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meow swarm

냥냥단

<<세계의 희귀 동물들>>(2018-2019)은 서새롬 감독(사진 오른쪽)이 여행과 일상에서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신비롭고 이상한 괴물 도감이다. 낯선 언어로 소개되는 새와 조개, 고양이, 다람쥐와 개구리는 익히 알던 동물과는 다르다. 나뭇잎 같은 식물, 설탕과 머리카락 같은 무생물도 있는데, <육식콩나물>(2021)의 존재 정도는 당연해 보인다. 그림책 작가를 지망하던 배이삭 작가(사진 왼쪽)를 끌어들여 기괴한 동물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냥냥단의 이름으로 내놓은 첫 작품이다. 각자 불안하고 어두워서 심하게 앓았던 20대는 이제 창작의 토대가 된 듯하다.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넘쳐난다. 지금은 100년 후 지구를 상상한 <<22세기 인간>>과 거기서 파생한 <스위밍>을 바삐 작업하고 있다. <스위밍>은 또 다른 시리즈의 씨앗이다. 서새롬 감독이 깃발을 들고 걷기 시작하면 배이삭 작가가 주변을 살피며 속도를 조절한다. 역할을 성격에 따라 나뉘었지만 결국 영향을 주고받으며 섞이고 있다고 한다. 궁금한 냥냥단의 미래를 슬쩍 들여다봤다.


<<세계의 희귀 동물들>> (2018-2019)


두 분은 어디서 만나신 거예요?

seO 대학 동창이에요. 계속 친구로 있다가 한 5년 전부터 만남을 시작했어요.

izac 2006년 동기인데, 여기도 세계를 돌아다니고 저는 저대로 대학 자퇴하고 돌아다니고 하다가


돌아와서 돌아와서

seO 이 친구가 그림책 학교를 갓 졸업을 했을 때 제가 <<세계의 희귀 동물들>>을 하게 됐는데, 마감까지 작업을 다 쳐낼 수 없어서 “같이 좀 하자!”

izac 긴급 투입됐어요. 사람 살리려고. (웃음)

seO <육식콩나물> 하기 한 1년 전쯤부터 같이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10편까지는 만들다가 창의인재 할 때는 좀 더 퀄리티가 높아야 돼서 마지막 세 편부터 같이 하게 됐거든요.


첫 작품부터 크레디트에 있지 않나요?

seO 아마 감사한 사람들이거나 그랬었을 거예요.


감사한 이유가 있었을 텐데, 뭘 도와줬나요?

seO <다람쥐 과장> 애니메이팅은 이 친구가 했어요.


<<세계의 희귀 동물들>>은 에피소드마다 스타일이 달라요. 즉흥적으로 끌리는 스타일로 하신 거예요?

seO 맞아요. 한 5편 정도는 스토리를 구상을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겠다 했고. 하나는 진짜 도저히 완성 못하겠는데 좀 야매로 하자 해서 (웃음) 그런 식으로 해서 뒤섞은 것도 있고, 진짜 그때그때 찾았어요.


더빙 언어는 하나도 안 겹치잖아요.

seO 겹치면 메리트가 사라져 버리니까. 성우 찾는 시간도 분배해야 한다는 것도 그때 깨달았어요. 어찌어찌 찾다 보니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났어요.


작품하고 언어를 매칭하는 방식도 복불복인가요?

seO 고민은 없었어요. 왜냐면 ‘이거는 랜덤이다!’

izac 이제 알았어.

seO 어떤 언어가 어울릴 거다라는 취지보다는 ‘이 동물을 설명을 해주는데 다른 언어로 하면 시너지가 붙겠지’ 그거대로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랜덤은 어떤 식으로, 주사위라도 던졌나요?

seO 우선 몇 분은 섭외했고 작업하면서 혹시 친구 중에 외국분 계시냐고 여쭤봤죠. 그렇게 다음 타자가 그다음 작품 언어를 정하는 거예요. 작품의 내용과 맞는 걸 찾지는 않았어요. 작품이 완성돼서 성우 하실 분한테 찾아가면 그분이 영상에 맞게 목소리 연기를 하시는 것 같았어요.


