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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 Silver lining

  • 8시간 전
  • 15분 분량
실버라이닝 (왼쪽부터 오이슬, 양윤경, 산 황, 소피 마리아 비커스)
실버라이닝 (왼쪽부터 오이슬, 양윤경, 산 황, 소피 마리아 비커스)

2025년 12월 30일 평창동 도암갤러리에서 전시 <무너지는 것들에 대하여>가 열렸다. 양윤경, 오이슬, 산 황Shan Huang, 소피 마리아 비커Sophie Maria Vickers로 구성된 팀 실버라이닝의 기획이었다. 네 명의 작가는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 (RCA) 애니메이션과 동문이다. 오이슬과 양윤경은  2021년 인디애니페스트에서 만난 인연을 런던에서 이어갔고 졸업 후 얼마지 않아 뜻을 모아 전시를 하기로 했다. 학교를 떠나 뿔뿔이 흩어질 때 뭔가가 무너지는 것 같았을까. 청년은 불안에 더 취약할까. 넷이 하나를 이루는 메인 전시 작품은 붕괴와 재생을 무한 반복한다. 희미하게 빛나는 구름의 가장자리, 아무리 가늘어도 희망은 눈부셨다.

    


2026년 2월 인터뷰

여리지만 꺼지지 않는


실버라이닝

실버라이닝이 결성된 시기는 언제예요?

이슬: 제가 졸업하던 해에 윤경 님이 전시 같이 하자고 먼저 제안해 주셨고 공모 낼 때쯤에 팀 이름을 정했어요. 실버라이닝이 희망이라는 상징이잖아요. 큰 고민은 안 하고 나왔던 거예요.


처음에는 두 사람이 주축이었나요?

이슬: 거기서 윤경 님이 소피랑 산이랑 같이 하면 더 좋겠다 해서 두 분 다 섭외해서  후에 참여하셨어요. 


이 시대에는 뭉쳐서 일을 도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건가요?

윤경: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대부분 영화제로 가거든요. 근데 제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을 영화제에서 잠시간 스치듯이 보내기가 되게 아쉽더라고요. 저는 만들 때 이 작가가 이걸 만들 때 시간을 많이 썼구나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타입이에요. 사람들한테 시간을 주고 하나를 계속 보여주는 전시를 꼭 하고 싶었어요. 이슬 님 작업도 디테일이 굉장히 살아 있어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알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았어요. 그렇게 시간을 들여서 만드는 사람들끼리 전시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제안을 했어요.


전시의 주제를 정한 거는 언제예요?

윤경: 2년 전에

이슬: 우리는 전시를 해야겠다 정하고 그다음에 공모가 됐어요.


호원: 각자 전시 경험은 있었어요?

이슬: 단체전 밖에 안 했어요. 좋은 기회로 저는 작가 중 한 명으로 단체전 참여를 해서 그땐 애니메이션 영상만 보내드렸어요


호원: 전시는 내 작업을 프로젝션으로 쏜다에 그치지 않고 아트웍도 같이 배치를 하고 플로어 플랜이랑 그 동선까지 하나가 돼야 되는 거예요.

이슬: 조그만 전시장에서 살짝 일해 봤었어요. 그런 거 살려서 제가 기획서를 썼죠. 다 회의하면서 했고 윤경 님이 외국 작가분들 컨택을 하셨거든요. 

윤경: 제가 전시를 제안했던 계기가 RCA 졸업전시회였어요. 인도 친구 한 명이 자기 애니메이션을 A4 지에다 프린팅을 해서 인원수 세는 계수기를 두고 카세트테이프로 라디오 소리들을 랜덤 하게 배치한 다음에 관객이 알아서 BGM 셀렉해서 자기 리듬에 맞춰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전시를 했거든요.


관객이 자기가 원하는 분량을 골라서 틀어보게 한다는 건가요?

윤경: A4 용지를 촤르르륵 넘기면서 자기 초 세는 식으로 봐도 되고 귀에다가 이어폰 꼽고 하나하나씩 넘기면서 체크하면서 보기도 해요.


종이 자체를 자기 타이밍에 맞춰서 본다는 거군요.

윤경: 애니메이션이 프레임의 미학이니까 내가 이 시간에 이 정도 프레임을 넘겼구나 알아보게 하려고 계수기를 둔 거예요. 저는 애니메이션을 전시화 했을 때 이게 사람들이 재미있어할 부분인 것 같았어요. 원래는 시간을 두고 그런 전시 방향을 찾고 싶었는데, 저희가 다 신작을 만들다 보니까 일단은 각자 개성에 맞춰서 보여주고 다음에 여름에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계획 중이에요.


실버라이닝에 모인 분들이 동기들 중에서도 실험적인 작업들을 좋아하는 그룹인가요?

