 사람이니까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물밖로 나가 작업을 하고.

영근 물밖로 나오면 잠망경 안의 작업실에서는 얘가 잠에서 깬다. 또 뭘 하다가 다시 왔다 갔다 하는 영상이었다.

예영 그래서 타이밍이랑 싱크가 되게 중요한데, 현실적으로는 완벽하게 구현하기가 어려웠었다. 사람들이 전시를 감상하면서 실제로 그렇게 느꼈을지, 의도가 잘 전달되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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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 일민미술관 <#해저여행기담>을 덴마크 비보르 페스티벌에서 전시했었다. 우리 잠망경 VR 전시가 좋아서 시작된 거라고 했는데, 잠망경을 옮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거다. 우리가 전시장에 설치하는 것도 되게 힘들었다. 돌아가는 나무 기둥이라고 보면 되는데, 안에 렌즈가 있고 렌즈 안에는 아이패드를 넣어 놨었다. 아이패드에 센서가 있으니까 (잠망경이) 돌아가면 360도 영상이 구현되는데, 그거를 볼록렌즈를 통해서 보면 좀 더 리얼하다. 덴마크에 가져가진 못하고 편집 영상을 상영했다. 멕시코의 후아레스에서 한다는 전시에도 영상을 보내 주었다. 그런 식으로 제한된 공간에서 공개된 적은 있다.

예영 <Theory of Nothing>의 이미지나 간략한 영상은 홈페이지에 영근이 다 정리해 놨다. 잠망경의 근황까지. 영근 거실 조명으로 작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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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y of Nothing>이란? 영근 그걸 만들 때쯤에 예영이가 고민이 많았다. 예영이가 특히 만들 때 힘들어한다. 만들고 나면 좋고 그래서 또다시 하는데, 만들 땐 또 너무 힘들고. 작품을 만들다 보면 ‘이게 무슨 가치가 있는 걸까', ‘이때 나가서 돈이라도 벌었으면’ 이런 허무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걸 아예 작품으로 만들어 보자. 이 구조적인 것들을 담아보자. Theory of Everything은 물질세계에 대한 하나의 이론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었다면, 우리는 의미 없거나 비물질적인 영역에 대한 원리를 고민하니까 이건 Theory of Nothing인가?

예영 『해저 2만리』의 선장 네모nemo라는 이름도 라틴어로 ‘아무것도 아닌 자’다. 이 사람이 육지에서의 삶을 완전히 끊고 해저로 들어와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자기만의 세상을 개척해도 숨 쉬려면 물 밖으로 나가야 된다. 연료나 재화를 얻기 위해서 사람들과 계속 교류할 수밖에 없는 거다. 식민지 시대 상황에도 인간이기 때문에 관련이 안 될 수 없다. 네모와 예술가가 어찌 보면 비슷하지 않나. 다들 자기만의 세상, 자기만의 예술을 구축하고 그 속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고 나랑 안 맞는 사람들이랑도 교류를 해야 되고. 그런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한계 자체가 사람을, 또 예술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한다. 예술가도 이 삶을 선택한 이상 물밖과 물속을 끊임없이 왔다 갔다 숙명 같은 삶을 사는 거다. 네모라는 이름에 먼저 포커스를 맞췄고 Theory of Everything의 반대 개념으로 작품 제목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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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in’ Zone>(dir. Fabienne Giezendanner, 2020) 공동제작사로서 요그의 역할은? 영근 원작 작가(Suaëna Airualt)가 한국인 입양아 출신이다. 자라나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돼서 이야기를 썼고, 그 이야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파비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로 한 거다. 나는 한국의 현실이나 정서를 잘 담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내가 같이 보면서 ‘이거는 한국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받아들여줄 수 있다거나 이런 꽃은 한국에 나지 않는다’ 얘기하면서 작업이 진행이 됐다. 음악도 처음에는 <고향의 봄>으로 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같이 녹음하러 다녔다. 최종적으로 음악은 유럽의 다른 뮤지션이 했다.