창의인재 했을 때는 이런 언어였으면 좋겠다 하는 건 있었어요. 몽골어를 꼭 썼으면 좋겠는데, 러시아어는 했기 때문에 <구글곰>에 쓰면 좋겠다. <육식콩나물>은 아예 일본어라고 못 박고 시작을 했기 때문에


왜요?

seO 일본어가 가장 어울리더라고요. 그때 파파고에 치면 번역해 주는 소리 듣는 거에 빠져 있었나 봐요. 한국어로 넣으려다가 일본어 넣으니까 괜찮더라고요. 다른 언어도 막 넣어봤는데 ‘아 이건 일본어다’


최소한 들어는 보신 거군요.

seO <육식콩나물>만. 왜냐하면 나머지는 들어볼 시간이 없었어요. (웃음)


성우분들은 다 국내에 계시고 직접 만나서

seO 어느 정도 한국어를 좀 하셔야 됐어요. 제 영어가 완벽하지도 않고 작품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번역을 해 주실 수 있잖아요. 한국말이 서툴더라도 쓰기는 잘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살아있는 입술>에서 스웨덴어 하신 분은 그분이 어학당 사이트에 영어 과외 공고 올려놓은 거를 보고 연락을 드렸어요. 영어 수업 한 시간에 얼마면, 작업 한 시간밖에 안 걸리는데… (웃음) 다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저도 외국 여행을 하다 단발만 하는 초급 미용사의 컷팅 모델을 한 기억이 있거든요. 저도 재밌겠다 싶어서 했으니까 다 재밌어하시지 않을까.


에피소드들 중에 <다람쥐 과장>의 성우가 제일 프로페셔널하게 느껴졌거든요.

seO <다람쥐 과장>은 저의 경험담입니다. 여행하면서 한 마리 한 마리 했다기보다 즉흥적으로 만든 이야기도 있으니까요. 그분은 베트남 분이 소개해주셨을 거예요. 쥐새끼라는 스페인어 단어도 기억이 나는데, 연기를 되게 맛깔나게 해주셨거든요. 섭외를 하면 스크립트만 던져드리고 바로 만나요. 소규모 방송하는 녹음실에서 만나서 이게 그 의미냐 확인하면서 수정 작업을 들어가고 거기서 녹음하는 거예요. 그분은 우연히 아주 잘 얻어걸린 것 같아요.


스크립트는 일단 한글로 써서 번역기 돌린 다음에

seO 우선 한글로 드려요. 기본적으로 한국어를 하시는 분들이니까.


그분들이 번역을 하시는 건가요?

seO 맞아요. 한국어에서 자기네 언어로 번역하고 헷갈린다는 부분이 있으면 제가 영어로 설명을 적는다든가 해서 보내드려요. 한국어가 다른 언어로 번역했을 때 없는 단어도 있고 표현하기 되게 어려운 단어가 있잖아요. 사실 그것도 하면서 알게 됐어요.


<곤>의 경우는 펑크가 나서 본인이 직접 하신 건가요?

seO <곤>은 한국어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신림동 얘기여서

izac 새롬이 살았던 데예요.

seO 거기 다 신림동 사진이거든요. 이거는 한국어로 해야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자아를 투영하여

seO 네, 그것도 투영하여


<다람쥐 과장>이나 <곤>, <깨달음의 나무>같이 일상계가 있고 <외다리 조개>, <살아 있는 입술>, <총명한 개구리> 같은 괴수계가 있고 <어떤 설탕>이나 <볼리비아 머리카락>, <꽃기린>, <구글곰> 같은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것들의 조합이 재미있어요. <<세계의 희귀 동물들>>은 앞으로도 더 할 계획이신가요?

