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AF 2024
2015년에 시작된 타이중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는 2024년 10회째를 맞이했다. 영화제는 10주년을 기념하여 10월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개최되었고 단편경쟁부문 외에 열 가지 초청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두 편의 개막작 <플로우 Flow>(긴츠 질바로디스 Gints ZILBALODIS, 2024)와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Haikyu!!: The Dumpster Battle>(미츠나카 스스무 Susumu MITSUNAKA, 2024)를 비롯해 150편 이상의 작품을 상영했다. 한국 작품은 경쟁과 초청을 포함해 9개 섹션에서 17편이 상영되었다.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와 더불어 [TIAF 전망대] 섹션에 초청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프로그램 상영과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소개를 겸해 10월 23일 타이중을 방문했다.
10/23(수) Day 1
가을 서울의 20도 정도 되는 최고기온은 타이중에선 최저기온이었지만, 바람이 강해서 예상보다 선선했다. 도착 첫날 저녁 8시 20분 타이중기차역 뒷편 복합쇼핑몰 타로코신시대 4층에 있는 극장 VIESHOW Cinema에서 [TIAF 전망대: 서울인디애니페스트] 첫 상영을 관람하고 상영 후 20분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TIAF는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5회, 평일은 6시 이후 2회 상영을 했다.
상영 전에 따로 행사 안내는 없었는데 관객들은 상영이 끝나도 서둘러 움직이지 않았다. 전반적인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공동 감독으로 참여한 <쿠키 커피 도시락>의 동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 후에 20대 남성이 한국, 대만, 일본은 같은 동양 국가인데, 작품이 나라별로 다른 점이 있냐 50대 여성이 김경배 감독의 <아멘 어 맨>이 현재 한국의 종교 문제와 관련이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 행사 후에는 영화제 포스터를 들고 관객과 기념촬영을 했다. 상영관 냉방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부터 달달달 떨었고 결국은 극장 위층 매장에서 두툼한 셔츠를 장만했다.
10/24(목) Day 2
2017년 <아이스캔디 枝仔冰 Popsicle>, 2019년 <결정장애? 多幾咧?Do-ji-le>, 2021년 <돌고 돌아 轉啊 Spinning>으로 인디애니페스트에 참여했던 타이중 출신 양츠신(楊子新 YANG Tzu-Hsin) 감독을 만나 점심을 함께 하고 <돌고돌아>를 의뢰한 타이중시정부청사를 지나 국립대만박물관을 거쳐 TIAF2024 상영작 제작과정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부부아트카페에 들렀다. [단편경쟁 4]에서 상영되는 양츠신 감독의 <용화 龍火 Dragon Fire>의 캐릭터 디자인과 2024년 아시아로에서 상영된 왕웨이판(王偉帆 WANG Wei-Fan) 감독의 <저기, 아빠 嗨爸 HEY DAD>의 스토리보드도 볼 수 있었다.
저녁 8시 20분, 2024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수장작인 알렉산드르 라미레스(Alexandra RAMIRES)와 로라 곤살베스(Laura GONÇALVES)의 <따개비 Percebes>와 니콜라 케펜(Nicolas KEPPENS) <아름다운 남자들 Beautiful Men>, 정유미 감독의 <파도>가 포함된 [뉴앵글: 인터내셔널 파노라마]를 관람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날 타이중을 16km 넘게 걸었지만 숙소 대신 마지막 상영을 선택한 것이 다행으로 느껴질 만큼 멋진 작품들이었다
10/25(금) Day 3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또 다른 영화제 숙소인 OLAH Poshtel 지하에서 프랑스 배급사 미유의 대표 루스 그로장(Luce GROSJEAN)의 [Pathfinders: From Pre-Production to Distribution 패스파인더: 기획부터 배급까지] 발표와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미유가 하는 일, 유럽 단편 애니메이션, 유럽 영화제 참가하는 법을 소개했다. 관객의 80퍼센트 정도가 작업하는 20대 여성들이어서 한 사람이 질문을 두세 개 씩하는 등 열기를 띠었다.
