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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 Humuhumu

스튜디오 후무후무는 2022년 단편 <저주소년>과 웹 애니메이션 시리즈 <먼지요정 후와 무>를 내놓았다. 스튜디오를 시작한 김진만 감독은 마른국수 가닥으로 만든 핀스크린 굴곡으로 <볼록이 이야기>(2003)와 <오목어>(2012)의 우주를 생성하고 뒤집어진 <소이연>(2007)으로 지구의 생태계와 <그 믈>(2009)로 물구나무 선 목인이 경험한 저승을 탐험한 뒤 <춤추는 개구리>(2018)로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을 끝냈고 공동감독 천지영과 함께 인간형 캐릭터들과 새로운 모험을 시작했다. 와우산 자락에 있는 건물 옥상 텃밭에서 딴 샤인머스켓을 맛보며 <저주소년>과 <먼지요정>, 앞으로 나올 <꼬리 도깨비 뽀삐>, <여기서 기다려>의 제작과정을 들여다봤다.


저주소년

오늘은 <저주소년>이랑 <먼지요정 후와 무> 얘기해보려고요. <먼지요정 후와 무>를 먼저 공개하셨잖아요. 제작도 먼저 들어가셨나요?


지영: 제 기억으로는 <저주소년>을 일단 마무리해서 콘진에 내고 천천히 손을 보자 했는데, 다음 해에 <먼지요정> 지원을 받게 되어 <먼지요정>을 먼저 콘진에 제출하고 난 다음, <저주소년>을 다시 마무리하고, 그해 10월에 <저주소년>을 출품하면서 <먼지요정>도 웹에 올린 거죠.


<저주소년>은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보통은 첫 작품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어떻게 20년 만에 <저주소년>을 하시게 됐나요?


진만: 인간형으로는 거의 첫 작품이다 보니까 대학생들도 첫 작품 할 때 자기 얘기하는 것처럼 저도 그렇게 한번 시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도입으로서 제 과거에 있었던 재밌던 경험부터 가볍게 시작해 볼까 했어요.


지영: 진만 감독이 고등학교 때부터 명상 쪽에 관심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런 데 쫓아다니기도 하고 절에도 다니고 오쇼 센터도 가고. 그래서 <볼록이 이야기>부터 명상과 관련된 소재가 많았어요. 모조리 다 우주, 명상. <소이연>도 그랬고 <그믈>도 그랬고 <춤추는 개구리>가 피날레로 모든 걸 다쏟아붓고 나니까 까 명상 쪽에서 그만하고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둘이 생각하기에 그럼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본인 이야기를 해봐라.” “어렸을 때 아빠와 안 좋았던 기억들, 재밌었던 기억들을 해보면 어떻겠냐.” 전체 이야기를 짠 거는 지원하려고 마음먹은 시기부터지만 명상 쪽은 <춤·개>로 살풀이를 했으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진만: 사람 나오는 거 한번 해보자.

가볍게 시작했는데 엄청 무거운 얘기가 됐어요.


진만: 제가 어렸을 때 좀 어두웠어요. 저도 책 읽어가면서 스스로 빠져나오려고 노력했었다 보니까 <저주소년>도 어두워졌다가 스스로 나오려고 했었던 경험을 하게 됐어요.


자기 얘기를 할 때는 어디까지 얘기하는 게 좋을까 고민 많이 하잖아요. 이거 굳이 해야 되나 접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거나.


진만: 아니요.


지영: 이야기가 어둡고 무거울 수 있으니까 귀여운 캐릭터들을 넣어서 조금 밝게 해 볼까. 공룡 캐릭터 해서 판타지 쪽으로 풀면서 그런 부분을 신경 썼죠. 본인이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찍었어요.


자료 같은 건 어떻게 찾았나요?


진만: 액자, 옛날 앨범 뒤져가면서 남아있는 옛날 사진 보면서 하고 시계도 창고에서 찾아서 보고 만들고 그랬죠.


인간이 아닌 캐릭터였을 때랑 인간 캐릭터 움직였을 때 시행착오가 있었나요?


진만: 물고기 같은 경우에 1년 동안 직접 기르면서 찍었고 개구리 다큐 같은 것들을 많이 보고 그랬었는데, 인간형 할 때는 제가 거울 보면 바로 나오니까 오히려 하기가 더 편했던 것 같아요. 제가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했었어요. 저는 코미디에 관심이 많아서 코미디 연극반 했어요.