seO 갓 퇴사해서 적금해놓은 걸로 만든 거예요. 13편은 공모전의 수입으로는 이룰 수 없는 거니까. 성우 비도 다 드려야 되고. 저는 처음이라서 너무나 싸게 드렸던 거예요. <육식콩나물>하고 보니까 애니메이션 만드는데 어느 정도의 금액을 들여야 되는지 알게 되었어요. 한 편 만드는 데에 필요한 최소 금액이 있잖아요. 하고는 싶지만, 지금은 못하겠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지금을 영위를 하면서 할 수 있는 거를 먼저 하려고 킵 해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활용을 안 하고 있는 건가요?

seO 회사에서 알고 지내던 중국 친구가 이거를 중국어로 번역을 했으면 좋겠다. 중국 사이트에 올려보면 좋겠다 해서 중국어로도 다 번역해놨었어요. 근데, 자막도 입혀야 되잖아요. 그때가 <육식콩나물> 작업해야 되는 시즌이라 계속 미루어지게 되는 거예요. 활용은 하고 싶지만 못하고 있습니다.


<육식콩나물>이 <<세계의 희귀 동물들>> 구상을 할 때 제일 처음에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하셨어요.

seO 저는 보통 이미지로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서 하는데 <육식콩나물>은 이미지보다는 글로, 언어유희처럼 글을 써놓고 재밌게 풀면 좋겠다 했던 작품이었어요. 처음에 '썸 슈가’, ‘수식새’, ‘육식콩나물’ 세 개가 있었는데, 시리즈를 낼 거라는 생각도 안 하고 우선 <썸 슈가>를 만들어 봤어요.


2018년 웹애니메이션 공모전에 당선됐는데, 작품을 10편 정도 만들어야 되더라고요. 다섯 마리밖에 생각을 안 했는데, 다섯 마리를 더 만들어야 돼서 급하게 다른 나라로 여행 가기도 했어요. 그때 제일 쌌던 블라디보스토크도 가고 대만도 갔었어요. ‘육식콩나물’은 공모전 기획 발표할 때는 있었는데, 여기에 들어갈 만한 사이즈는 아닌 것 같아서 다른 거랑 바꿔치기했어요.


2019년에는 창의인재 프로그램 참여하면서 만든 3편까지 1년 동안 총 13마리를 만들었어요. 그때 제가 퇴사를 하고 공모전에 낸 거여서 꼭 됐으면 좋겠다. 붙어라 붙어라 하면서 이어나갔죠.


붙으면 서울에 남고 떨어지면 떠나고, 살짝 운에 맡기는 타입이시군요.

seO 학교는 다닐 생각을 안 하고 아르바이트하고 돈 모아서 여행 가고 마구잡이로 살았었거든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니까 항상 향후 1, 2년 정도만 보고 있는데, 이런 생활 패턴에 대한 부작용이 요즘 들어서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같이 작업하는 친구는 계획형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겠네요.

seO 주먹구구로 살다가 데드라인에 급박하게 맞추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두 번째가 됐잖아요. <육식콩나물> 때도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계획을 세워. 일을 막 받지 말고 앞을 보고 하자” 했는데, 그게 참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izac 저의 깊은 우려와 잔소리를 아주 많이 듣고 있답니다.


쌍문동에 터를 잡으면서부터 냥냥단이 출발한 거예요?

seO 맞아요. 거의 2019년 말 2020년. 코로나 왔을 때 마스크 끼고 택시 타고 왔었거든요.


그때 KOCCA 지원받았던 게 <육식콩나물>인가요?

seO 네, 냥냥단으로서 처음 지원을 받았어요.


창 밖의 숲을 바라보면서 <육식콩나물> 배경을 생각했을 것 같아요.

seO 아니요. 앞에 풍경보다는 모니터를…

izac 볼 틈이 없었어요

seO 그때는 그렇게 새소리만 듣고…

izac 지금도 그렇지만


seO 작업 자체가 항상 즐거운 건 아닌데, 고생한 끝에 오는 약간의 쾌감이 <<세계의 희귀 동물들>>할 때는 있었거든요. 지금도 재밌지만

izac 여러 가지를 느꼈지. <육식콩나물>을 만들고 나서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사람들 반응을 확인할 때가 있었어요. 인기가 많은 작품들 아니면 거기 오신 분들이 즐거워할 거에서는 반응이 확 나오는데, <육식콩나물>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니까 둘이 이렇게 축 늘어져서..


