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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 KIM Yun-a x WOO Jongbin x MUN Sera

  • 14시간 전
  • 17분 분량

최종 수정일: 32분 전

김윤아 x 우종빈 x 문세라

왼쪽부터 김윤아, 우종빈, 문세라
왼쪽부터 김윤아, 우종빈, 문세라

김윤아 감독의 <커피와 담배>, 우종빈 감독의 <핑크몽키>, 문세라 감독의 <이 세계는 콜라이고 우린 그걸 흔들고 있어>(이하: 이 세계 콜라)는 모두 2024년작으로 다 같이 작년 서울인디애니페스트 새벽비행에서 상영됐다. 


헤어진 커플의 대화를 담은 <커피와 담배>와 신작 압박을 받는 예술가를 그린 <핑크몽키>는 경고문으로 시작하고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년 전 취향을 반영한다.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초신성 폭발을 경험하는 <이 세계 콜라>는 알록달록한 색감과 핵심 컬러가 <핑크몽키>와 겹친다. <커피와 담배>도 둘이 얘기하다 엉뚱한 세계로 간다.


서로 안면은 있을까 했는데, 완전히 초면. 안쪽부터 자리를 채우고 보니 22학번, 20학번, 19학번 순이었다. 누구는 대학시절 시작부터, 누구는 중간에 누구는 끝무렵에 코로나를 겪었다. 학교는 다르지만 졸업 시기는 같다. 졸업 한 지 이제 일 년, 또래의 삶은 닮은 듯 달랐다.

    

2026년 4월 인터뷰

느슨하게 거리두기

들어가며

작년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서로의 작품을 보셨나요?

세라: 윤아 감독님 작품은 아직 본 적이 없긴 해요. 


종빈: 저는 두 분 거 다 봤습니다.


윤아: 저는 어떤 작품들인지 염탐을 했어요. 유튜브에 <이 세계 콜라> 클립 올라온 것도 봤고 풀로 보지는 못했는데 <핑크몽키> 만화도 조금씩 봤어요.


<핑크몽키>가 원래 만화였던 건가요?

종빈: 스토리보드 겸 미리 만들어 봤던 만화입니다. 만화 그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옮겼어요.



각자 어떤 작품인지 여쭤보겠습니다.

윤아: <커피와 담배>는 카페에서 옆자리 커플이 말싸움하는 거를 몰래 훔쳐 듣는 것 같은 느낌의 작품이에요. 동명의 짐 자무쉬 감독 영화 보고 서사가 별게 없고 시시콜콜한 대화만 하는데 그 느낌이 좋은 거예요. 애니메이션도 여백의 미가 있는 작품을 만들면 재밌겠다 해서 그걸 오마주 하듯이 가져와서 이렇게 완성이 됐어요.


짐 자무쉬의 <커피와 담배>는 20년도 더 된 영화 아닌가요?

2003년 작으로 알고 있어요. 제가 약간 올드한 걸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에 비디오들이 되게 많이 있거든요. 거기서 눈에 띄어서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졸업작품인 건가요?

윤아: 맞아요.


그 이전에 학년작이나 습작 같은 걸 해보셨어요?

윤아: 제가 음악을 좋아해서 개인 유튜브에 간간이 뮤직비디오처럼 만드는 거 했었어요.



<핑크몽키>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종빈: 만든 지가 3년 정도 돼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제가 호러 장르를 좋아했어요. 호러 장르로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만들고 싶다에서 출발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 조별 과제 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를 가지고 2023년에 만화로 먼저 만들고 2024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습니다.


만화로 만들 때는 과제는 아니고 개인적인 프로젝트였어요?

종빈: 그때 네이버에서 지옥캠프라고 웹툰 작가 지망생들 모아놓고 단편 만화 하나 만드는 캠프가 있었는데, 그 기획을 내서 거기서 완성을 했습니다.


지옥캠프 기간은 어느 정도예요?

종빈: 10박 11일 정도. 콘티를 짜가서 거기서 완성하는 거예요.


몇 명 정도 합숙해요?

종빈: 그 당시에 한 100명 정도. 양평의 무슨 연수원에서 했어요.


애니메이션과 졸업작품을 할 때 이거 갖고 해야겠다 생각하신 거예요?

종빈: 만화로 만들 때도 이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재밌겠다 싶어서 스토리보드를 구체화시킨다라는 생각으로 작업했었습니다.


2024년이면 AI를 빨리 쓰신 편이에요.

종빈: 원래 오프닝도 다 손으로 하려고 했는데, AI가 막 나올 때라서 재미 삼아 만져보다 보니까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채택하게 됐습니다.


스타일이 1930~40년대 만화 같은 느낌 있는데, 원래 그런 쪽이 취향이신가요?

종빈: 제작할 때 그런 스타일이 재밌는 것 같아서 참고를 많이 했습니다.


창작하는 사람들의 근원적인 불안이라는 주제는 그 당시에 많이 생각했던 건가요?

종빈: 이런 얘기를 해야겠다 해서 만든 건 아니고 만들다 보니까 그런 주제가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호원: 만들 때 진짜 그 창작자만큼의 공포를 경험을 하신 거예요?

