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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나의 베스트 애니메이션

  • 2025년 12월 29일
  • 8분 분량

영화잡지 『씨네 21』의 30주년 특집 기사를 읽다가 애니메이션 베스트 10을 꼽는다면 어떤 작품이 올라갈까 궁금했다. 기억나는 첫 번째 애니메이션은 뭘까? 답변에 따라 세대를 짐작할 수 있다. 좀처럼 변치 않는 인생작은 대개 십 대 시절에 만난다. 역대 최고작 목록은 다음을 기약하며 12월 초, 2025년 서울엔애니메이터를 장식한 이들에게 한 해 동안 보았고 그중에 좋았던 애니메이션 목록을 청했다. 국내 작품, 해외 작품 관계없이 단편, 장편, 시리즈 가리지 않고 극장과 TV, OTT, 스트리밍 서비스도 괜찮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애니메이션을 볼까. 본 사람의 취향과 행동반경만큼 다양한 작품이 나왔고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화제작들은 조금씩 겹쳤다. 기꺼이 또 수줍게 자신의 목록을 보내준 여덟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Our Best Animation 


1위 <광장> (2025, 김보솔) (4표)

공동 2위 <이 별에 필요한> (2025, 한지원) (3표)

공동 2위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 메기 강 & 크리스 아펠한스) (3표)

3위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 (2025, 요시하라 타츠야) (2표)

My Best Animation 


정다희 감독 Pick : 장편 1, 단편 3


Death Does Not Exist | 2025 | Félix Dufour-Laperrière | 75 mins

다시 태어나고 다시 태어나서라도, 묻고 답해야 하는 딜레마가 담긴 질문: '사회를 위해 개인이 희생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희생 없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애니메이션을 보는 내내 끝없는 사유가 일어난다. 한 번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서사 구조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간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미친 애니메이션, 시각적 완성도는 덤. 


The Night Boots | 2024 | Pierre-Luc Granjon | 12 mins

우리가 타자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은, 외로울 때 함께 있어주는 것. 편견 없는 아이, 어쩌면 똑같이 외로운 아이는 괴물과도 함께 머문다. 그러면 타자는 내가 가본 적 없는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이상하리만치 독특한 대사, 현악과 피아노의 섬세한 선율, 핀스크린 화면이 전하는 따스함. 자극적인 스펙터클 없이, 단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 영원히 간직하게 될 애니메이션. 


Pubert Jimbob | 2024 | Quirjin Dees | 15 mins

보는 내내 다음 장면을 예상할 수 없다! 올해 본 가장 실험적이고 수상하고 웃긴 애니메이션. 현대 도시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타인들과 함께 살아가며 느끼는 불안을 부조리하게 표현했다.


Children of the Black Sea | 2025 | Mihaela Mîndru | 10 mins

아이들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독특하고 감각적인 형태와 색감, 정적인 장면들은 차근차근 주제에 다가간다. 자유가 억압된 곳에서는, 안에서도 밖에서도 지루함을 벗어날 수 없다. 이제는 개인의 기억 속에만 남은 접경지대의 공동체를 탐구한다.


허범욱 감독 Pick : 장편 3, 단편 2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 | 2025 | 요시하라 타츠야 | 101 mins

올해 공식 개봉하거나 공개된 애니메이션 & 극영화 & 드라마 시리즈를 모두 통합해도 1위.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던 시리즈를 잊게 할 만큼 압도적인 연출로 완벽에 가까운 이야기를 선사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며, 그와 함께 끊이질 않는 도파민의 향연.


광장 | 2025 | 김보솔 | 74 mins

2025년 올해의 한국 애니메이션. 이것은 단편 & 장편, 상업 & 독립 모두를 포함한다. 깔끔한 시나리오와 기본에 충실한 서정적 연출의 조합. 우리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아름답게 뒤흔든다. 호불호 없는, 그야말로 대중적인 작품이다. 어떻게든 보기만 한다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질 것임을 확신한다.


100미터. | 2025 | 이와이사와 켄지 | 106 mins

최근 일본 영화계는 세대교체에 완벽히 성공했다. 그에 더해 작품성과 다양성이 공존하기까지 한다. 다시 찾아온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현재를 보여준다. 힘이 넘치며 자유롭다. 그래서 더 부럽다.