반응이 안 좋았어요?

seO 안 좋기보다는, 연달아 상영이 되잖아요. <육식콩나물>은 단편이라고 하기에는 러닝 타임이 짧다 보니까 함께 상영되는 작품들 대비 순식간에 지나가거든요. 앞에는 그때 되게 재미있었던 <울렁울렁>이라는 작품과

izac 뒤에는 에릭 오 감독님의 <오페라>가 있었어요.

seO 길고 완성도 탄탄한 그리고 몰입이 확 되는 작품들 사이에 4분 30초짜리가 껴 있던 거예요. 작품이 끝나면 여운이라는 게 있는데, 관객들이 보시기에는 반응할 새도 없이. 재밌는 거 하하 웃고 그 여운 뒤에 너무 순식간에 지나간 다음에 더 긴 작품으로 마무리가 되니까 이거 뭐야 이렇게 된 거죠. 그리고 큰 극장에서 상영됐을 때의 타이밍. 저는 웹 애니메이션 리듬으로 생각을 하다 보니까 호흡을 좀 빨리 만들었거든요. 그리고 AI 성우 음성으로 릴로 만들어서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호흡이 더 빨랐는데, 실제로 성우가 들어가니까 호흡이 늘어지더라고요. 그걸 이미 만들어놓은 릴에 넣다 보니 더 타이트해져서 화면의 크기에 따라 타이밍 감각이 달라진다는 거를 많이 느꼈죠. 지금 막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스위밍>은 언제 지원받으셨나요?

seO 올해 4월에 됐어요. 지금은 애니메이팅을 하고 있고 여기는 배경

izac 채색 들어가는

seO 단계로 하고 있는데, 제가 애니메이팅을 항상 원동화를 하는 공정보다는 리얼 타임으로 키만 잡아서 올리고 에펙으로 핀을 꽂아서 컷아웃 식으로의 작업을 많이 했었어요. 근데 지금 이 작업은 키만 잡아서는 안 되는 움직임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고요. <육식콩나물>은 두 사람이 어떻게든 쳐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스위밍>은 분량이 <육식콩나물> 두 배 정도여서 이번에는 두 사람으론 안 되겠어서 처음으로

izac 외주로 맡겨서 같이 하고 있어요.


<스위밍>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seO 작년에 100년 후의 미래를 소시민적인 관점으로 예술가적인 관점으로 상상을 해서 웹 애니메이션 연재물을 기획했어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지원작으로 선정된 <<22세기 인간>>의 에피소드 중에 <스위밍>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여기서 하기는 아까워서 <<세계의 희귀 동물들>>처럼

izac <육식콩나물>처럼 살짝 빼가지고

seO 더 큰 걸로 만들어야겠다 해서 올 초까지 구상을 했어요. 아이디어를 스토리로 진행시키기에는 또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게 좀 오래 걸렸어요.


SBA에서 다시 지원받은 것도 웹애니메이션 공모전인가요?

seO 이번에는 10편 제작이 아니고 3분 이상이면 된다고 했어요. 한 3~4 편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희가 장기적으로 애니메이션으로 살아남을 뭔가를 생각했을 때 연재를 빨리! 많이! 할 수 있는 포맷을 잡아서 기획했던 콘텐츠였거든요. 처음에는 <장기 DIY>

izac <젤리 청소기>

seO <퍼퓸 피싱> 향기로 피싱을 하는 내용이랑 <스위밍>까지 했어요


<스위밍>은 어떤 부분에서 따로 빼서 길게 가져가고 싶었나요?