지영: 슬랩스틱 코미디


진만: 교회에서도 성극 같은 거도 두세 편 하고. 영화 보면서 연기도 많이 보고 하다 보니까.


연극에서는 주로 어떤 배역을 맡았나요?


진만: 주인공이요. (웃음)


생각보다 적극적이셨군요.


진만: 제가 극 “I”인데, 어린 시절에는 나서서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저주소년> 주인공은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잖아요. 그때도 그런 성향이 있었어요?


진만: 초등학교 때는 눌려 있었죠. 많이 혼나다 보니까 아무래도 무서운 분위기에 눌려 있고 게다가 안 좋은 경험을 했었잖아요. 아버지 물품 가지고 가는 사람 때문에 분노하고. <개구쟁이 스머프>(1981) 보면 저주 책 같은 거 보잖아요. 제가 저주 관련된 책을 찾으러 도서관을 돌아다녔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그때 <개구쟁이 스머프>에 많이 빠져 있었어서 ‘나도 도서관 가서 그 책을 빌려서 흑마술을 연구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에 초등학교 때 도서관을 많이 다니다가 ‘이렇게 어둡게 살면 안 된다’ 하면서 교회도 다니고 친구들하고 많이 어울리면서 좀 밝아진 것 같았어요.


흑마술을 정화하기 위해서 교회를 다니고 (웃음)


진만: 교회 다니고 친구랑 친하게 지내고 하면서 오히려 사랑의 기술이라든가 그런 양서를 많이 보고 정화를 했죠. 저주소년이 이불 이렇게 확 뒤집어쓰잖아요. 저도 어렸을 때 아버지가 담배를 많이 피우셔서 이불 속에 들어가서 상상의 나래를 많이 펼쳤었거든요.


지영: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고 중학교 때부터 교회 다니면서 외부로 나가게 된 것 같더라고요.


진만: 제가 저주했었던 분들이 몇 년 만에 다들 돌아가셨어요.


저주의 효과인가요?


진만: 저주의 효과면 안 되는데 (웃음) 친척분들, 친구분들 자꾸 돌아가셔가지고 이러면 안 되겠다. 저도 피폐해지고 그러니까 좀 사랑하면 살아야겠다 그러면서 교회도 다녀보고 마음에 좋은 책을 많이 읽었죠.


지영: 군고구마 팔고 중고등학교 때는 오히려 외향적으로


진만: 신문도 배달하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살아야 되겠다.


신문 배달이랑 군고구마 파는 거는 사회 활동인 거예요 아니면 경제활동의 일환이었나요?


지영: 어머님한테 돈을 달라고 하면 형편이 어려우니까 “왜 자꾸 돈 달라고 하냐” 그런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 내 돈은 내가 스스로 벌어먹겠다 해서 신문하고 우유 배달을.


신문은 신문 보급소 가서 하면 될 것 같은데, 군고구마 장사는 기본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자영업이잖아요.


진만: 자영업을 빨리 시작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해야 나중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프랜차이즈 쪽으로 크게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되겠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형편이 어렵다 보니까 사업을 해서 빨리 부자가 되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행보는 돈을 벌기 위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진만: 집이 형편이 좋았으면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시작했었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 거, 그리는 걸 되게 좋아했었어서 예중예고를 가고 싶었었거든요. 근데 형편이 안 되다 보니까 빨리 사업을 해서 성공을 해서 미술을 할까 했었는데, 제가 고3 되던 시점에 형편이 좋아졌어요. 어머니가 이제 빚 다 갚았다는 거예요. 약간 눈치를 봐서 “화실비 좀 대줄 수 있어요?” 그랬더니 “되지” 그러는 거예요. 고3 때부터 화실 다니고 친구도 안 만나고 1년 내내 처박혀서 공부만 해서 대학을 간 거죠. 원래 제가 돈 벌려고 그랬던 것도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였던 거고 그게 해결이 됐기 때문에 인생의 방향이 바뀌게 된 거죠.

명상에 빠진 거는 마음이 번잡스러워서였나요?