FATHER'S LETTERS | 2024 | Alexey Evstigneev | 12 mins

이 작품은 나의 5개의 리스트 중, 가장 개인적이다. NFB 단편에 매료되어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었던 스무 살 나의 감성을 다시 끄집어냈기 때문. 70~80년대 NFB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수작업 특유의 매력이 물씬 풍겨온다. 나를 순간적으로 2002년 명동 남산 애니메이션 센터 'NFB 특별전‘ 상영관으로 데려갔다. 모든 장면의 모든 연출들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후잉 | 2024 | 최지희 | 15 mins

올해 서울인디애니페스트 심사위원을 하며 본 한국 단편 중, 가장 나의 취향에 근접한 작품이었다. 이미 직접 쓴 심사평으로 그 뜻을 전했지만, 힘겨운 서사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힘이 참 좋았다. 애니메이팅 역시 그에 걸맞게 매우 진득. 한순간의 순발력보다, 긴 시간 쌓아 올린 고민과 노력이 모든 러닝타임에 녹아 있다.


정휘빈 감독 Pick : 장편 3, 시리즈 1, 단편 1


주토피아 2 | 2025 | 재러드 부시, 바이런 하워드 | 108 mins

좋은 소재와 퀄리티 높은 프랜차이즈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작품입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 2025 | 메기 강, 크리스 아펠한스 | 99 mins

이렇게까지 센세이셔널한 애니메이션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없었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인 것도 당연하지만, 작품 공개 후 생긴 문화적인 파동을 지켜보는 것 역시 재밌었습니다.


The Devil's Rock | 2025 | Andy Coyle | 23 mins 

애니메이션 '힐다'의 감독님이 'Don't Walk Home Alone after Dark라는 유튜브채널에 업로드하는 공포애니메이션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요, 북미 애니메이션식으로 공포/크리처/판타지 장르물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계시더라고요. 그중에 제일 최근에 나온 <데블스 락>이라는 작품을 추천합니다. 상업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독자적인 시스템에서 소규모의 팀으로 꾸준히 장르물을 제작하신 다는 점부터가 대단하시다고 생각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작품이라 추천하게 되었어요.


이 별에 필요한 | 2025 | 한지원 | 96 mins

2050년의 종로 일대부터 화성과 우주의 풍경까지, 러닝타임동안 넘치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감각을 깨워주는 작품입니다.


달달이는 내 룸메  | 2025 | 김다원 | 8 mins

재밌고, 귀엽고, 찡하고, 유머러스하고!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김창수 감독 Pick : 장편 3, 단편 2


작업 스케줄을 맞추느라 많은 작품을 보지는 못했지만, 다섯 편으로 한정하고 보니 이 작품들이 떠올랐습니다.


플로우  | 2024 | 긴츠 질바로디스 | 85 mins

개봉 영화관, 3월


이 별에 필요한 | 2025 | 한지원 | 96 mins

극장시사회, 5월


안경 | 2025 | 정유미 | 15 mins

콘진원 시상식, 9월


포자러브 | 2024 | 김승연, 박지선 | 6 mins 36 secs

인디애니페스트, 9월


광장 | 2025 | 김보솔 | 74 mins

인디애니페스트, 9월


이주석 감독 Pick : 장편 4, 단편 1


이 별에 필요한 | 2025 | 한지원 | 96 mins & 퇴마록 | 2024 | 김동철 | 85 mins

우리나라 장편애니메이션 현실과 가능성을 대중들에게 어필했다. 실사상업영화를 대체할 높은 완성도와 IP의 활용


케이팝 데몬 헌터스 | 2025 | 메기 강, 크리스 아펠한스 | 99 mins

제작비용을 떠나서 위 두 작품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충실한 캐릭터 설정과 배우 매칭. 매우 잘 포장한 OST. 상업작품의 좋은 선례. 


광장 | 2025 | 김보솔 | 74 mins

인물들 목소리 연기에 세심하게 노력한 모습이 잘 나타난다. 사운드작업자 입장에서 감동받음. 같이 작업하고 싶은 생각.


도래지 | 2025 | 서평원 | 9 mins

사운드부문으로 수상하게 된 의미 있는 작품. 좋은 음악으로 인해 모든 게 좋게 보이는 마법.