<Dreamin' Zone>은 완전히 게임은 아니지만. 헤드셋을 쓰고 선택을 하면서 간다. 그 과정에 자막도 필요하고 음성도 필요한데, 한국어 부분의 더빙과 번역을 내가 진행했다.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영어, 네 가지 옵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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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 초기 아트워크는 신윤복 작가를 모티브로 해서 디자인했다는데, 디테일이라든지 한국적인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나한테 도와달라고 해서, 보니까 강민지 작가가 딱 떠올랐다. 전체적인 디자인을 같이 연구했고. 최종적으로 3D 모델링 들어가기 전 단계의 콘셉트 아트를 강민지 작가가 했다.

예영 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파비앙이랑 작가분이 한국 왔을 때 같이 비무장 지대에 갔었다.

2019년 안시 피칭에 참여했다. 영근 공동 프로듀서가 네 명이다. 나라마다 (한 명씩). 한국 얘기니까 한국 사람으로서 뭔가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영상을 보내줬다. <Dreamin’ Zone>은 한국전쟁으로 인해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한테 환상적인 동화를 통해서 위로하는 이야기다. VR로 아름답게 구현하는 작업을 같이 하면서 한국의 입장이나 현실을 반영시킬 수 있는 것이 한국인으로서 보람 있다고 (얘기했다)

참여 국가가 네 군데나 되는 건 프로젝트가 컸다는 의미인가?

영근 유럽에서는 흔한 일인 것 같다. 유럽은 하나의 경제권이니까. 프랑스 콘텐츠진흥원 같은 데서 지원을 받았는데, 이탈리아 영화제에서 피칭해서 또 지원을 받고 독일의 3D 스튜디오에서 제작을 하기로 됐다. 4개국은 스위스, 프랑스, 독일, 한국이다. 감독이 스위스 출신이고 작가는 프랑스에서 자란 친구다. 엄청 거대한 프로젝트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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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베니스영화제 VR 익스텐디드 부문에 선정되어 온라인으로 행사에 참여했다. 영근 그 당시에 회사에서 버추얼 유튜버 작업을 많이 했다. 헬멧 쓰고 캐릭터가 돼서 유튜브를 하거나 실시간 행사를 일로 하고 있었는데, 마침 (베니스에서) 이런 거를 한다고 하니까 흥미가 돋았다. VRChat이라고 가상 세계에서 캐릭터들이 모여서 노는 게임 같은 게 있다. VRChat 공간 안에 베니스 영화제 구역을 만들어서 초대받으면 들어갈 수 있는 거다. 거기서 GV 같은 것도 했다. 개막식 할 때는 불꽃놀이도 했다는데, 그때는 못 갔다. <Dreamin’ Zone> 만든 사람들이 한 번도 제대로 모인 적이 없었는데, 거기서 다 만나서 단체 사진 찍고 했다.

상영도 봤나? 영근 VR 공간 안에 야외 상영장이 있었다. 그 공간 안에서 오프라인이랑 똑같이 행동하는 거다. 거기에 감독도 캐릭터로 있고 진행자도 캐릭터로 있다. 베니스 영화제 현장에도 VR 기기가 여러 개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것만으로는 아쉬우니까 온라인 행사를 같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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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그 차원의 VR 프로젝트 계획이 있나? 영근 가상공간에서 뭔가를 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 유니티 공부한 게 벌써 4년 전인데, 그때부터 계속 관심을 가졌다. 내가 회사에서 했던 버추얼 캐릭터 작업들(<세아 스토리>, <신비아파트> 강림 라이브, <엘소드> 캐릭터 라이브와 홀로그램 콘서트)도 연관되어 계속 이어져 온 것 같다. 이번에 <Dreamin’ Zone> 하면서 ‘아 이게 계속 가능성이 많아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처음에 VR을 공부할 때 콘텐츠 수준은 굳이 이거를 이렇게까지 봐야 되나 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까지 하고 볼만 한 게 많이 나왔다. 다음 작품을 만든다면 VR도 큰 가능성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어떤 작업을 구상하나? 영근 명상이나 힐링 쪽이 VR이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명상을 멋지고 환상적인 곳에서 하면 좋잖아. 내면이 이미지적으로 자유롭게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을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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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 내가 게임 회사를 다녔다. 내가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뛰놀았다면, 같이 회사 다니는 2~30대 직원들은 <메이플스토리> 같은 게임 속에서 친구들이랑 어린 시절을 보냈다. 특정 게임이 그 친구들 기억 속의 놀이터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류의 게임을 좋아하고 또 거기서 친구들을 사귄다. 가상현실이라는 게 나랑 몇 년 차이가 안 난다는 걸 회사에서 많이 느꼈다. 요즘에는 코로나 때문에 더더욱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놀 수가 없잖아. 이 친구들이 유튜브나 게임이나 제페토나 동물의 숲, 이런 가상현실에서 논다. 오큘러스 쓰고 VR을 경험해보니까 지금은 손의 진동까지 구현이 된 상태라, 1인칭으로 오감이 생생하게 운동도 잘 된다. 가상현실이 이미 삶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세대들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특히 나는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근 내가 집에 있으면서 사람을 거의 안 만난다. 예영이는 밖에 나가지만 나는 어쩌다가 장 보러 갈 때랑 쓰레기 버릴 때, 달리기 할 때 딱 세 번 나간다. 나는 원래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사람을 만나도 누가 오는 걸 좋아한다. 나가는 거를 되게 힘들어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래되니까 답답하더라. 그러다가 VR 안에서 탁구를 치면서 마이크를 켜놓고 가끔 대화할 때가 있다. 아이디가 한국 사람(KIM)이면 “아 한국분이세요? 잘하시네요? 다 막으시네요? 살살하세요.” (웃음)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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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팔만 쓰나, 전신을 다 쓰는 건가?