진만: 저한테는 단체 생활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군대를 가기 싫어했거든요. 극 내향적인데 사람들하고 24시간을 2년 동안 붙어 있어야 되다 보니까 스트레스도 많고 저 때만 해도 폭력적인 구타라든가 강압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에 저한테는 아버지 돌아가신 게 첫 번째로 힘들었던 거고 두 번째 힘들었던 건 군대였어요. 인생의 고난을 이때 맛본 거죠.


군대 있을 때도 말년에는 책을 많이 읽잖아요. 어쩌다 보니 불교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게 된 거죠. 명상, 불교 이쪽 책을 많이 읽다 보니까 해탈에 관심이 많았었던 거예요. 그래서 나와서 ‘인도로 가야 되겠다’ 그런 생각도 있었고 자기 스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생활을 했어요.


<저주소년> GV 하실 때 눈물을 흘리셨다고


진만: 그때 제가 굳이 안 차도 되는 시계를 괜히 차고 가서 감정이 격해져 가지고. <저주소년>은 어렸을 때 부모님 하고 조금 사이가 좀 안 좋았다거나 그런 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지영: 그런 분들이 좋아한다기보다 공감, 어떤 부분에서 옛날에 그 느낌을 살짝 받으시는 것 같아요.


TV에 나오는 가족은 이상적인 모델로서 있는 거지 싶어요.


지영: 저희 아버지는 나름 TV에 나오는 이상적인 아빠였는데, 커서 보니까 좋은 남편은 아니었더라고요. 진짜 재미나고 좋은 아빠였는데 나쁜 거는 엄마가 다 받아준 거예요.


진만 감독 남동생은 애교가 많고 아빠가 막내는 이뻐했나 봐요. 용돈 받을 때도 동생이 가서 “아빠 용돈” 이러면 진만 감독이 뒤에 가서” 나도” 이런 식으로 했대요. 명절날 작품 보여줬더니


진만: 엄마랑 누나랑 저는 그걸 보고서 “우리 집 얘기야” 했는데 동생은 “우리 아빠는 저렇지 않았는데”(웃음)


나에게는 다정했는데


지영: 서로 느낀 게 너무 다르구나. 동생이 2살 어린가. 동생은 훨씬 더 어렸을 때 돌아가셨던 거라 기억이 좀 다르고 아빠에 대해 훨씬 더 애틋한, 좋았던 감정이 남아 있던 거예요.


똑같이 여행을 가도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고 내가 기억하는 것도 시간 지나면 또 달라지고


지영: 그래서 애니메이션에 동생 그렇게 얄밉게. (웃음) 맨날 얘 때문에 항상 내가 손해 본다는 느낌. 실제 캐릭터예요. (웃음)


다 실제 캐릭터인 거 아니에요?


지영: 원래 누나가 한 분 더 있는데


진만: 누나는 뺐죠.


지영: 아버님이 양복점을 하셨는데 칼라 텔레비전이 있었나 봐요. 아버님이 나가면서 어린 나이인데 진만 감독 보고 보라고 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들고 갔다고 그랬나


진만: 6살쯤에 친구들하고 밖에서 놀고 있는데 저희 집에 어떤 사람이 들어와서 텔레비전이랑 원단을 들고나가는 거예요. 최초의 빨간 TV 칼라가 나왔을 때 거든요. ‘장사가 안 되니까 이제 TV도 파는구나.’


도둑이라 생각 못하고


진만: ‘원단도 팔고 TV 도 팔고 파리 날리더니만 이제 저거라도 파나?’ 그렇게 생각을 했죠. 친구랑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난리가 난 거예요. 그래서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지금이라도 쫓아가라 그래야 되나. 그러다 그냥 솔직하게 얘기를 한 거예요. “누가 들고나가던데요. 파는 줄 알고” 변명할 시간도 없이 아빠한테 “도둑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놈”이라고 엄청 혼나고 엄마는 “저걸 알고서 그랬겠냐” 하셨지만 그때 이후로 (아빠와) 대화가 단절이 됐죠.


지영: 동생이 갖고 있는 기억은 다르겠지만, 진만 감독이 갖고 있는 기억은 그런 거고. 그래서 처음에 ‘양복점 집 아들’ 할까 그랬었거든요. TV 훔쳐가는 거 할까. 근데 TV 도둑맞고 혼나는 거 보면은 너무 불쌍할 것 같아서 이야기가 너무 슬퍼질 것 같아서. 아버님 하고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 되게 슬펐던 것들은 빼고 적당히 재미있는 요소가 될 만한 것들만.