종빈: 조금 과장을 하긴 했는데, 계속 품고 있었던 압박감이었던 것 같아요. 졸업 작품을 허투루 만들긴 싫고 좀 잘 만들고 싶은데 마땅한 이야기나 창작거리는 없고 그런 심리가 좀 반영이 된 것 같아요.


청강에서 졸업작품 팀원 꾸릴 때는 보통 어떻게 하세요?

종빈: 카페에다가 기획을 올리고 “동화 파트, 원화 파트, 배경 파트 인원 구합니다” 이렇게 하고 연락처 적어놓으면 1, 2, 3학년이 지원합니다.



<이 세계 콜라>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세라: 1년 동안 이끌어가는 작품은 졸업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긴 시간 동안 붙잡고 있으려면 그 동력을 어떠한 주제를 만들어야겠다로 가져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난 어떤 상황인가’ 생각을 해봤는데, 졸업을 하는 게 무섭더라고요. ‘왜 무서운가’ 하면 제가 동기들을 너무 사랑했어요. 동기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거기에서부터 시작을 해보자. 


실제로 작품을 만드는 내내 동기들과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그래서 그 두려움이 가중이 되었기 때문에 좋은 동력이 되었습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부적을 쓰는 듯한 느낌으로 작품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들면서 ‘무서워하지 말자’ ‘무서운데 쫄지 말자’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창작을 할 때 계기가 보통은 제 빈 속을 메꾸려는 것이었거든요. 그런 창작자의 창작물을 봤을 때 공명을 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결함과 결핍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메시지가 가닿길 바라며 ‘무서워도 괜찮다’ ‘뭐든 변하기 마련이다’ ‘그거를 우리 한 번 받아들여 보자’ 그런 두려움을 다 같이 당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애니메이션 전공은 아니신 거죠? 

세라: 저희 과는 폭넓은 영상을 다루는 과여서 이런저런 영상을 다 경험을 하게 해줘요. 학교 자체가 난 영화가 잘 맞는 것 같아 하면 영화과 수업을 들어볼 수도 있고 애니메이션 좀 더 공부해 보고 싶어 하면 애니메이션과 수업을 들을 수도 있는 식으로 열려 있는 편이에요. 학교 시스템을 잘 이용해서 애니메이션과 수업도 들어본 케이스였습니다.


애니메이션과는 졸업 작품을 위한 커리큘럼이 있는데, 다른 전공에서 어떻게 애니메이션 제작을 진행 하셨나요?

세라: 확실히 기술적인 피드백은 부족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니메이션과 친구에게 제 작품을 보여줬을 때 애니메이션과 학생이 이 작업을 잡았다면은 캐릭터 모션이 이렇게 나오진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학과 교수님께 받았던 피드백들을 돌이켜 보면 감상자로서 받을 수 있는 피드백들이어서 저로서는 부족함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작품을 보면서는 두려움이 그렇게 깊은 줄 몰랐어요.

세라: 언젠가 친구에게 제 작품을 보여줬었는데 “네가 생각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가벼운 그림체로 보여주려고 하는 게 느껴졌다” 한 게 인상 깊었어요. 그 친구의 이야기가 제 의도를 적중한 거나 다름이 없었거든요. 무서워서 만든 이야기를 보고 무섭지 않길 바랐었고 다가가 접근을 할 때의 그 장벽이 높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대신에 그림체에서는 모호한 스타일을 가져가려고 했어요. 그것도 정해져 있는 건 없고 그냥 받아들이자라는 메시지를 그렇게 비주얼로서 소화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멀티미디어영상과는 주로 어떤 작업을 하나요? 

세라: 저희는 졸업을 하면 광고나 상업 영상 쪽으로 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실제로 저도 상업 영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3D 그래픽 혹은 2D 모션 그래픽을 합니다. 친구들이 촬영을 한다면 보통 뮤직비디오로 작업을 해 나가는 편이에요. 처음 이 작품을 만들기로 했을 때 저 또한 내러티브도 내러티브지만 아름다운 걸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기획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이런 스타일이 좋았고 어떤 때는 저런 스타일이 좋았고 제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시시때때로 변해왔는데 이 중에서 어떻게 하나를 고르지? 하고 싶은 걸 다 해야겠다. 욕심껏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스타일들을 작업했었고, 작업하는 내내 좀 질린다 싶으면 다음 컷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 되게 재밌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호원: 졸업 작품 하기 전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보신 거예요?

세라: 이렇게 내러티브를 띠기보다는 광고 영상에 가까운 애니메이션들을 해봤습니다.


작업 툴은 어떤 것을 쓰세요?

세라: 학생 때는 블렌더를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을 자주 썼었고 지금은 거의 광고 영상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모션 그래픽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표현 방식

<핑크몽키>도 스타일이 여러 가지예요.

종빈: 처음에는 완성을 못 할 것 같아서 3 콤마로 하려고 했는데, 제가 옛날 애니메이션을 레퍼런스로 삼았어요. <톰과 제리> 같은 것도 유튜브에 많고 디즈니 <실리 심포니> 같은 거는 엄청 부드럽더라고요. 이거는 1 콤마 아니면 2 콤마로 하는 게 낫다고 주변에서도 얘기를 하고 그래서 1 프레임 단위로 눌러가면서 고전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공부하면서 적용시켰습니다.