[단편 경쟁 4]에 앞서 6시에 시작하는 [학생 경쟁 2]를 봤다. 두 프로그램 모두 대만 감독들만 참여해서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는 중국어로만 진행되었다.
10/26(토) Day 4
12시 반다이남코의 크레디트가 붙은 장편 <수 분간의 응원을 A Few Moments of Cheers>(POPREQ, 2024) 상영에 이어 작품의 감독과 프로듀서가 참여한 [Road to Success: A New Perspective on Asia] 토크가 한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작품은 뮤직비디오 만들기에 열정을 쏟는 고등학생과 음악을 포기한 선생의 이야기로, 창작자 자체를 주제로 한 <룩백>을 떠올리게 했다. 판데믹 이후 쏟아진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의 애니메이션 버전인가 싶었다. 감독 POPREQ은 3인조 스튜디오 Hurray!의 공동대표로 주인공처럼 3분짜리 뮤직비디오 제작을 만들다가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제작/기획하는 원더블오스튜디오와 60분짜리 장편을 만든 아직 창창한 청년이었다.
2시 반에는 [스튜디오 인 포커스] 중 하나인 배급사 미유 특별전과 [Euro View: New generation] 토크가 진행되었다. 루스 그로장은 상영작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SUMMER 96>(Mathilde BÉDOUET, 2003)과 같은 로토스코핑 작업은 세자르영화제에서 실사영화인들에게 잘 먹히고 공산시절 80년대 폴란드를 그린 <The Car that Came Back from the Sea>(Jadwiga KOWALSKA, 2023)는 미국에서 선호하는 주제라며 배급사의 판매 전략에 대해 얘기했다. 이것이 미유가 전 세계 영화제에서 명성을 떨치는 이유일 텐데, 토크 제목과는 반대로 회사가 오래되면서 새로운 작가를 찾는 데 게을러지고 있으며 구성원들이 나이가 들면서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장편과 TV 시리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다는 회사의 고민과 방향을 공유했다.
6시에는 11층의 웨딩홀에서 단편 시상식이 열렸다. TIAF에서는 당일 상영작의 관객 인기투표 결과를 현장과 온라인에서 공개했는데, 계속 1등이었던 에릭 리(李涌瑞 ErikLEE)의 <선풍기 電風 Fan>의 관객상을 시작으로 13개의 작품상과 공로상이 발표되었다. 김준하 감독의 <포스트휴먼 병동 The Posthuman Hospital>이 학생경쟁 심사위원상을, 정유미 감독의 <서클 Circle >이 걸출한 작품으로 해석되는 아웃스탠딩워크를 받았고 <헤이, 대드>는 대만학생단편 대상을 <용화>는 대만단편 대상을 거머쥐었다. 매일 밤 술자리가 생기는 인디애니페스트와 달리 TIAF는 시상식 뒤풀이가 되어서 처음으로 술을 마셨다. 타이중을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대만의 중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도를 지킨다고 할까 모든 것이 서두르지도 않지만 늦지도 않은 보통의 속도로 움직이는 듯 했다.
8시 반에는 폐막작 <시로코와 바람의 왕국 Sirocco and the Kingdom of the Winds> (브누아 슈 Benoît Chieux, 2023)> 상영됐다. 상영 후 토크에는 참여한 프로듀서는 개막작 <플로우>와 프로덕션이 두 달 차이를 두고 진행됐다고 했다. 수작업 장편 애니메이션의 목표 예산은 600만 유로(약 90억)였는데, 자금을 구하는 데만 10년이 걸렸고 그렇게 마련한 건 500만 유로(약 75억)였다고 했다. 그나마 프랑스에서는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대만 영화제의 관객 반응도 나쁘지 않은 것이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10/27(일) Day 5
영화제 마지막 날 11시 30분 [TIAF 전망대: 서울인디애니페스트] 2차 상영을 하고 [Curating the Seoul Indie-AniFest: the Focus on Experimentation]라는 제목으로 서울인디애니페스트와 1980년대부터 2020년대 까지 한국의 독립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소개하고 아시아로를 통해 알게 된 대만 작품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상역 전에 관객이 많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고 토크에 참여한 사람도 꽤 있었지만 중간중간 나가는 사람이 보여서 지루하게 느껴질 디테일은 생략했다.