seO 제가 뇌 과학에 관심이 좀 생겨서 유튜브를 많이 보고 있었거든요. 또 10년 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한 적이 있었어요. 미래에는 무의식까지 오픈돼서 사람들을 구경하러 다닐 건데, 다이빙을 하듯이 접속을 해서 구경하면 재밌고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 같았어요. 누군가의 무의식에 들어가서 구경을 한다는 구조에 사람마다의 에피소드가 생길 수가 있고 다이빙으로 물속에서 동굴로 들어간다라는 포맷도 나오고 그래서 시리즈로 좋을 것 같았어요. 파일럿 개념으로 단편 개념으로 한번 만들어보자. 저희가 아이디어가 두드러지는 부분들은 많지만 기승전결이 있는 걸로 만들어본 적은 없어서, 이걸로 기승전결 구조가 갖춰져 있는 걸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SNS는 소유자가 편집한 결과물을 본다고 한다면 <스위밍>은 실시간으로 오픈된 무의식의 소셜 네트워크에 접속을 하는 내용이에요. 등장인물이 전 연인의 무의식에 들어가서 구경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하려다가 오히려 자기 무의식을 터트려버리는 내용이에요. <육식콩나물>의 화법처럼 다큐 식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나오거든요. 모큐멘터리, 드라마적인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스타일입니다.


<<세계의 희귀 동물들>>시리즈가 아닌데 아랍어로 더빙하는 이유는 뭐예요?

예전에 『2030 축의 전환』(2020, 마우로 기옌) 저자의 영상을 봤는데, 지금의 출산율을 봤을 때 앞으로 지구 인구의 대다수는 아프리카와 중동 쪽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2100년쯤에는 지구 온난화가 극심할 텐데 우리가 어떻게 살까 상상을 해봤어요. 보통의 문화권은 다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잖아요. 그때는 이슬람 문화권이 중심이 될 것 같다. 그러면 아랍어로 한번 해보면 어떨까. 마침 저희가 <육식콩나물>로 제1회 홍해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서 가게 됐었거든요. 사우디아라비아를 처음 가봤어요. 그러면서 이 세계는 뭐지 생각한 부분도 있고 해서 아랍어로 가게 된 거예요.


사우디에서 섭외를 한 건 아니시고

seO 원래 아랍어까지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사우디 가기 전에 관객과의 대화도 하니까 그래도 인사말이라도 하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언어 가르쳐줄 사람을 찾았죠. 영화제가 항구 도시 제타라는 곳에서 열리는데, "저 제타 사람이에요"라고 오신 분이 있는 거예요. 국적은 예멘이지만 사우디 제타 토박이 친구를 만났고 그렇게 인연이 돼서 가이드 녹음까지 하게 됐어요.


그러면 본 녹음은

seO 아랍어를 하면서 알게 됐는데, 우리는 국가별로 세계를 나누지만 거기는 종교 문화권이라 종파로 나눠요. 이슬람 문화권 안에는 수많은 언어가 있어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이집트, 너무나 다른 나라들이 이슬람인데, 다 똑같은 말을 쓰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아랍어 표준어를 잘 쓰는 사람을 구해야 된다 해서 그 친구가 소개해줬어요. 음악 감독님을 찾으면 다시 녹음할 것 같아요.


<육식콩나물> 캐릭터 디자인

작업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요. 이야기와 아트웍으로 나누나요?

seO 보통은 제가 스토리 위주로 하고 배이삭 작가가 색감과 아트웍을 하고 크게 나누긴 하는데, 이번에 <스위밍> 작업을 할 때는 제가 이야기로 많이 참여를 하고 여기에 감수를 한다고 할까요.

izac 서새롬 감독이 항상 아이디어에서 끌어나가는 게 있어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 못하는 걸 터뜨리는 능력이 되게 좋아요. 근데 사람들이 이해를 해야 재밌는 거잖아요. 약간은 쉬워야 된다고 제가 많은 잔소리들을 해요.

seO 어떤 사람을 설득을 시키기 위한 연결고리가 필요한데, 제가 서사 부분이 약해서 그 부분을 이 친구가 많이 봐주고 보완해 주면서 스토리도 함께 하게 됐어요. 전체적인 아트웍은 이 친구가 잡고 저는 캐릭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이디어를 내는데, 그것도 결국은 같이 하게 되더라고요.

izac 영상은 여기서 다 할 수 있어요. 저는 그림만 그릴 줄 알죠.