고전 스타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종빈: 옛날 필터 같은 걸 씌우면 뭔가 있어 보이게 되더라고요.


영화도 많이 보시나요?

종빈: 애니메이션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좋아해요. 영화를 보면서 연출도 많이 참고를 했습니다.


전체가 통으로 영어로 진행되잖아요. 외국 살다 오셨나요?

종빈: 만화는 한국어인데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다 보니까 한국어 대사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영어로 하게 됐습니다.


번역이랑은 어떻게 하셨어요?

종빈: 카투사 출신 친구한테 번역 맡기고 가녹음도 시킨 다음에 성우한테 넘겼습니다.


음악은 저작권이 만료된 옛날 음악을 찾아서 하신 거예요?

종빈: 네. 근데 만료됐다고 했었는데 다시 보니까 아니어서 중간에 한번 바꿨어요.


호원: 영상도 그렇고 참고할 만한 소스를 찾아서 아카이브 리서치 같은 거 하셨어요?

종빈: 유튜브에서 <톰과 제리>를 계속 프레임 단위로 봤던 것 같아요.


호원: 라이브액션처럼 만든 영상도 처음에 봤을 때는 진짜 TV 소스를 갖고 왔나 했다가 자세히 보니까 AI인 거예요.

종빈: 그것도 티 안 나게 화질을 엄청 뭉갰어요.


초반에는 AI 영상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도 않고 나와도 몇 초 밖에 안 됐잖아요.

종빈: 사이트를 여러 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이미지를 먼저 만들고 그거를 움직이는 방식으로 했었는데, 아무리 해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죠. 그 당시에는 고치려고 해도 계속 안 고쳐지더라고요. 손이 갑자기 바뀌는데도 해결이 안 돼서 그냥 넣고 그랬어요.


그런데도 AI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종빈: 제가 원래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거 만드는 거 좋아해요.  AI가 나오니까 그냥 막 만지다가 이거 오프닝으로 써도 괜찮을 것 같아서 쓰게 되었습니다.


호원: 쓸수록 AI가 사용자의 말을 더 잘 이해하나요?

종빈: 아니요. 그때는 지금처럼은 안 돼 있어서 거의 랜덤으로 계속했어요.


2024년 초반에 뭘 쓰신 거예요?

종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로 이미지를 만들고 피카(Pika)에서 영상으로 변환했던 것 같아요.


호원: 지금도 계속 다루고 계세요?

종빈: 영상은 안 만드는데 최근에 제 목소리로 노래 만드는 거 재미 삼아 하고 있습니다.


“내 목소리로 이런 노래 만들어줘” 이렇게 하는 거예요?

종빈: 제가 직접 노래방에 가서 30곡 정도를 부르고 녹음한 걸 학습시켜서 다른 가수들이 부른 노래에다가 제 목소리로 입혀요. 어디까지 되나. (웃음) 


<커피와 담배> 제작과정
<커피와 담배> 제작과정

<커피와 담배> 크레디트에 야외에서 작업하는 사진이 나와요.

윤아: 위에 깔 텍스처를 여러 개 만들어야겠다 하던 때였는데, 담뱃재나 그스름도 활용해 보고 싶고 종이도 태워야 되고 하니까 이것저것 해보려고 밖에서 했었어요.


연습장 그림 그리듯이 작업을 하셨잖아요.

윤아: 제가 연필로 끄적끄적 낙서하는 걸 되게 좋아해서 완전 제 손그림 낙서처럼 애니메이션 만들고 싶어서 기법을 계속 연구했거든요. 근데 제가 수작업 작화를 해본 적이 거의 없거든요. 수작업을 애니메이션으로 다 하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배경은 수작업으로 하되 작화는 디지털로 하는 식으로 제 욕심하고 완성할 수 있는 걸 타협한 거죠. 


호원: 수채화나 커피나 담뱃재로 텍스처 만든 걸 스캔을 해서 디지털에서 배경으로 쓴 거예요?

윤아: 네, 새로운 걸 더 많이 해보고 싶었는데, 작업 기한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실험은 2학년 2학기 때 한 거예요?

윤아: 2학기 때는 기획을 했고 그때 제작할 때니까 3학년 1학기 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작품에 나오는 카페는 모델이 있어요?

윤아: 기본 공간은 제 머릿속에 있는 흡연할 수 있는 올드한 카페였는데 이미지 구체화하면서 카페를 여기저기 돌아다녔거든요. 시나리오 쓸 때였으니까 카페에서 재밌는 이야기들을 건질 수 있으면 재밌겠다 했는데, 망원 쪽에 이리카페 분위기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분위기는 90년대 말 같은데, ‘커담’이라고 줄임말을 쓰고 벽에 붙은 포스터의 <맨 프롬 어스>는 2007년 영화고 <양들의 침묵> 더 오래된 영화고 커플들의 대화는 요즘 사람 같고 시대가 모호해요. 