9월은 샤인머스캣

경화: 샤인머스캣 비싸서 많이 안 사 먹거든요.

지영: 맞아요. 저희도 요만(20cm) 할 때 샀는데

진만: 얘도 한 4년 길렀거든요.

경화: 모종을 사 와서 4년 키우면은 이만큼 커져서 열매가 맺혀요?

지영: 삽목 한 거. 줄기 잘라서 자란 거를 길러서 한 3년 되면 열매가 달린다고 하더라고요.

경화: 샤인머스켓은 1년 내내 관리할 필요는 없는 거죠?

지영: 봄에 순이 나오고 거기서 열매 달리고 꽃 피고 꽃 지고 가을까지 관리는 해야 돼요.

진만: 중간에 이파리 한 7개 정도 남겨놓고 그다음에 자라는 걸 계속 잘라줘야 돼요. 영양이 이파리로 가면 안 되니까. 열매 맺히고 한 7개 정도 되면 잘라내고 중간중간에 봐주긴 해야 되죠. 그리고 아예 커지면 종이 싸야 되고 비 맞으면 안 되니까. 직사광선 맞으면 껍질이 두꺼워지고 좀 거세져요. 감싸줘야지 비로부터도 보호하고 강한 햇살에서도 보호하고.


두 분은 언제 만나셨어요?


진만: 저희는 <그믈> 끝나고


지영: <그믈>을 하고 있을 때였던 것 같아.


진만: 작업실이 여기 지하에 있었거든요. 특별한 일 없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제일 친한 친구가 명상하다가 만난 친구인데 “아는 여행 작가분이 있으니까 이 지역의 문화예술인으로서 서로 알고 지내라” 소개를 시켜줬는데, 그분 친구들하고 4명 정도 모여서 배고프니까 와우산에 올라가서 김밥 하나만 먹고 헤어지자 해서 올라가고 있는데 이분이 내려오고 있었던 거예요. 초입에 철물점에서 여행 작가분이 아는 척을 하는 거예요. “왜 이 밤에 산에서 내려오냐” 그랬더니 이분이 “식물을 산 정상에다가 묻어주고 내려오는 길이다” 하는 거예요. 그래서 좀 특이하신 분인가 보다 이랬는데 같이 와우산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 올라가서 허리를 곧게 하면서 김밥을 먹더라고요. 그래서 사람이 참 곧은 사람이구나. 기억에 남은 것 같아요. 그거랑 왜 하필 산 정상에 묻어주고 내려왔을까 호기심도 생기고.


지영: 제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거든요. 유리 노르슈테인을 좋아했는데, 만난 날 애니메이션 한다고 해서 같이 얘기를 하다가 동네 사람끼리 만나볼까 했는데 바로 데이트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식물은 왜 묻어주신 거예요?


지영: 식물이 죽었는데 쓰레기통에 버리기엔 미안해서 산에다가 묻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산에다가 버리러 간 건데 하필 만나서 (웃음)


진만: 산 정상에다가 동물은 묻어주는데 식물 묻어주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게 참 대단하다 생각이.


진만 감독님도 어릴 때부터 식물 키우는 거에 관심 있으셨어요?


진만: 동물은 안 키워본 애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다 길렀었죠. 식물은 저희 어머니가 식물을 너무 좋아해서 식물 밭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죠.


결혼하시고 여기가 첫 집인가요? 텃밭은 언제부터


지영: 텃밭은 오고 나서 하나씩 시작했어요. 원래 화단에 하얀 철쭉이 피어나는 집이었는데, 저희가 차츰차츰 애들을 하나씩 하나씩 처리를 하고 유실수 위주로 바꾸고 나서 점점 커졌죠.


텃밭 관리의 전환점이 있나요.


지영: 저는 원래 기르는 걸 좋아하고 그때 인터넷에서 자연 농법 이런 거 해서 하나씩 가꿔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진만: 장인어르신이 과수원을 하셨어요.


진만 감독님은 언제부터 내가 먹을 과일을 키워야 되겠다 하신 거예요?