그림책 작가를 지향을 하셨으니까 누가 봐도 딱 알아볼 수 있는 스타일이 있나요. 아니면 본래 다양한 스타일로 작업을 하시나요?

izac 그것 때문에 초반에 엄청 티격이 많았어요. 자기 스타일이라고 해야 되나 보통 일러스트 작업하시는 분들이 갖고 계신 생각들에 대해서 마음은 있었는데, 애니를 하고 예술이나 작가적인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랑 즐거운 작업을 만들까 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에서 섞인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seO 많이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자기가 스타일이 있는데, 정말 결이 다른 저랑 같이 하다 보니까. 근데 둘이 공통된 거는 즐거운 걸 만들었으면 좋겠다. 조금은 대중적으로 더 가깝게 가는 방향, 목표 지점은 같아요.스타일은 예술적인 부분에 강점이 있는데, 정말 많이 바뀌었죠. 바꿨죠.

izac 여기도 바뀌고. 잘 섞이는 중이에요.

seO 저는 약간 기괴하고 마이너한 카툰스럽게 그리는 스타일이라 그런 부분에서 고민하고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림에 대한 소명은 언제 깨달으신 거죠?

seO 저는 어렸을 때 거의 유목민처럼 이사를 많이 다녔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 때 할머니 집에 정착을 하게 되니까 아빠가 동네에 애정을 갖고 시간을 좋게 보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만화책방에 데려갔어요. 그때부터 만화책 미친 듯이 봤어요. 첫 알바도 만화책방 알바였어요. 중학교 때 5천 원 받고 하루 봐주기. 그래서 자연스럽게 만화 그리고 만화 동아리도 만들고. 코믹월드 아세요. 서울에서는 되게 크게 하는데, 아래쪽에서는 부산 코믹이 유일하게 크게 해서 몇 번 나갔어요.


중 2인가 중 3 때,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충격을 먹었어요. 저희가 진짜 촌이었거든요. 문화적 혜택이 만화책밖에 없었어요. 그 큰 스크린에 이걸 봤으니 얼마나 압도적으로 느껴졌겠어요. 여섯 번을 더 봤다니까요. 친구들이랑 같이 필 받아서 애니메이션과로 가봐야겠다 하고, 새로 생긴 울산애니고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 단편 작품들 많이 봤어요.


izac 저는 유치원 다니기 전부터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어요. 칭찬받는 거 좋아해서. 공룡 그리면 사람들이 아이고 잘 그렸네 했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어린애 치고는 똑같이 그리는 걸 잘했어요. 서울에서 시골에 있는 간디학교에 가면서 고등학교 때 마지막 2년 동안 정말 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선배랑 빈 방을 하나 골라서 거의 대부분의 수업을 땡땡이치면서 미술 수업만 가득 채워서 배웠는데 그때 꽤 즐거웠던 거랑, 잘한다 잘한다 하는 칭찬 만한 큰 동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보는 사람과 같이 즐거운 작업을 추구하시는 거군요.

izac 그거는 이제 알게 된 것 같아요. 제가 그림책 학교를 좀 늦게 갔어요. 2017년에 20대 후반이었는데, 그림 배워서 직업으로 하고 싶으면 지금이 마지막이겠구나 싶어서 돈을 쓰고 그곳에 갔어요. 그때까지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거만 있었는데, 거기 계신 선생님이 "다른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을걸"이라고 하는 교육 방법이 아주 주효했습니다.

seO 졸업 작품으로 상도 타고

izac 작은 상 타고 겨우 시작은 했어요.

seO 하려고 하는데, 제가 확 데려왔죠.