윤아: 원래는 그냥 현재로 하려고 했거든요. 핸드폰도 스마트폰이었고. 그런데 교수님들이 보시면서 하나같이 이거 시대 배경을 아예 이천 년대 초반이나 90년대 말로 해도 되겠다고 해서 2001년에서 2003년으로 정했어요. 뒤늦게 시대 배경을 확정한 거라서 모호한 게 있는 것 같아요.


호원: 커피와 담배가 한 곳에서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러려면 실내 금연법 시행 이전으로 가야 되는 거죠.

윤아: 그래서 그것도 찾아봤어요. 


호원: 요즘에 커피와 담배를 동시에 즐기는 학생들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서 이런 소재로 학생 작품을 만들어도 되나 의외다 싶었어요. 그리고 만들려면 이 두 개의 페어링을 알아야 하는데 (웃음)


이 페어링을 맛보셨어요?

윤아: 저는 비흡연자라서 주변의 흡연자 친구들에게 많이 조언을 구했죠.


지금 친구들은 다 전자담배 하지 않나요?

윤아: 그렇지도 않아요. 그리고 또 제 친구 중에는 연초 피우고 끝마무리하듯이 과일향 전자담배 피우는 친구도 있어요.



세대의 취향

호원: 세 작품이 공통적으로 딱 겹치지는 않는데, 살짝살짝 서로 겹쳐요. 느슨하게 겹치는 안에서 젊은 미학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키치적인 감성도 있고 노스탤지어도 있고 낭만도 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이 감성을 뭐라고 생각할까 궁금했어요.

윤아: 저만 그런 건지 제 주변 사람들만 비슷한 사람만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취향이나 어떤 좋은 것 있잖아요. 딱 봤을 때 좋은 것을 옛 것에서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친구들 중에서 제가 유독 뭔가 닿을 수 없는 과거의 것에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호원: 세 분 작품 보면서 취향이 느껴지고 이걸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힘이 보여서 좋았어요.


윤아 감독님은 어떻게 90년대, 이천 년대 한국 대중가요에 관심을 갖게 된 거예요?

윤아: 부모님 영향이 제일 큰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 아빠가 듣는 노래들 같이 들으면서 옛날부터 취향이 90년대 80년대 노래 많이 듣고 좋아했어요. 또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도 엄청 좋아했거든요. 그러면서 취향이 그렇게 쌓여왔어요.


주변 친구들은 어때요?

윤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낭만이라고 해야 되나. 노래방을 가도 저는 맨날 옛날 노래만 부르는데, 그런 거 부르면 친구들이 엄청 좋아하거든요. 지금 찾아볼 수 없는 여유로움과 낭만에 다 호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 나오는 거에 대한 흥미는 없어요?

윤아: 기본적으로 요즘에 나오는 음악이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편이거든요. 다 좋다는 것도 한 번씩 들어봐요. 계속 유행이 엄청 바뀌는데, 새로운 것들이 좋은 이유가 뭔가. 유행이 어떤 식으로 바뀌는가에 대한 걸 혼자서 생각하는 것도 좋아해요. 새로운 취향이나 미학 하고 제가 가지고 있는 취향을 어떤 식으로 연결해서 제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그런 것도 생각을 많이 해보는 편인 것 같아요.


문세라 감독님의 취향과 낭만은 어떤가요?

세라: 너무나 가치 중심적으로 살고 있어서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가 시간일 때는 쓸모없는 걸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낭만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는 합니다. 록 페스티벌에 노트북 들고 가서 일할 순 없잖아요. 정말 즐기기를 위한 목적 하나뿐인 공간이잖아요.


호원: 록 페스티벌 가보셨어요?

세라: 동기들과 같이 갔던 경험이 있어요.


어떤 페스티벌 가셨어요?

세라: 저는 보통 인천으로 갑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매년 가시나요?

세라: 잘 안 빠지는 것 같아요.


호원: 엔딩 곡은 미리 만들어놓은 곡이에요?

세라: 제작을 부탁을 드렸고요. 조금 더 펑크 한 모티브가 된 곡이 있기는 합니다. 원곡은 집에 있을 때는 햇살이 너무 따사롭고 너무 좋은데 (돌연 락커 톤) 밖에 나가면 사람도 너무 많고! 이런 내용입니다.


호원: 가사도 감독님이 쓰신 건가요?

세라: 제가 썼습니다. (웃음)


호원: 엔딩곡에 나오는 민트초코가 <핑크토끼>의 민트버니랑 겹쳐요.

종빈: 아~


호원: 세 작품 다 비주얼적으로 노이즈를 깔고 있고 사운드에서도 노이즈가 들어가기도 하고 향으로 자극을 주는 게 있어서 요즘 젊은이들이 미디어를 생각을 하는 방식인가 그런 생각도 했어요.

종빈: 제 거에도 커피랑 담배가 나왔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취향과 낭만은 어떠세요?

종빈: 낭만은 평소에 잘 못 느끼는 편인 것 같아요. 비효율적이면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렇게 살면 재미가 없으니까 일부러 비효율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최근에 햄스터도 키웠거든요.


햄스터는 한 마리만 키우시는 거예요?

종빈: 네, 뽀뽀라고 최근에 분양 받았어요. 지금 패턴이 햄스터에 맞춰져 있어요. 낮에 자고 밤 9시, 10시정도부터 일어나더라고요.