한지원 감독 Pick : 장편 3, 단편 1, 시리즈 1 *순서는 랜덤


Endless Cookie | 2025 | Seth Scriver and Peter Scriver | 98 mins

상업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하면서 잊어버렸던, 애니메이션적 사랑스러움을 다시 느꼈던 작품이었어요. 애니메이션은 진짜 이야기를 담기는 때로 어렵게 느껴지는 매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진짜를 담았다.”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멀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나와 허물없는 친구들, 가족들의 이야기처럼 듣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는데, 그 방식이 모두 제가 생각했던 기존의 “애니메이션적”인 방식과도 미묘하게 다른 듯 겹치면서 보는 내내 간질간질 웃었던 작품이에요. 같은 이야기를 실사로 봤다면 몇 겹의 편견이 생겨서 관객이 도달하기 어려운 겉껍질을 완전 분해해 버리고 영혼의 레벨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는데요. 실제 형제가 나눈 수다로 이뤄진 대사들은 너무 웃기고 실없어서 오히려 리얼합니다. 그 와중에 물론 깊은 다큐의 주제도 들어있는데, 주제가 주제가 아니라서 더 주제 같은 느낌. 표현할수록 무슨 작품인지 모르게 되어버리네요. 아무튼 강추.


광장 | 2025 | 김보솔 | 74 mins

레이아웃, 이야기, 캐릭터의 감정, 이 모든 것이 풍부한 와중에 기막히게 절제된 작품인데요. 이런 절제미를 엄청 동경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절제된 매력이라는 것은 항상 도달하고 싶지만.. 아마도 성향상, 항상 접근하기 어려운 경지처럼 느껴졌었는데요. 이 작품은 그것들을 너무 세련되게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God is Shy | 2025 | Jocelyn Charles | 15 mins

작품이 비주얼적으로 예민한 만큼 영화적인 연출의 결도 정말 섬세하고 치밀한 감각 안에서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가 어찌나 좋은지 어떻게 작업했는지 궁금할 정도였습니다. 엔딩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말로 표현한다면 재미없어질 수 있는걸 이미지로 표현해 낸 부분이 좋았기 때문에 끝까지 좋았어요. (뒷부분이 아쉽다면 앞부분이 너무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연의 편지 | 2024 | 김용환 | 96 mins

오랫동안 제작소식을 건너 건너 들었던 프로젝트가 드디어 사람들 앞에 나오게 되어서 응원하는 마음 가득 안고 보았는데, 그런 사심을 제외하고도 너무 꽉 찬 작품이었습니다. 음악도 물론 너무 좋고요. 육각형의 밸런스가 있는 작품입니다!


체인소 맨 | 2022 | 나카야마 류 | 약 360분 (총 12화)

(솔직히 레제편을 아직도 못 봤습니다..)

너무 좋으리라고 생각하고 장편작업 하는 내내 너무 지나치게 자극이 될까 봐 안 보다가, 끝나고 마음의 평정을 찾고 봤는데, 역시나 너무 좋았어요. 욕망에 대해 깨끗하게 바라보면서 트렌디하게 깊이를 담아냈다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도파민과 깊이가 함께하는 감각이 좋아요.


김보솔 감독 Pick : 장편 1, 단편 4


경계 | 2025 | 이세은 | 11 mins 33 secs

감독님이 느껴왔던 사람들과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경계는 문화적 차이, 성별에서 비롯되는 감각, 나이에서 느껴지는 거리감, 그리고 외국에서의 생활 속에서 체감한 경계들로 확장됩니다. 이러한 추상적인 감각을 이미지로 전환한 방식이 특히 뛰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바운더리’라는 개인적 경계에서 출발해 문화와 공동체의 바운더리가 차지하는 면적을 보여주고, 그 면적을 넓히거나 좁히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벽을 앞뒤로 밀며 영역을 다투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마이 브라더, 마이 브라더 My Brother, My Brother | 2025 | 압델라흐만 드네와르, 사드 드네와르 | 15 mins