발표 후 프로그램 디렉터 왕 치수이(王綺穗 WANG Chi-Sui)는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물었고 20대 남성 관객은 정부 지원이 끊긴다는 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예전에 SICAF를 방문한 50대 남성은 당시 만난 한국 교수가 ”한국은 케이팝도 애니메이션도 연기가 좋다“ 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부터 진행된 여러 제작지원과 최근 뒤바뀐 정책 상황에 대해서 답했고 한국이 더 잘하는 건 모르겠다고 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머릿속에 어떤 분야든 탁월한 사례가 나오면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간다. 사람들의 기대치도 만드는 사람의 목표도 올라간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도 떠올랐다. 단기적인 성과를 재촉하는 현실에서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접두사 K가 붙은 드라마와 영화, 음악 브랜드가 자연스러워진 것은 1995년 문화산업진흥정책을 천명하고 1999년부터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한 결과가 아닐까. 사람을 키우고 그 결실을 보는데 적어도 10년은 걸리는 것 같다. 열 살 TIAF의 앞날을 응원한다.
Korean Animations at TIAF 2024
Short Films in Competition 2
서클 畫一個圈 Circle (정유미 JOUNG Yu-Mi, 2024) *걸출한창작상 OUTSTANDING WORK
Short Films in Competition 3
창가의 작은 텃밭 窗邊小花園 A Small Garden by the Window (이종훈 LEE Jong-Hoon, 2024)
Student Short Films in Competition 3
포스트휴먼 병동 後人類醫院 The Posthuman Hospital (김준하 KIM Jun-Ha, 2023) *심사위원상 JURY DISTINCTION
New Angles: International Panorama
파도 浪潮 The Waves (정유미 JOUNG Yu-Mi, 2023)
TIAF Observatory: Seoul Independent Animation Festival
우리들의 2 神魔童話! OUR 2 (송영성 SONG Yung-Sung, 2021)
아멘 어 맨 阿門,男人!AMEN A MAN (김경배 KIM Kyeong-Bae, 2022)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截止線 Going Well.. (이혜정 LEE Hye-Jeong, 2021)
유령들 白日夢 Ghosts (박지연 朴志緣 PARK Jee-Youn, 2020)
쿠키 커피 도시락 女人茶會 Cookie Coffee Dosirak (강민지 김혜미 이경화 한병아 KANG Min-Ji KIM Hye- Mi LEE Kyung-Hwa HAN Byung-A, 2022)
저주소년 父仇 THE CAVE (김진만 천지영 KIM Jin-Man CHON Ji-Young, 2022)
마법이 돌아온 날의 바다 魔法消逝之時 The Sea on the Day When the Magic Returns (한지원 HAN Ji-Won, 2022)
TIAF Observatory: Animafest Zagreb
리본 윗 유 共生的重生 Reborn with You (박인주 PARK In-ju, 2023)
Guest Programmer: Star Appeal Superb Performance in Animation
꿈 夢境 KKUM (김강민 KIM Kang-Min, 2020)
각질 假面 Persona (문수진 MOON Su-Jin, 2022)
연애놀이 戀愛遊戲 Love Games (정유미 JOUNG Yu-Mi, 2013)
Baby Universe: A Wonderland of Children’s Short Films
건전지 엄마 超人媽咪 Battery Mommy (전승배 JEON Seung-Bae, 2023)
TIAF One Decade of Animation: Award Winners Showcase
마스코트 吉祥物輓歌 Mascot (김리하 KIM Lee-Ha, 2019)
글과 사진: 이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