뽀뽀를 볼 때는 시간을 비효율적으로 보낸다는 만족감을 느끼시나요?

종빈: 네, 근데 행복감을 올린다는 면에서는 또 효율적인 것 같기도 해요.


어쩐지 다들 놀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네요.

윤아: 저도 약간 그런 거 있어요.


놀면 죄책감 느끼나요?

윤아: 그런 건 아닌데, 아까 비효율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하셨잖아요. 휴식도 그냥 쉴 때 쉬면 되는데, ‘이만큼 일하면 비움이 꼭 있어야 돼’ 이런 식으로 필요에 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약간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호원: 창작자들 중에서는 창작을 하지 않을 때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있고 딴 짓을 하는 게 창작의 방법인 사람들이 있는데, 감독님들은 딴 짓이 또 다른 창작인 것 같아요.

종빈: 맞는 것 같아요. 


윤아: 아무것도 안 하는 거를 못해요.


연출 방법

호원: <커피와 담배>는 처음에는 되게 담백했는데, 여러 번 보니까는 너무 정교한 거예요.

윤아: 2, 3학년 때부터 영화 보면서 패널 만들어서 분석하는 공부도 많이 했어요. <커피와 담배>도 샷이 앵글이 많이 안 쓰였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보기가 편하더라고요. 최근에 좋은 연출은 티가 안 나는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거를 하고 싶어서 앵글도 많이 안 쓰고 고정 샷 몇 개 만들어 놓고 중간중간에 인서트만 넣는 작업 방식으로 정리했었어요.


호원: <핑크몽키>는 장르적으로 연출을 했구나라고 느꼈어요.

종빈: 제가 좋아하는 공포 영화들을 많이 참고한 것 같아요. <샤이닝>(1980, 스탠리 큐브릭)이랑 조던 필 감독 영화들, 아리 애스터 감독 영화도 좀 들어간 것 같기도 하고.


호원: 잔혹한 것도 하나의 취향이세요?

종빈: 잔혹한 걸 잘 보기는 해요. 그런 거에 좀 둔하긴 한 것 같아요.


영화는 주로 뭘로 보세요?

종빈: OTT로도 보고 일단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다 보려고 해요. 아까 (윤아 감독님이) 말씀하신 거랑 비슷하게 제 취향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하고. 예를 들어 <귀멸의 칼날> 같은 건 제 기준에서는 재미없는데, 대중 입맛이 뭔지 보려고 계속 보러 가요.


그러면 좋아하는 거는 어떤 거예요?

종빈: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브레이킹 배드>(2008~2013)나 누아르 그런 거. 


호원: <이 세계 콜라> 연출 스타일은 어떤 식으로 잡았어요?

세라: 하고 싶은 걸 다 때려 넣고 소거했습니다. 시간과 타협을 하기도 했고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어요. 이를테면 “나 이번에 180도 법칙을 어긋나는 걸 해보고 싶어” 했는데 친구가 “뭔가 어색함을 표현하려고 한 건 알겠는데 그 어색함이 너무 도드라져서 오히려 집중이 안 된다.” 이런 피드백을 주어서 오밋 한 것들도 있어요. 전반적으로 유튜브나 이런 데에서 연출법들을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스토리보드 짤 때 편집 쪽으로는 영화하는 법을 가져갔고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레이아웃을 참고하기도 하는 식으로 가져갔었습니다.


호원: 록 페스티벌의 스테이지와 그거를 바라보는 객석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초신성 전과 후로 하나와 두나 캐릭터의 관계가 재편성되는 것처럼 보여요.

세라: 밴드를 폭발 이전과 이후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기획을 한 거가 정확합니다. 이전에는 일반적인 록 페스티벌의 구성을 보여주었다면 그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우리 그래도 즐길 수 있어를 보여주는 식으로 변화를 보여주었어요. 언젠가 다른 애니메이션 잡지 편집자분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분이 “두 인물의 관계가 살짝 어긋난 것뿐인데 지구가 망할 정도인가에서 세카이계 느낌이 난다”라고 해석하신 게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호원: 영화적으로 찍는 거랑 애니메이션적으로 만드는 거랑은 문법이 다르잖아요.

세라: 실제 세계가 붕괴한 것도 맞지만 거절당한 두나의 세계가 붕괴한 것도 맞기 때문에 그렇게 두 차원의 세계가 평행적으로 붕괴되고 봉합을 시도했으나 봉합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붕괴된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비주얼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럴 경우에는 영화적인 문법을 적용하는 게 오히려 고역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호원: 세 작품이 결은 다르지만 사실은 다 관계 대한 얘기예요. 관계가 거절당했을 때의 두려움이 <이 세계 콜라>에서는 별의 폭발이 되고 <핑크몽키>는 완전히 내적인 공포로 오고 <커피와 담배>는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사람 혼자만, 관객만 볼 수 있게끔 연출을 해서 관계의 예민함을 전달하는 게 보였어요.

윤아: 둘 다 다시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똑같이 있는데, 타이밍이 너무 안 맞았고 그거를 표현하고 마무리하는 방식이 너무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원: 기본적인 드라마 법칙으로 하면 고구마적인 전개인데, 관객들은 다 보고 있어서 ‘이대로는 끝나지 않겠구나 얘네들 결국은 또 만나겠구나’ 그런 여지가 남아 있어요.