이슬: 제가 해본 적이 많지 않은데 보는 거는 좋아해요. 윤경 님이 실험 애니메이션 잘하시고

윤경: 좋아하고, 소피는 내러티브가 있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호원: 전시작 중에 <Embodying Voice>가 있는데, 지금도 임바딩 보이스 수업을 하고 있어요?

이슬: 아직 하고 있어요. 

윤경: 1학년 수업이었어요. 담당하시던 강사님이 아카이브 된 과제들을 보여주신 후로 조금 더 다양한 형태로 할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그거 다 보여주는 게 저는 좋았거든요.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할 수 있구나.


호원: 마야 요네쇼도 그런 걸 잘했었어요.


무너지는 것들에 대하여


산: 이번 전시의 주제는 ‘붕괴’이며, 동시에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 느끼는 불안에 대한 성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제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할 때—정체성, 평판, 성취, 그리고 인간적인 성공의 기준들에 매달릴 때—가장 쉽게 불안과 우울에 빠집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내려놓고 오직 눈앞의 작업에 집중하게 되면, 사실 걱정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작업 과정에서 우리는 거의 매일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압박, 성장의 어려움, 감정적인 부담에 대해 털어놓고 조언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협업 전시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만들었고, 공동의 창작 과정은 상실을 마주하는 하나의 효과적인 방식이 되었습니다. 집단적인 실천을 통해 우리는 예술을 만드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인상 깊은 점은, 동일한 주제에 응답하면서도 각자의 작품이 전혀 다른 시각적 언어와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전시장에서는 공용 공간을 함께 사용하면서도, 각자 비교적 독립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용 공간에서는 작품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드러나고, 개별 공간에서는 각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호원: 소피랑은 이번 전시에서는 제일 대립에 있는 스타일이었어요.

이슬: 지금 상영하는 것들이랑 성향에 맞는 작품들만 배치를 해뒀는데, 윤경 님이 3D를 많이 하세요.

윤경: 이번에 새로운 작품 받아봤을 때 산도 제가 원래 알고 있던 스타일이랑 많이 달라져서 놀랐어요.


호원: 어떤 스타일 어떤 기법으로 할지 따로 조율하지 않았어요?

이슬: 기획서 낼 때는 어떻게 할 거다 얘기했는데, 같은 주제를 해석을 하는 거라 개인의 선택을 존중했어요.

윤경: 처음에는 제가 화면을 다 붙여서 버블 애니메이션 기본을 깔아놓고 이 버블을 이용해서 우리가 이어져 있다는 걸 보여주자 했는데, 소피가 버블을 꼭 이용해야 되느냐고 나왔어요.


호원: 버블 애니메이션이 뭐죠?

이슬: 스크린 네 개를 관통하는 물체를 넣을까 했어요. 같은 주제라고 하더라도 스타일이 너무 다르고 내용도 다를 텐데 이거를 어떻게 같은 공간에 보여주지라는 고민이 계속 있었어요. 버블을 넣으면 이어져 보일까 했는데, 그 요소 때문에 애니메이션 만드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과감하게 뺐습니다.


호원: 전시 보면 네 개 스크린이 기역자로 배치되어 있어요.

이슬: 처음 냈던 기획서에는 그렇게 배치하긴 했거든요. 그때는 버블 아이디어가 있어서 프로젝터 두 대 빌리고 두 화면으로 분할해서 쓰자 했다가 큰 벽에 하나만 쏠까도 생각해 보다가 마무리 지어가면서 그냥 따로 화면을 쓰는 게 좋겠다고 결정했어요. 전시장에 가벽이 있는데, 가벽에 틈도 있고 공간도 애매하게 통로가 있었어요. 윤경 님 작업이 안에 있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좀 작은 스크린이더라도 두 개 다 몰아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원: 화이트 큐브에서 네 개의 스크린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할 때 누군가는 광장처럼 오픈된 걸로 생각을 하거나 밀실처럼 가둬놓는데, 여기는 반은 열리고 반은 닫힌 것처럼 배치를 해서 재밌었어요.

도암갤러리 한승주 큐레이터님이 라이팅이라든가 동선 짜는 데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산: 주제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모두 이 전시의 주제와 개인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각자 삶에서 취약함의 순간을 경험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작업이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각과 사유의 방식, 나아가 문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각적 측면에서도 각자의 작업은 분명한 개성을 지닙니다. 윤경의 바느질된 실, 이슬의 시아노타입으로 구현된 몽환적인 풍경, 소피의 개미에 의해 훼손된 인물 형상, 그리고 저의 혼종 식물 작업까지. 우리는 모두 ‘재구성’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으며, 윤경은 실을 통한 연결로, 이슬은 빛과 그림자의 흐릿한 경계를 통해, 소피는 개미의 노동을 통해, 저는 식물의 혼종화를 통해 이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호원: 상영하는 작품이 1분 30초라고 서로 통일을 한 거예요?