영근 전신을 다 쓴다.

예영 공간을 인식해준다. 이 공간을 넘어가면 벽처럼 그물망 같은 게 생긴다. 생각보다 안전하다. 오큘러스 초기화면이 평화로운 자연 속 호텔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어디 여행을 못 가는데,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너무 좋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만든 콘텐츠도 생각보다 생생하다, ‘공간의 한계를 이미 훌쩍 넘었고 이런 걸 즐기는 사람도 되게 많구나' 만약에 이게 스마트폰 같이 대중화된다면, 현실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할 것 같다. 나는 커뮤니티 기능이 좋다. 소셜미디어가 발전을 한 것도 다른 사람들이랑 연결하고 싶다. 주목받고 싶다. 나누고 싶다. 이런 욕구에서 나온 거다.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3D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 기반이니까 할 일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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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캐릭터는 헤드셋을 쓰고 실시간 움직임을 캡처하는 건가? 영근 그런 것도 있고, 카메라로 인식해서 하는 것도 있다. 3D는 헤드기어를 쓰면 연기자 눈에 3D 공간이 보이고 3D 공간 안에 거울이 있다. 거울을 보면서 연기자가 자기 몸을 캐릭터 안에 일치시킨 다음에 싱크 버튼을 누르면, 연기자가 3D 공간 안에서 캐릭터가 되어 움직인다. 그다음부터는 연기자가 마치 캐릭터인 것처럼 방송을 하는 거다.

버추얼 캐릭터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었나? 영근 KT의 '나를 프렌즈'라는 게 있다. 예영 풍선 캐릭터인데, VR 모션 캡처로 액터의 움직임을 따서 만든 거다. 영근 버추얼 유튜버는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대응하면서 사람처럼 연기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고 그 상태에서 뭘 할지는 다음 문제이다. 우리는 KT에서 만든 ‘나를’이라는 앱을 홍보할 목적으로 그 앱의 캐릭터를 활용해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 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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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 내가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버추얼 캐릭터로 데뷔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회사 차원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일 때는 3D로 게임 엔진을 켜서 헤드기어 쓰고 센서 작동시키는 게 좋겠지만, 개인 프로젝트는 2D로 하려고 한다. 카메라 캡처를 통해서 실시간 움직이는 기술들이 요즘엔 많다. 가벼워야지 편하게 더 많은 걸 만들 수 있다.

버추얼 영근은 언제 데뷔할까? 영근 내 카톡 프로필이 예영이가 그려준 캐릭터다. 그거를 좀 개선해서 방송을 시작해볼까 하고 있다.