윤아: 사람한테나 취향이나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약간 떠보고 숨기려고 하는 식의 이야기가 재밌다고 느껴졌어요. 서로 좋아도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서툴러서 멀어지는 관계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에 엄청 바보 같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호원: 말 그대로 두나의 세계를 한 확 엎어버리는 초신성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고 싶으셨어요?

세라: 혼란스럽게요. 


호원: 그러니까 결국 콜라인 거죠? 콜라가 팡 터지는 걸로 

세라: 그렇습니다.


호원: 영화제 GV 때 작품 제목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 질문이 나왔어요.

세라: 알 수 없는 영상으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 일일이 해설을 해 드릴 수는 없으니 제목으로라도 실마리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호원: 세 작품에 공통된 상황 같아요. 뭔가 터질 것만 같은데, 누가 이 뚜껑을 따느냐. <이 세계 콜라>에서는 하나가 너무나 무신경하게 부정적인 답을 던졌는데, 듣는 두나 입장에서는 우주가 뒤흔들리는 상황이어서 제목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세라: 감사합니다.


타이포를 다양하게 쓰셨어요. 화면을 가득 채운 버블 모양 제목도 있고 관중석에서의 소음은 말풍선처럼 되어 있고 영어 자막은 손글씨처럼 되어 있어요.

세라: 제목 타이포는 고딕체 위에 버블스러운 폰트를 겹쳐서 놓고 콜라 액체가 퍼질 때마다 각기 다른 두 스타일이 드러나도록 해서 두나에게는 견고하다고 생각이 됐던 세상이 알고 보니 아니었다를 이미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요. 관중들은 소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고, 두나와 세계의 이미지가 계속 달라지고 있는데, 자막으로 통일성을 가져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뀌는 세계마다 폰트를 다르게 베리에이션을 주었습니다.



대면 혹은 비대면

호원: 감독님이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코로나 영향이 있었나요?

윤아: 저는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복귀되고 있는 시기에 입학했거든요. 근데 제작 면에서는 거의 온라인으로 모든 걸 해결했어요. 서로 녹음을 해야 된다거나 진짜 중요한 거 할 때만 모이고 회의나 다른 것들은 다 온라인으로 했었죠.


작업할 때나 사교할 때나 어떤 것을 선호를 하시나요?

윤아: 작업에 있어서는 저는 온라인이 디폴트거든요. 만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다 해결을 할 수가 있으니까. 근데 이 작품이 관계에 대한 거니까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면을 해서 얘기를 해보는 선택을 했어요. 실제로 대화를 했을 때 랜덤한 아이디어가 나오길 바라서 온라인으로 다 해결할 수 있지만 억지로 더 만나서 얘기해 보려고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효과를 봤나요?

윤아: 저는 말의 템포 같은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시나리오 쓸 때 실제로 즉흥 연기하는 것처럼 주고받으면서 했었어요.


호원: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오는 순간에 새롭게 추가가 되는 감각이 후각이거든요. <커담>이 가장 구취와 관련된 거죠 (웃음)


우종빈 감독님은 입학할 때부터 코로나였는데, 수업이나 작업할 때 어땠어요?

종빈: 1학년 때는 학교 생활이랄 게 없었어요. 학교도 열 번은 갔나? 기억도 잘 안 나고 실제로 뭐 한 것도 없어요. 제가 만화를 좋아해서 그때는 만화과로 전과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서 애니메이션이랑은 거리가 먼 생활을 했어요.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하고 나서 '애니도 하다 보니까 재밌네' 했어요. 


팀 작업은 두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아예 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어요. 두 명만 오다가다 만나고 나머지는 얼굴도 몰라요. 소통을 온라인으로 한다기보다는 작업물만 주고받고 소통을 거의 안 했던 것 같아요. 정 안 된다 싶으면은 한 번 정도는 그 사람만 불러서 오프라인으로 얘기를 하기도 했어요. 이건 코로나를 떠나서 제 성향일 수도 있는데, 팀 작업할 때는 그냥 작업 얘기만 했던 것 같아요.


호원: <핑크몽키>에서 통화로만 할 때는 일 얘기가 되는데 직접 찾아오는 순간에 사건이 벌어져서 이게 대면에 대한 공포인가?

종빈: 대면을 해야 진정성이 느껴지는 게 있는 것 같아서


얼굴도 모르고 작업한 팀원들은 다 학교 선후배였던 거죠.

종빈: 한 명 빼고는 다 후배였어요. 워낙에 학과별 인원이 많다 보니까 마주칠 일도 없었어요. 거의 다 잘해주셔서 수정이랄 게 딱히 없었어요. 이거 해주세요 하면은 해서 보내고 대화는 거의 없었어요. 


호원: 청강은 학교 분위기나 수업 분위기 보면 같은 학번인데도 서로가 다 초면이에요.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 처음 뵙겠습니다” 혹은 “SNS로는 알고 있는데 강의실에서 이렇게 만나네요.”

종빈: 맞아요. 