이슬: 처음 중간 끝 이렇게 해서 루핑 하기에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어야 될 것 같았어요. 


호원: 전시 공간 성격 때문에 루프로 한 거예요?

이슬: 그런 이유도 있고요. 네 명이다 보니까 긴 게 다 다르게 있으면 연결이 안 될 것 같아서 제한된 시간 안에 루프로 만들자 생각했어요.


호원: 시작점과 끝점은 일부러 안 맞춘 거예요?

이슬: 원래는 타이밍을 맞추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컨트롤하는 게 따로 있어야 됐어요.


네 작품 다 사운드가 있잖아요.

이슬: 맞아요. 원래는 윤경 님 아이디어로 360도 음향을 주려고 했거든요. 믹싱만 하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집중된 스피커를 써야 되고 컨트롤하는 게 따로 있어야 되는 여러 가지 난제가 있어서 폴리 적게 넣고 최대한 음악 없게 해서 다 따로 틀었어요. 프로젝터 위에 스피커가 있고 프로젝터에서 왼쪽 화면이 더 가까워서 이 사운드가 더 잘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종합적으로 들린 사운드도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넷이 모여서 하모니가 되면 좋고 하나의 사운드 트랙을 가지고 넷이 만드는 것도 될 텐데

이슬: 하나의 사운드트랙은 거기에 집중돼서 애니메이션을 못할 것 같은 거예요. 애니메이션에다가 자유를 주고 사운드를 각자 얹었어요.


메인 전시 작품을 제작한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윤경: 이게 사진에서는 되게 흔한 기법이어서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콜라주 하면 좋을까 연구하는 데 거의 1년 정도 썼어요. 사진 찍고 이렇게도 실 떠보고 저렇게도 실 떠보고 그게 한 1년 정도 걸렸고 막상 애니메이션 만든 기간은 두 달이에요. 산 같은 경우는 기간을 물어보지 않았고 소피는 6~7개월 쓴 것 같아요.


다성음악 Polyphony (2025)
다성음악 Polyphony (2025)

산: 작품의 제목 "다성음악"은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폴리포니는 여러 성부가 동시에 어우러지는 음악 형식으로, 교회 성가에서 시작된 개념입니다. 저는 이 개념이 지닌 아름다움과 신성함에 매료되었습니다. 여러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구조는 제가 이전부터 탐구해 온 혼종 애니메이션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꽃들의 성장을 현대인의 삶에 비유하자면, 그것은 수많은 목소리가 모여 하나의 존재를 이루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고유한 리듬이 있듯, 꽃 역시 각자의 리듬을 지니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음악적 목소리가 모여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내듯, 세계와 인간 또한 서로 얽혀 단단하고 유연한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이 작업은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난, 비인간적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불안을 느끼지 않는 존재처럼 보입니다. 그들은 어떤 틈새에서든 빛을 향해 자라납니다. 어쩌면 불안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의 해답은 다른 종과의 혼종화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저는 관람자의 해석을 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의 작업은 일정한 미적 기반 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저는 처음에 난초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난초는 연약함을 상징하며, 이는 아름다움과 취약함이 공존하는 오늘날의 인간과 닮아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후 한 친구가 제 초기 사운드트랙을 듣고 동물적이고 거칠며 생명력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서 출발해, 저는 꽃의 피부를 동물의 가죽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호랑이와 악어의 가죽, 날것의 살, 가공된 가죽, 그리고 제 자신의 피부까지 포함해 꽃의 외피를 변형했습니다. 저는 식물도, 동물도 아닌, 강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를 만들어내고자 했습니다.


재구성 Reassemble (2025)
재구성 Reassemble (2025)

소피: <재구성>은 인물이 해체되고 재조립되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무너짐을 변형과 변태의 가능성이라는 시선을 통해 탐구합니다. 서사의 시작은 끝없는 하늘 아래의 정원 속에서, 독존한 인물로부터 시작합니다. 인물의 앞에는 개미들의 행렬이 시작되고, 개미들은 봉합선을 따라 한 땀 한 땀 인물을 풀어헤치지만, 작품은 이 과정을 폭력이 아닌 필연적인 해방의 순간으로 바라봅니다. 몸은 비단처럼 하늘하늘 흩어지며 떨어지고, 이 시각적 연쇄는 외형이라는 껍질의 공허함을 드러내며 곧 다가올 변형을 위한 길을 엽니다.