그림책 학교 졸업작품은 어떤 내용인가요?

izac 제대로 둘이 외국으로 나온 건 처음이었는데, 네팔이었어요. 그때 저는 산, 히말라야, 트레킹에 막연한 환상이 있었고요.

seO 저는 아무 생각 없지만 여행은 좋아했죠.

izac 이미 몸으로 많이 굴러본 친구라서 갔는데, 안나푸르나 서킷이라고 해서 최소한 2주일 정도에 10일 코스를 가는데, 트래킹 기간이 20일 정도 됐을 거예요. 처음에는 준비를 안 하고


둘 다 준비를 안 하고 갔어요?

izac 그 높은 곳에 간다는 게 어떤 건지 몰랐어요. 새롬이 아버님께서 산을 좋아하시는데, 패딩부터 하나 사주시는 거 보고 저도 그때 여기는 보통 곳이 아니구나 준비를 해야 되겠구나 했죠. 가서 걷기 시작했더니 마주한 것은 너무나 좋고 아름다운 길인데, 고산병이 왔어요. 저부터 한 번 뻑이 났어요. 이 친구가 간에 있는 산장 같은 데서 하루 종일 간호해주고 거기까지는 괜찮았는데

seO 제가 너무 아파버렸어요.

izac 4천 미터부터 5천 미터 올라오는 토롱 라 패스라는 가장 높은 고개가 있었는데, 올라가는 중간에 탈이 난 거예요.

seO 계속 못 먹고 지내다가 거기서 피크를 찍었어요. 새벽에 출발을 해야 되는데, 진짜 얼음바닥에 경사가 삐끗하면 골로 가겠다는

izac 확실하게 갈 수 있는

seO 되게 위험한 구간이었는데, 얘는 돌아가자 그러고 우리를 데려가 주시는 세르파 분도 돌아갈 수 있다 하는데, 저는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아깝기도 하고


건강해도 될까 말까인데

izac 정말 그때는 '내려가야 되는데 대체 얘는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seO 왜냐하면 거의 꼭대기여서 이렇게 내려가나 저렇게 내려가나 였기 때문에

izac 아파하면서도 걷는 걸 보고 있으면, 한창 풋풋한 초창기라 마음이 막 찢어지잖아요. 동시에 저도 힘드니까 세 발짝 걸어가고 나서 헥헥 댔는데, '이놈의 가시나 왜 말을 안 듣지'.

seO 지금이라면 말을 했을 텐데 초창기라서 말을 못 하고

izac 셰르파 분 드릴 돈 생각도 하고 있었고 새롬이 아버님을 아직 뵌 적은 없는데, 얘 관이랑 같이 뵙게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제일 컸었어요. 다행히 5천 미터에서 셰르파 분과 빠이빠이 하고 내려오니까 거짓말 같이 좀 살아났어요. 그때 제가 이 커플에서 역할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계획하는 거나 위협에 대비하는 것. 여기는 행동력이 있지만 어디든 걸어갈 수 있으니까 내가 붙잡아야겠다 그런 거에 대한 얘기였어요.

seO 그림책으로 미화시켰죠.


그리고 2018 말에 졸업하자마자 냥냥단으로 포섭했군요.

izac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혼돈의 시기에

seO (다급하게) 빨리빨리 도와줘, 그려야 돼. 마감해야 돼.

두 분 다 고양이 좋아하셔서 냥냥단인데, 키우지는 않으시네요.

seO 저희가 정착을 하다 보니까 엄청난 책임감을 가지고 있거든요.

izac 살다가 인연이 된 유기묘라도 보이게 되면, 그때 저희 집에 품어줄 수 있는 상태면

seO 너무나 너무나 사랑하는데!


영어 이름은 Meow Swarm이예요.

seO 냥냥단은 영어로 하면 발음 어렵지 않나 해서 했는데, 지금 유튜브에 올라가 있는 이름도 다르니까 검색도 어려워서 바꿔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izac 작업은 계속 나와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데, 그림을 그리는 노력만이 아니라 이거를 어떻게 팔지 생존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seO 내년에 한 번 고민을 해보자.

 

인터뷰 2022년 9월 12일 @쌍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