호원: 그래서 서로가 선후배라기보다는 1 대 1로 동등하게 만나는 거 같아요. 이거는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관계성을 맺는 조직이구나. 한국 사회에서는 필요한 관계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핑크몽키 (2024)
핑크몽키 (2024)

호원: 한예종은 동기가 너무 적어서 헤어지는 게 슬프고 두려운 거고. 작품을 끝냈을 때는 그전에 가져졌던 두려움이 어땠어요?

세라: 증폭됐죠.


호원: 해소된 게 아니라?

세라: 네, 그런데 다시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렇게 무서울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호원: 감독님 학번이 같이 만났다가 코로나 때문에 떨어졌다가 만난 학번이잖아요.

세라: 대학 생활이 작품에 정리가 되어 있었군요. 페스티벌 갔던 친구들이 다 같이 코로나에 걸려서 그렇게 아픔도 나누고 기쁨도 나누는 경험을 했던 적이 있어요.


작업 프로세스에서 상세한 글로는 전달되지 않는 것들을 공유할 필요가 있을 때 보통은 만났던 것 같고, 설명이 필요한 경우는 노션으로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게 정리하는 식으로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방법을 다 이용하는 데, 이게 19학번이라 그런 걸까요?


호원: 그 학번만 유독 유대감이 강한 거예요. 아니면 원래 유대감이 강한 전공이에요?

세라: 저희 학과는 정원이 15명입니다. 그래서 동기들끼리 유독 끈끈한 면모를 보이는 것 같아요. 다른 학번끼리도 인원이 적다 보니까 한 번 알면 계속 마주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호원: 청강은 200명이 넘고

윤아: 계원은 한 학년에 한 60명, 70명 정도 있었어요.


호원: 학교 분위기와 규모가 관계있는 것 같아요.


얘기를 들어보니 공동 작업실보다는 온라인으로 공유를 하면서 내 방에서 작업하는 게 보편화된 느낌인 것 같아요.

종빈: 저는 집이랑 분리하려고 학교 작업실에서 했어요. 팀원들이랑 같이 하지 않고 동기들이나 후배들이랑 같이 컴퓨터 촤라락 놓고 했어요.


남들이 하는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자극도 되고 재밌지 않나요?

종빈: 네, 동기부여되는 것도 있고.


첫 영화제 

호원: 영화제에서 처음 자기 작품이 상영되는 경험은 어땠나요?

윤아: GV 할 때 엄청 떨리더라고요. 제 상영할 때 보다 여러 섹션들 보다가 다른 감독들 GV 보는 거랑 마지막에 시상할 때 동기부여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내년에 또 오고 싶다. 내 작품으로 오든 아니면 도우미를 하든 매년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진짜 거기서  창작의 에너지 같은 게 엄청 느껴지는 게 좋았어요.


종빈: 저는 일단 제 거 나오면은 눈을 감았어요.


호원: 12분을 감아야 되는데 (웃음)


‘더 잘 만들어야 했는데’ 그런 거예요?

종빈: 그것도 있지만 좀 부끄러웠어요. 대사를 제가 썼는데, 대사도 워낙 많다 보니까 그거를 제가 다시 보는 게 좀 힘들었어요. 그래도 영어는 잘 모르니까 눈 감고 겸사겸사 귀로는 혹시 사운드에 이상은 없나 들어보고 끝나면 눈 뜨고 그랬습니다.


호원: 자기 작품이 큰 화면으로 걸리는 순간에 모든 프레임이 다 보이잖아요.

종빈: 그리고 관객들이랑 같이 앉아 있다 보니까 어디서 관객들이 반응을 하나 내가 의도했던 장면에서 반응이 나오나 웃으라고 만든 장면인데 과연 조금이라도 웃으시나 그러면서 봤습니다.


호원: 그 포인트가 먹혔어요?

종빈: 먹힐 때도 있고 안 먹힐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세라: 보통 광고 영상을 하면 감상이 잘 안 들어옵니다. 굉장히 많이 노출되는 영상들을 만들었지만 거기에 대한 감상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죠. 하물며 뮤직비디오도 아티스트를 보지 그래픽을 보는 경우는 없으니까요. 영화제에서 상영을 하면 제가 만든 거에 대한 감상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저로서는 흔치 않은 작가적인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친구들 많이 보고 싶어서 스태프를 친구들로 많이 꾸렸어요. 심지어는 보컬도 친구고 작곡가도 친구예요. 영화제에 상영을 하면 스태프들을 다 초대할 수 있잖아요. 친구들 다 모아놓고 있으니까 생일 같더라고요. 불특정 다수에게 감상평을 듣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두 가지가 정말 개인적인 축제 같더라고요.


호원: 감독님들은 영화제를 생각을 하고 작품을 만드신 건가요?

윤아: 졸업작품 만들 때는 그냥 만들었고 영화제 상영 할 것이라는 건 몰랐어요. 영화제의 맛을 한번 보고 나니까 계속 오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저는 뭔가 의도가 들어가면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영화제 꼭 갈 거야 하면 안 될 것 같고 내가 할 걸 하자라는 식으로 지금 작품을 만드는 것 같아요.


종빈: 저도 만들 때는 영화제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어요.


세라: 저는 어디 하나쯤에는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준비할 때 안시도 갔었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관객에게는 어떤 질문받았어요?