흩어진 잔해 위에서 서사는 공생과 재구성의 국면으로 전환됩니다. 집단적 의식처럼 움직이는 개미들은 유기적인 물질들을 엮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흐려진 새로운 신체를 빚어냅니다. 주인공은 다시 꿰매어지지만, 더 이상 독립된 존재가 아닙니다. 새롭게 형성된 몸은 정원의 섬유와 결을 닮아가며, 주변의 생명과 하나가 됩니다.


연속적인 루프 형태로 제시되는 작업은, 해체와 재구성이야 말로 존재를 이루는 근본적인 리듬임을 제안합니다. 전시의 주제인 무너짐에 직접적으로 응답하며, 이 서사는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구조가 반드시 무너져야 함을 보여줍니다.


푸른 점 Blue Dot (2025)
푸른 점 Blue Dot (2025)

별들은 충돌로 무너지고, 흩어진 조각들은 오랜 시간을 떠돌다 다시 별이 된다. 모래보다 작은 푸른 점 위에서 인간의 삶 또한 무너짐과 회복을 반복한다. 이 작품은 별과 인간이 닮아 있는 순환의 시간을 시아노타입 애니메이션으로 그린다. 끝없이 반복되는 화면 속에서, 무너짐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 된다.


호원: 이슬 감독님 작품 제목이 <푸른 점>이니까  칼 세이건의 ‘페일 블루 닷’이 생각나죠. 보이저에서 지구를 봤을 때.

이슬: 제가 이미지적인 거를 먼저 떠올린 다음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편이라서 제목을 처음부터 지어놓고 한 건 아니에요. 작업을 하면서 리서치 과정에서 발견한 칼 세이건 문구가 잘 어울렸어요. 지구가 멀리서 봤을 때 파란 점처럼 보이잖아요. 그 안에 희망도 있고 슬픔도 있고 큰 일도 사소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그렇게 제목을 지은 거예요.


호원: 보이저가 마지막으로 찍은 이미지의 촬영 과정이나 기술이 말 그대로 청사진 기법이잖아요. 저 멀리에서 희박한 빛을 장시간 노출을 시켜서 얻어낸 이미지가 창백한 푸른 점이죠. 점이 보이다가 사람이 나와서 강강술래 하면서 파란색이 희미해지면서 질감이 돋아나는 거예요.

이슬: 제가 용지를 중간에 한 번 바꿨어요. 초반부를 먼저 뽑아놓고 중간부를 나중에 뽑다 보니까 용지 격차로 인해서 감광 시간을 잘못해서 노출을 덜 시킨 종이나 물로 너무 많이 씻은 것들이 조금 희미해졌어요. 너무 희미한가 싶어서 다시 할까 하다가 일단 해보자 하고 합성을 했어요.


호원: 그거를 보정으로 메꾸지 않고 남겨놓기로 했어요?

이슬: 전체적인 톤만 맞추고 많이는 안 건드렸어요. 예를 들어 옐로가 섞인 블루였다가 프러시안 블루였다가 이렇게 보이면 안 되니까 그 정도만 조정하고 디테일 없어지는 것만 조금 넣고. 


(紅線) Suture_무너지되, 끊어지지 않는 (紅線) Suture — Collapsed, Yet Unbroken (2025)
(紅線) Suture_무너지되, 끊어지지 않는 (紅線) Suture — Collapsed, Yet Unbroken (2025)

붉은 실은 붕괴 이후에도 파편들을 연결하는 봉합선으로 남는다. 형태는 해체되지만, 연결은 끊어지지 않는다. 이 작업은 붕괴와 재구성의 반복을 통해, 관계 속에서 지속되는 존재의 상태를 탐구한다.


호원: <(紅線) Suture_무너지되, 끊어지지 않는>은 “Suture 봉합”이라는 개념을 일부러 집어넣는 거예요? 괄호 안에 붉은 실(紅線)을 넣고 괄호 바깥에다 Suture를 따로 썼어요.

윤경: 제가 붉은 선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너질 수 있어도 끊어지지는 않는다”였어요. 봉합이라는 단어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영어랑 한국어랑 한자어도 있는데, 언어마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이 너무 달라서 저는 제목을 지을 때 꼭 1 대 1 단어를 쓰지는 않거든요. 제가 홍선을 영어로 레드 라인이라고 쓰면 그 제목을 보시는 분들은 그 느낌을 모르실 것 같아요. 


호원: 작품이 무너졌다가 다시 극복을 하는 걸로 사이클이 계속 돌아요. 처음부터 합의를 했던 거예요. 아니면 만들다 보니까 ‘모두가 다시 생성되는 거를 하고 있었네’라고 나중에 깨달은 거예요?

윤경: 이렇게 해야 된다 얘기한 적은 없고요. “이런 주제인데 각자 생각하는 대로 해라.”


호원: 이 사이클이 네 작품에 다 있고 결국은 이 작품이 이 전시의 성격을 얘기해 주는 것 같더라고요. 무너지는 것에서 얘기를 했지만 팀 이름처럼 희망을 보여줘요.