인디애니페스트에 갔다가 폐막식에서 수상작 상영을 보게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설명적인 방식을 취하지 않지만, 죽음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이 오묘하게 다가왔습니다. 가족사진 속에서 쌍둥이 형제만이 등을 돌린 채 찍혀 있는데, 감독은 아마도 그 둘 중 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종교 행사에 쓰이는 성수를 챙겨 형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실수로 형이 그 물을 마시게 됩니다. 이 일을 계기로 형제는 다투게 되고, 장면은 종교 행사장으로 전환됩니다.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은 홀로 이미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환영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옆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던 쌍둥이 형이 어머니와 나란히 서 있다가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죽음’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와 가족이라는 관계, 그리고 불현듯 찾아오는 죽음을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 속에 담아냅니다. 죽음을 다루는 작품을 볼 때마다 늘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영화 역시 그러했습니다.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왜 쌍둥이 형제는 카메라와 등을 돌린 채 사진을 찍었을까, 죽음이란 불현듯, 갑자기 찾아오듯이 표현하려고 한 것일까? 거기에 감독(주인공)은 어떤 슬픔도 없이 그 죽음을 덤덤하게 쳐다볼 뿐입니다. 실제 형의 사인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감독은 형의 마지막이 엄마와의 동행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마치 영화로 형의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PAPILLON (Butterfly) | 2024 | Florence Miailhe | 15 mins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색인종 수영선수의 접영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독일 슈투트가르트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단편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입니다. 과거, 용기 있는 수영선수의 삶을 조명하며, 손으로 물감을 문질러 프레임 하나하나를 완성해 가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물성과 노동이 작품의 깊이를 더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5월에 봤던 작품으로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는데, 올 10월 즈음, 루마니아에서 정다희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이 작품의 감독인 플로렌스 마아일레 감독님이 정다희 감독의 스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작품에 사용된 음악이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음악감독 피에르 오버캄프(Pierre Oberkampf)의 작업이라는 점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HURIKÁN| 2024 | Jan Saska | 13 mins

이 작품 역시 독일 슈투트가르트 영화제에서 접하게 된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돼지 얼굴을 한 남자가 관심 있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주 먼 곳에서부터 무거운 맥주통을 운반하는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 안에 넘쳐흐르는 유머와 위트, 뛰어난 조명과 레이아웃은 시작부터 끝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장르성이 짙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올 한 해 영화제 기간 동안 보았던 단편들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 2025 | 메기 강, 크리스 아펠한스 | 99 mins

식사를 하며 가볍게 볼 영화를 찾다가, 결국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정말 잘 만들었다”라는 말에 이어, “상업적으로”라는 표현을 덧붙였던 것 같습니다. 미학적이거나 예술적인 해석을 더하며 곱씹을수록 좋아지는 영화가 있는 반면, 이 작품은 마치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처럼 보자마자 흥분과 즐거움이 즉각적으로 솟아나는 영화입니다. 상업성의 극단에 가있는 영화 역시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이 보여주는 상업적인 코드와 전략, 음악, 그리고 디자인의 완성도에 크게 놀랐습니다. 상업영화는 대중의 감각을 정확히 읽어내야 하고, 즉각적인 몰입과 재미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난이도를 요구합니다. 또한 계산된 리듬과 명확한 감정 전달,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구조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시나리오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단순함을 끝까지 유지하며 완성도 높은 재미로 끌어올린 점에서 참으로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본 상업영화이자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작품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유진 감독 Pick : 장편 2, 단편 3


마이 리틀 스페이스 | 2024 | 한승민 | 7 mins

귀여운 작화와 그렇지 못한 유머가 감독 특유의 감성을 재밌게 보여줍니다. 취향저격인 사람들은 너무 좋아할 작품 같아요. 저는 완전 좋아서 박수 치면서 봤습니다.


나무의 수줍음 The Shyness of Trees | 2024 | 빙칭 슈, 지아신 후앙, 리나 한, 로이크 뒤 플레시스 다르장트레, 모드 르브라, 시민 허, 소피아 추이코프스카 | 9 mins

아름다운 작화와 동화 같은 스토리. 따듯한 감성.


PAPILLON (Butterfly) | 2024 | Florence Miailhe | 15 mins

수영선수의 성공과 인생을 담은 일대기. 물성이 느껴지는 수작업이 인상적입니다.


극장판 체인소맨: 레제편 | 2025 | 요시하라 타츠야 | 101 mins

이제 추석 팝콘 무비는 애니메이션이 대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 원작에서는 아주 짧은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감독의 상상력과 원작의 연출을 한 층 더 멋있게 구현한 센스가 돋보입니다. 액션신도 너무 신명 나요.


차오 | 2025 | 아오키 야스히로 | 90 mins

작화와 물방울 애니메이팅이 예술입니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감독의 유머가 발랄하게 녹아있고 화려한 미쟝센덕에 넋 놓고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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