윤아: 이게 진짜 겪은 일이 일인지 실제로 커담을 하는지 이 질문이 많았던 것 같아요. 커피와 담배 그리고 연애가 주제잖아요. 근데 제일 웃긴 게 저는 그 세 개 하고 관련성이 별로 없거든요.


호원: 커담을 안 하는 것까지는 이해를 했는데, 경험이 없이 이 대사가 나오나 의구심이 들거든요.

윤아: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사람의 말투나 그 사람이 쓰는 단어를 집요하게 생각해 보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럼에도 메꿔지지 않는 것들은 유튜브에서 <환승연애> 같은 프로그램 클립들 봤어요. 진짜 제가 겪은 것도 아닌데 막 몰입이 되더라고요.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썼어요.


종빈: 전 부천(BIFAN)에서 처음 GV를 했었는데, 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 내가 왜 한다고 했지’ 며칠 동안 계속 떨리고 압박감이 오더라고요. 제일 걱정했던 거는 제가 예상하지 못한 심오하고 어려운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였는데, 다행히 그렇게 어려운 질문은 없었고 여러 번 하다 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오늘 인터뷰도 오면서 ‘왜 한다고 했지’ 했는데, 일단 하면 다음은 더 쉬우니까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습니다.


윤아: 저는 다음이 더 어렵던데요. 두 번째 할 때 더 떨렸어요.


세라: GV, 저는 졸업상영회 때 처음 해봤었고 학교 외부에서는 인디애니페스트 됐을 때 처음 하게 됐었는데, 사실 별로 안 떨릴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누구보다 작품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나일 텐데, 질문이 들어오면 답을 하면 되지 했는데, 상영 시작 한 10분 전에 떨리더라고요.


친구가 농담으로 풀어주고 생각보다 관객분들이 제목도 그렇고 콜라의 의미 이런 것도 그렇고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질문을 잘 해 주시더라고요. 말하기 싫다가도 이런 자리가 아니면 어디에서 말할 수 있을까 이 자리 되게 소중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

다음 작업 계획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윤아: 전공심화 할 때 새로운 거 만들려고 하다가 쉴 틈 없이 하니까 점점 안 풀리는 것 같아서 휴학을 해버렸거든요. 돈도 벌고 좀 놀면서 새로운 기획을 하고 싶어 져서 뚝딱뚝딱 6분 정도 되는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또 순천에서 3개월 동안 살면서 작업하는 교육 프로젝트가 있어서 지금 진행하고 있습니다.


6분짜리는 어떤 내용이에요?

윤아: 형식이나 장르는 <커담>하고 거의 비슷해요. 이것도 남자애 하고 여자애가 서로 대화만 하거든요.

 이번에는 술이에요. 제목이 <그래서 나는 언제 연애해?> 거든요. 약간 자전적인 건데 포장마차에서 소주 마시면서 여자애가 계속 남사친한테 나는 언제 연애하느냐 그런 넋두리하는 거를 담은 작품입니다.


<커피와 담배> 프리퀄 같은 느낌인데요?

윤아: 그렇죠.


호원: 인디애니계의 홍상수가 나온 거예요.

(다같이 웃음)


종빈: 저는 지금 웹툰하고 있는 거 집중하다 보니까 다른 거 할 엄두가 안 나요. 물론 좋은 소재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하겠지만 아직은 꽂히는 게 없어서 계속 찾고 있어요.


다음 작품을 한다면 웹툰이 될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이 될 것 같아요?

종빈: 애니메이션을 한 번 하고 싶긴 해요. 근데 <핑크몽키> 했던 것처럼 만화로 스토리보드나 연출 같은 거 잡듯이 해보고 싶기도 해요. 장르는 코미디 아니면은 호러로 해보고 싶습니다.


세라: 열심히 상업용 광고 만들고 있고요. 개인 창작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뭔가를 만들 거잖아요. 그래서 작년 말부터 내가 무슨 말하는지 한번 보자 하고서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번 달 내내 제가 좀 아파서서 회사를 쉬면서 어떤 일기를 썼는지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거기서 조금씩 좁혀 들어가며 다음 작업물을 구상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교를 나온 다음의 작업 형태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세라: 더 이상 학생이라는 명목 하에 품앗이를 못하는 상황일 텐데 무엇보다 타인을 끌어들였을 때 완성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생각하면 요즘 팽배하게 쓰이는 인공지능을 곁들여서 만들지 않을까 생각 중이에요.


종빈: 한다면 최대한 저 혼자 해보는데, 좀 태가 잡힌다 그러면 지원사업 한번 내보고 되면 인원을 좀 뽑아서 할 것 같아요.


윤아: 지금 작업하고 있는 거는 거의 혼자서 하고 있는데, 저는 계속 작품 만들고 싶고 작품의 볼륨이나 하는 얘기도 점점 키우고 싶거든요. 어떤 선택을 하거나 어느 조직에 들어갔을 때 제가 더 잘 클 수 있을지를 찾고 있어요.

인터뷰 2026년 3월 28일 @ 서교동

진행: 이경화, 나호원 / 정리: 이경화

사전 자료 제공 및 섭외 지원: (사)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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