이슬: 무너진다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할까 봐, 조금 아쉽긴 한데 일반 대중들도 오셔서 쉽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윤경: 원래 하나 더 디스플레이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너무 징그럽다 해서 못 했어요. 전시장에 아이들도 많이 온다고 그래서. 


아트워크와 공간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전시의 동기였는데, 각자의 공간을 어떻게 꾸몄나요?

이슬: 저는 일단 애니메이션이 잘 나와야 될 텐데 하고 실물 작업은 조금 급하게 준비를 했었어요. 프레임 같은 경우에는 만들어진 게 있으니까 그걸 전시하면 되지만, 저도 시도하고 싶은 다른 게 있었는데 시간 관계상 안 될 것 같았어요. 예전에 라이트 패널 제작을 해봤었거든요. 시아노 타입이 빛을 이용한 기법이잖아요. 제 이미지 자체가 하얀색이 좀 두드러져서 그거를 쓰면 괜찮지 않을까.


호원: 소피가 센터고 산은 오프너예요.

이슬: 사실 갤러리가 더 커요. 뒤에 클래스 하는 곳까지 공간이 있거든요. 원래는 안쪽까지 들어가는 통로 안에다 스크린을 둘까 하다가 안 했어요. 


호원: <Satellite>(2020-2023)은 진짜 VR 기어를 써야지 할 수 있죠.

이슬: 저희가 지금 VR 전시를 할 수 없지만 그 작품이 다른 작품들이랑 결이 맞는 작품이었어요. 윤경 님도 다른 작품이 많은데, 제 생각에는 빨간색이 뭔가 관통하는 것 같아서 그런 걸 골랐어요. 

윤경: 산 같은 경우에는 제가 <Mountain>을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되게 충격적이었어요. VR은 RCA 들어오기 전에 만든 건데, 그것도 프레젠테이션 할 때 너무 놀랐거든요. VR 게임을 만든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수채화 텍스쳐를 스캔해서 이렇게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 사람은 저는 처음 봤어요. 그게 산의 아이덴티티 같아서 이거 두 개는 꼭 했으면 했어요.


오른쪽부터 # 2 Mountain (2022) # 3 Satellite (2023)
오른쪽부터 # 2 Mountain (2022) # 3 Satellite (2023)

호원: <Reassembeld>는 되게 크게 했으면 더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경: 소피가 자기만의 월드를 만드는 걸 좋아하거든요. 제가 소피한테 3D 프린트를 해서 설치물로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소피가 텍스처라든지 색에 민감한 친구라 자기가 와서 채색을 한 번 더 해야지 업체에서 받아다가 딸랑 전시를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전시작은 소피가 아카이벌 피그먼트Archival Pigment 프린트로 크게 뽑아보고 싶다고 해서 한 거예요.

이슬: 안료를 여러 가지 색을 써서 하는 프린팅이거든요. 파인아트 프린팅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께서 작업해 주셨어요. 이번에 소피 작품을 프린트했을 때 생각보다 예쁘더라고요. 말씀대로 더 커도 좋았을 것 같아요.


왼쪽 # 16 Rebulding (2025) 오른쪽 # 15 Reassembled (2025)
왼쪽 # 16 Rebulding (2025) 오른쪽 # 15 Reassembled (2025)

윤경 님 공간은 전시장 제일 안 쪽이에요.

윤경: 1학년 때도 작품을 만들어야 해서 기법들을 한 열두 가지를 써봤는데, 동기 중에 한 친구가 실로 한 게 만져질 것처럼 보인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 거예요. 이번에도 실을 이용했으니까 실제로 사람들이 만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현수막에 제가 미싱질을 다 했어요. 실뜨기 놀이는 원래 몇 가지 패턴 안에서만 계속 순환하는 것인데 여러 명이랑 실뜨기 놀이를 하면서 엉켜도 괜찮으니까 자유롭게 해 보자 해서 그걸 녹화했어요. 그중에서 재미있어 보이는 패턴 열네 개를 뽑아서 프린팅 한 다음에 다시 미싱질을 해서 사람들이 실을 만져볼 수 있게 제작했어요. 그래서 제목이 이탈의 패턴들입니다. <이탈의 패턴들(14)>이 5m 정도거든요. 너무 커서 그대로 걸 수가 없었는데, 큐레이터 분이 책자처럼 넘겨보게 디스플레이하면 어떨까 제안해 주셨어요

# 35 이탈의 패턴들(14) (2025)
# 35 이탈의 패턴들(14) (2025)

접혀있어서 전체 이미지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어요.

윤경: 제 의도는 전체보다는 그 하나하나 보는 게 더 중요해요.


관람객들이 작품을 집적 건드려서 보는 건가요?

