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시 파켓 리뷰 :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
2008 | 13mins | dir. PARK Jeeyoun
장편 영화가 스토리를 말한다면, 단편 영화는 종종 그렇게 하지 않는다. 특히 단편 애니메이션은 시각적 표현의 가능성이 고조되어 스토리는 배경에 희미하게 묻고 다른 요소들을 전면에 배치하곤 한다. 어떤 작품이 감정의 직접적인 소 통을 시도하는 동안, 어떤 작품은 새롭게 보는 법 또는 특별 한 관점을 보여준다.
박지연의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은 감정의 전달보다는 인생 경험의 포착과 표현에 신경을 쓰고 있다. 작품은 도시로의 이주와 가난한 동네에서의 생활이라는 경험을 다룬다. 욕망과 관계 그리고 관계의 끝을 다룬다. 이 13분짜리 영화는 아마도 감독 자신의 경험에 영감을 받았을 테지만, 작품의 낯선 이미지와 비현실적인 느낌은 도시에 사는 젊은 여인의 삶에 대한 보편적인 뭔가를 성공적으로 잡아내고 있는 듯하다.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우리는 일상의 장면들을 단순히 제시하지 않는다. 뭔가 좀 더 거시적인 것의 진수를 대변하거나 포착한 순간들과 장면들, 이미지들을 선택한다. 아마 이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미지는 (재개발과 가난한 이웃의 강제 철거의 일환으로) 거대한 크레인으로 공중에 들려, (재개발 용역사의 인부들의 파업으로) 그대로 남겨진 주인공의 집일 것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서울에서 벌어진가 난한 공동체에 대한 가혹하고 때론 잔혹한 재개발에 익숙한 관객들은 주인공이 처한 터무니없는 곤경에 내재된 블랙 유머를 이해한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보다 많은 걸 담고 있다. 공중에서 앞 뒤로 흔들리는 집은 살기 불안하지만, (헤어드라이어의 바람에도 공중으로 떠오르며 가끔씩 무게가 없는 듯한) 주인공은 적응해서 잘 살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별거한) 남자 친구가 오면 집은 균형을 잃고 기울어진다. 그들의 관계는 끝에 다다랐지만, 식욕 때문에 여전히 유지된다. 그는 그녀가 그를 위해 만든 파이를 먹으러 온다. 집의 한쪽이 위험스럽게 기울어지지 않고는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는 그들은 어떤 종류의 중간 상태를 유지한다. 그들은 함께인 것도 아니고 헤어진 것도 아니다.
인생 경험은, 때로는 생생하면서 엉망진창에다 예측 불가하다. 우리가 결론을 끌어낼 수 있는 깔끔한 패턴으로 쉽게 정 돈 되지 않는다. 이 작품 역시 고르지 않게 느껴지고 어떨 땐 한 장면 또는 한 아이디어에서 다른 것으로 돌연히 움직이는 듯하다. 결말은 특히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도시의 강하 고 무분별한 힘에 의해 여기저기 밀쳐지는 불안정한 삶을 다룬 이 작품에는 전적으로 적합하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주인공은 도시에 휘둘리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품위와 위엄을 갖고 인생의 도전들에 대처하고 있다.
달시 파켓
Koreanfilm.org 웹사이트 운영자로, 『뉴 코리안 시네마: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저자. 『버라이어티』 통신원을 지냈고 영화잡지 『씨네 21』에 기고한 바 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우디네동아시아영화제 및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2012)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출신으로, 1997년부터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