예영 올해 중엔 될 건가요? 영근 어… 지금은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내가 아무리 유익하고 재밌는 얘기를 해도, 내 얘기를 오래 듣고 있는 사람은 하품을 하더라. 내가 얘기를 하는 동안에 예영이가 자는 게 처음엔 섭섭했지만, 너무 잘 자니까 오히려 ‘이게 내 재능이구나. 내가 평화를 줬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회사에서도 실험해봤다. 직원들이랑 면담할 때 내가 도움이 되는 얘기, 재밌는 얘기를 해줬는데, 한 3분 정도 지나면 다들 하품을 하더라. ‘분명히 내 억양이나 말의 주파수에 뭔가 있다’ 이거를 더 많은 사람들한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 잠 못 자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렇게 시작을 해서 사람들한테 편안함을 주는 음악도 하고 싶어 졌다. 전에는 그냥 노래, 포크 음악 같은 걸 만들었다면, 요즘에는 힐링 음악이나 잠잘 때 듣는 음악, 명상 음악, 집에서 요가할 때 듣는 음악이 하고 싶어 졌다. 버추얼 캐릭터가 잠을 재워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콘텐츠 채널을 준비 중이다. 근데 얘가 내가 만든 노래를 같이 할지, 따로 할지는 아직 결정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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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 영근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하고 있는 것도 너무 많고. 음악을 하고 싶어서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생계를 위해서 일도 하고 또 우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홈페이지도 정리했다. <모하나 TV>가 학교 교재로 되게 많이 쓰이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게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 영근이 동물도 되게 좋아한다. 갑자기 동물학자처럼 공부를 맨날 하면서 동물 퀴즈를 많이 만들었다.

<모하나TV>는 요그만의 IP인가? 영근 <모하나TV>는 내가 회사 소속일 때 기획을 한 건데, 요그가 아니라 예영이라는 개인이랑 계약을 했다. 예영이가 캐릭터랑 다 개발을 했고 그래서 저작권도 다 예영이한테 있다. 그것도 캐릭터가 방송하는 콘텐츠인데, 목소리도 예영이 목소리고 그림도 예영이 그림이다.

예영 이 콘텐츠를 구상할 때, 기획부터 영근과 같이 구상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고 나도 자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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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근 멸종 위기 동물을 다 기억하고 파충류를 키우는 초등학생이 TV에서 조명됐던 적이 있다. 그 애가 동물에 관심을 가졌다가 그 동물이 멸종 위기종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세상의 멸종 위기종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지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환경 운동을 열심히 하게 됐다. 해외에 스타 환경운동가 꼬마들이랑 커뮤니티를 만들고. 환경을 지키는 세계적인 꼬마들을 접하면서 감동을 받았다. 지구와 환경을 생각한다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 같다. 그게 결국은 사람한테도 좋은 일이잖아.

<모하나TV> 슬로건은 ‘동물로부터 배우자’다. 동물의 삶으로부터 배울 것을 배우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하고 싶다,

예영 내가 회사를 들어가기 전에 우리 나름의 큰 프로젝트로 <모하나TV> 각 잡고 준비했었다. 지금도 그 연장선으로 진행하고 있다. 영근 모하나도 배경 스토리가 있고 더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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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M CREATIVE도 운영하고 있다.

영근 욤은 상업적인 영상을 하는 회사고 요그는 비상업적인 창작집단이다. 내가 회사 다니면서 같이 했던 사람들이나 관계사와 연결돼서 하기 때문에 인원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앞으로 직원이 생길 수도 있고.

예영 나는 회사 작업 외에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서 참여한 것도 있다.

영근 요그를 할 때 들어왔던 일은 요그의 맥과 이어지는 것들이었다. 내가 상업적인 회사를 한 다음부터는 게임이나 웹툰 프로모션 영상이라든지 버추얼 캐릭터 작업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까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들어오는 일이 대체로 그런 쪽이 된 거다. 이거는 요그랑은 색깔이 많이 다른 거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고 욤을 만들게 되었다.

다음 프로젝트는 버추얼 영근의 숙면 유도 채널일까?

영근 잠 오는 콘텐츠랑 모하나 둘 중 하나일 확률이 높다.

예영 모하나는 우리가 2년 넘게 해서 어느 정도 가시화되어 있다. 더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Zoom 인터뷰 2021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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