윤경: 네, 만져도 보고.


하얀색이어서 때 탈 것 같아서 못 건드리겠어요.

윤경: 넘겨보셔야 돼요.


<(紅線) Suture - 무너지되, 끊어지지 않는>의 전체 과정을 훑어볼 수 있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카이빙 북을 네 개 배치했어요. 그 작업은 트레이싱 종이에 단 하나의 실로만 모두 이어지도록 실을 먼저 떴습니다. 그 뒤에 일반 A4지 같은 불투명한 용지에 한 프레임씩 밀리게 인쇄하여 다시 실을 떴습니다. 이를 합쳐서 스캔하면 제일 선명한 이미지 뒤에 흐릿하게 이전 프레임이 보여서, 마치 영상이 딜레이 되어 영상에 에코가 걸린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2025년 5월에 소울딜리버리라는 밴드랑 컬래버레이션을 한 작업에서 발전된 기법이에요. 아카이브 북 아래 밴드랑 컬래버레이션한 작업을 배치했습니다.


호원: 1초에 몇 프레임 정도 넘어가게 하나요?

윤경: 열 프레임이요.


호원: 실뜨기할 때 종이가 일반 A4지면 찢어지지 않아요?

윤경: 그래서 실뜨기를 많이 한 종이는 테이핑을 해놨는데, 트레이싱지에다 한 거는 보이잖아요. 많이 찢어 먹었지만 한 번에 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호원: 종이의 결에 혈을 찍듯이

이슬: 마지막에는 거의 미싱 장인이 되셔서

윤경: 수선집 차리려고요. (웃음)


# 27-31 Suture Archive Book (2025,)
# 27-31 Suture Archive Book (2025,)

시간을 들인 과정

호원: 청사진 기법을 포토샵 같은 데서 필터를 써서 만들었겠지라고 했는데, 실제로 작업을 한 거죠.

이슬: 원래 모래 아니면 시아노타입 아니면 그걸 흉내는 디지털을 생각했어요. 제가 흉내 내는 디지털은 여러 번 해봤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실물 청사진 기법을 활용해야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것 같았어요. 다만 숙련도가 떨어져서 균일한 컬러가 나오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요.


호원: 청사진 한 장당 한 프레임을 했어요 아니면 전시된 것처럼 작게 해서 모았어요?

이슬: A4 사이즈로 한 장에 9프레임을 만들었어요. 저희 집에 제가 만든 감광기가 있는데, 그게 너무 작아서 종이를 크게 만들면 다 감광이 안 돼서 어떤 부분은 하얗게 나오고 어떤 부분은 파랗게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작게 만들었어요.


호원: 감광기는 어떤 거예요?

이슬: 시아노타입 프로세스가 사진기법인데, 실크 스크린처럼 반전된 이미지를 올리고 그 위에 빛을 쏘면 빛이 투과된 자리만 염료가 남아서 물로 씻었을 때 파란색만 나와요. 그걸 할 때 필요한 게 감광기거든요. 햇빛은 낮에만 가능하잖아요. 그래서 UV 라이트로 쐐는 거예요. 다른 애니메이션 할 때 이걸로 하고 싶어서 한 3년 전에 만들어 놓았거든요. 근데 기술적인 한계를 느끼고 다음에는 완제품을 사기로 (웃음)


호원: 계속 이 기법으로 작업을 하고 싶은 거예요?

이슬: 다른 것도 해보고 싶긴 해요. 이거는 디테일이 크게 안 들어가서 조금 번쩍거리긴 하지만 볼 수가 있는데,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는 이미지일수록 어렵더라고요. 이게 진한 색으로 나올지 밝은 색으로 나올지 아예 다 진하게 나와버릴지 물로 씻어내고 다 마르고 난 다음에 볼 수가 있어서 여러 번 테스트를 해봐야 돼요. 이번에도 어떤 거는 동그라미가 안 나온 거예요. 그래서 그건 어쩔 수 없이 보정을 했어요.



호원: 사진의 역사에서 보면 제일 처음에 탈보트(1800-1877) 같은 사람이 렌즈 없이 청사진처럼 찍은 게 있고 1920~30년대에 만 레이(1890-1976)랑 모홀리-나기(1895-1946) 같은 사람이 또다시 그 기법으로 작업했는데, 애니메이션에서 그 기법을 써보고자 어디서 힌트를 얻었나요?

이슬: 제가 원래 파란색을 좋아해요. 결과물에서 파란색이 나오길 바라서 찾다 보니까 시아노타입이라는 기법이 있는 거예요. 요즘에는 시아노타입 애니메이션 많이 만드시더라고요. 그때는 많이 없어서 이거 한번 테스트해 볼까 해서 말 달리는 걸 천에다 만들어 봤었어요. 천은 우글거리더라고요. 종이로 하는 게 제 성향이랑 맞는 것 같아요.


호원: 과정을 알려주세요.

이슬: 먼저 수채화 용지나 질감이 좀 느껴지는 용지에 용액을 발라요. 시아노타입 용액을 바르면 초록색으로 나와요. 이걸 말린 다음에 제가 작업한 애니메이션 프레임을 위에 얹어요. 그게 하얀색이 검은색으로 나오는 반전된 이미지인 거죠. 빛을 쏘고 물로 한 번 씻어내고 말리고 스캔하고.


호원: 아무 용지나 괜찮아요?

이슬: 코팅돼서 물로 씻을 때 용액이 씻겨 내려가는 거 말고면 아무 용지나 괜찮아요. 값싼 종이가 오히려 감광이 잘 돼서 괜찮게 나와요.


호원: 위에다가 얹었을 때 빛만 투과되느냐 되지 않느냐만

이슬: 위에다 얹는 용지는 트레이싱지나 OHP 필름 같은 투명한 용지를 써야 돼요. 그런 용지에 프린팅을 해서 거기다 얹고 빛을 쐬면 투명한 부분은 빛이 들어가니까 용액이 남고 나머지는 하얗게 나오죠.


호원: 빛으로 쏠 때 노출 시간은 얼마나 돼요?

이슬: 용지마다 조금씩 달라요. 이번에 했던 거는 한 장 할 때 2분 30초 정도였어요.


호원: 샌드는 페인트 온 글라스처럼 이미지 작업을 하려고 했던 건가요?

이슬: 저는 그레인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샌드는 실제적으로 볼 수 있는 그레인이잖아요. 그래서 테스트를 해 봤는데 제가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포기하고 시아노타입으로 했어요. 


호원: <비늘>(2020)도 완전히 페인트 온 글라스를 했어요. 컴퓨터에서 만져주거나 그랬어요?

이슬: 합성이랑 색보정을 했어요. 원래는 라이트 박스를 켜고 촬영하시는데, 제가 안 켜고 촬영을 다 했거든요. 그래서 노란 톤 보정을 했어요. 그건 로토스코핑이라서 그려진 움직임을 따라가는 식이었어요.


호원: 전시 중에서 라이트 박스 사용했던 거는 따로 출력을 한 거죠.

이슬: 그거는 백릿 필름backlit film으로 했어요. 마음 같아서는 투명 종이에다 직접 하면 종이가 울거든요. 그러면 너무 안 예뻐져서 백릿으로 출력하고 라이트 패널 위에다가 얹었죠.


호원: 이번에 전시를 위해서 처음 시도를 한 거예요?

전에 준비했던 전시에서 디지털 작업을 뽑아서 라이트 패널을 제작했었는데, 느낌이 괜찮더라고요. 디지털 작업은 스크린이니까 빛이 있어야 작업 자체가 RGB로 선명하게 나오잖아요. 시아노타입도 빛을 이용하는 기법이니까 둘이 연관도 있어서 한번 해볼까 했어요.


왼쪽 # 12 Light Dance (2025) 가운데 # 11 Collector (2025) 오른쪽 # 10 Collapse (2025)
왼쪽 # 12 Light Dance (2025) 가운데 # 11 Collector (2025) 오른쪽 # 10 Collapse (2025)

호원: 두 사람의 작업이 되게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에요. 시아노타입이 힘들까요 바느질이 힘들까요.

이슬: 바느질이 더 힘들죠. 저는 이번에는 살짝 마음을 놓고 그렇게 몰아붙이진 않았어요.


실이 꽤 굵어 보이는데, 바늘도 큰걸 썼나요?

윤경: 그냥 옷 기울 때 쓰는 기본 바늘이었어요.


호원: 화면에서 보이는 굵기면 큼직큼직하게 작업을 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트워크를 보고 이렇게 작은 스케일로 했나 싶을 정도였어요. 컨트롤하기 힘들지 않았어요?

윤경: 맞아요. 


손가락 눌릴 텐데

이슬: 막판에 손이 이렇게 엄청 까져 있는 거예요. 

윤경: 뭐가 묻으면 지저분해지니까 로션 아예 안 발랐거든요.


호원: 골무는 꼈죠.

윤경: 종이가 찢어질까 봐 안 꼈어요. 


호원: 실은 작품에서도 알레고리가 강해요. 언제부터 실을 쓰려고 생각했어요?

윤경: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1학년 때 여러 가지를 했어요. 연결되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 댄서 분을 섭외해서 촬영을 하고 미러 타입으로 반전을 시켜 놓고 신문지 프레임을 이용해서 그 위에다가 그린 거예요. 교수님들이랑 친구들이 이거 두 개를 되게 좋아하시더라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신문지를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서 멘토링할 때 여쭤봤어요. 정치적인 이유랑 라이팅이 갖는 의미 이런  뒷배경 때문에 좋아하시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런 것보다는 단순하게 이어져 있다는 거에 포커스 맞추고 싶었어요.


제가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실을 이용하는 거에 대해 여러 명이랑 대화를 나눠봤거든요. 프랑스 쪽은 자수가 오트 쿠튀르가 맞는데, 영국에서 자수를 보는 개념이 산업혁명 때문에 노동자 그리고 여자가 집에서 바늘로 기우는 것 때문에 여성이 자수를 한다 그래서 좀 더 정치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냥 붉은 선이 운명의 선처럼 이어져 있다 이 의미가 좋았어요. 붉은 실은 운명적인 인연을 상징하며,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정해준 운명의 짝을 잇는 보이지 않는 끈을 의미합니다. 중국의 월하노인 설화에서 유래하여 동아시아 문화권에 널리 퍼졌으며, 시간이 흘러도 늘어나거나 엉킬 수는 있어도 절대 끊어지지 않는 운명의 끈으로 해석됩니다.


호원: 붉은 실이나 아니면 무스비 같은 아시아적인 마인드가 깔려 있고 서양에서는 운명의 실을 뽑아낸다라는 신화적 개념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게 서로 만나더라고요.

윤경: 맞아요. 붉은 색이 주는 상징성이 꽤 여러 나라에서 통용되고 있는데, 범국가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운명과 맥락을 함께하는 것 같아요.


그것보다는 3D는 실체도 없고 매끈매끈하니까 반작용으로서 손에 만져지는 것을 찾는 게 아닌가 했어요.

윤경: 그럴 수도 있겠네요. 3D로도 나중에 한번 해보고 싶긴 해요. 니키타(Nikita Diakur)라고 독일에서 활동하시는 분이 3D로 실험 애니메이션을 하시거든요. 파리 애니메이션영화제 갔을 때 봤었는데, 뭔가 잘못된 3D를 해요. 되게 충격받았어요. 이렇게 3D를 할 수도 있구나. 이런 식으로도 3D로 할 수 있으면 해보고 싶어요.


호원: 그럼 처음 작업을 3D에서 먼저 했어요. 아니면 손맛 나는 작업을 했어요?

윤경: 저는 애프터이펙트 2D 모션 그래픽을 먼저 시작했어요.


길 가다가 미디어 파사드를 보고 진로를 결정하고

윤경: 너무 멋있어서. 


따로 또 같이

개인 작업이나 실버라이닝의 다음 플랜이 있나요?

이슬: 팀으로는 전시 하나 더 하면 좋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 올해 <안개 속의 말>을 더 작업하는 게 제 목표예요.


윤경: 윤경: 아직 RCA졸업작품을 완성하지 못해서요. 그 필름은 2D와 3D를 통해 각각 내면과 외면이 고민하는 지점을 다루는 이야기인데 일단 이것을 올해 상반기 안에 완성할 예정입니다. 그 이후에는 산 작가에게 선물받은 35mm, 16mm을 토대로 텍스처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을 새로 제작하고 싶습니다. 평소에 할 수 있는 최대한 여러가지 테스트를 해보는 편인데, 실 이외에는 스크래치를 이용해서 필름에 스크래치를 해보았어요. 아무래도 스캔하는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해보니깐 재밌는 것 같아요! 올해는 다른 것보다 조금 더 개인적이고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일기처럼 많이 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산: 세 명의 동료 작가들과 함께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도암 갤러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전시 참여와 한국 방문은 저에게 새로운 표현 방식과 가능성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권의 작가들이 어떤 사회적 맥락과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는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보다 깊이 있는 문화 간 교류와 탐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소피: 이번 전시는 제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정말 뜻깊은 기회였습니다. 제게 큰 영감을 준 RCA 동문들과 함께 작품을 전시하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전시를 위해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이번 전시에서 프리뷰 형태로 선보였던 영화 <Angels> 혹은 <Be Not Afraid>(가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여러 편의 무빙 이미지 작업과 대형 실험 회화, 그리고 단편 영화를 제작할 계획입니다. 또한 올해는 회화와 드로잉으로 다시 돌아가 물리적인 매체와의 연결을 실험하려고 합니다. 동시에 3D 애니메이션 작업도 지속하며, 시뮬레이션과 프로시저널 움직임 procedural movements을 중심으로 한 실험을 더욱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인터뷰 2026년 1월 3일 @ 평창동

진행: 이경화, 나호원 / 정리: 이경화

전시 촬영: 아인아 아카이브, 전시 자료 제공: 실버라이닝, 도암갤러리

서면 인터뷰, 작품 설명 및 이미지 제공: 실버라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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