지영: 진만 씨는 수확의 기쁨만 누리시는 분이고. (웃음)


진만: 워낙 포도를 좋아해서 작업실에서 밥 안 해 먹고 포도 사서 한 두 송이 먹고 작업하고 그랬었거든요. 같이 대림 원예종묘, 서울 외곽에 있는 종묘사 가서 “나는 포도” 그래서 포도를 기르기 시작을 한 거였죠.


먼지요정 후와 무

<먼지요정>은 웹 시리즈죠. 이야기는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요?


지영: 제가 조그마한 캐릭터로 실생활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같이 얘기한 상태에서 진만 감독은 작업을 하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유튜브로 찍어볼까 했는데, 지원 사업이 있으니까 한번 내보자 해서 <저주소년>하고 처음에 같이 냈었어요. 그때는 급하니까 대충 있는 거 만들어서 했는데, 예비라 지원금이 적어서 그다음에 좀 더 준비해서 냈죠. 이야기는 그때 시리즈로 만들었어요.


이야기는 아닌 밤중에 갑자기 떠오른 건 아니지 않나요?

지영: 제가 그림책 편집자였잖아요. 원래 어린이 책에 관심이 좀 많이 있었고 특히 무민 시리즈처럼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을 좋아했어요. 처음에 <먼지요정>을 기획하게 된 건 외국 유튜브에서 어떤 여자가 이혼하고 나서 자기 아들들이랑 어떤 동네로 간 다음 숲의 트레킹 길에 밤마다 가서 구멍 같은 데 문 달아놓고 요정들을 사는 것처럼 해놓은 거예요. 산책하는 사람들이 그걸 발견하고 너무 즐거워하고 어떤 사람은 블로깅하고, 그걸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게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저렇게 요정들이 실생활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하면 어른들도 그렇고 애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그런 쪽으로 기획을 해보자 한 거예요.


메인 캐릭터들은 무가 토끼고


지영: 무가 무청이라고 생각하시면


후가 뽀글 머리 친구잖아요.


지영: 집에 토끼가 있다 보니까 토끼 캐릭터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림을 그렸고, 후는 먼지요정이니까 머리를 풍성하게 하고 아기의 귀여운 얼굴을 담았으면 좋겠다 해서 디자인했어요. 이름을 후, 무라고 지은 건 우리가 애초에 후무후무라는 데기 때문에.


진만: 후무후무 스튜디오에서 이름을 지었잖아요. 후는 먼지 ‘후~’ 하면 먼지 덩어리가 날아가잖아요.


지영: 그다음부터 어거지로 끼워 맞추는 거. (웃음) 얘는 무랑 닮았으니까 무.


진만: 알타리무처럼 생겼으니까 ‘무~’하고. 맞네. (웃음)

나무에 살잖아요. 그 나무는 어디에서 섭외하셨어요?


지영: 그 나무는 만든 거예요. 외부는 석고를 색칠해서 만들고 내부는 저기 있어요.


밖에서 촬영한 장면은 경의선숲길공원이랑 또 어디였나요?


지영: 까치울의 베르네천이고. 옥수수 찍을 때는 아는 사람 철원 옥수수 밭에 가고 그리고 저희가 옥상에 큰 틀을 마련해 놨어요. 흙을 담아가지고 나무 올리고 풀을 심어서 서서 찍을 수 있게.


실외 촬영은 바람도 불고 햇빛도 변하잖아요.


진만: 옥수수 밭 할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옥수수밭도 흔들리고 바닥에서 막 뛰어다니는 장면이라 엎드려서 하다 보니까 허리가 부담이 많이 돼요. 한 달에 5분씩 찍다가 허리 디스크가 찢어진 거죠.


지영: 게다가 그때가 10월인가, 좀 늦은 시기였어요. 옥수수 밭에 옥수수가 없는 거예요. 친구한테 말했더니 좀 늦게 옥수수를 심은 데가 있다 그래서 갔는데 양계장을 거대하게 하시는 분인 거예요. 도로 저쪽에는 양계장이 있었고 이쪽에서 찍어야 되는데, 양계장에서 환기시키는 냄새가 주기적으로 확 오는데, 우린 배가 고프니까 거기서 가져간 치킨을 먹고 찍으려니까 그때가 진짜 힘들었고.


진만: 또 햇빛이 엄청, 지금 해만 뜨면 덥잖아요. 그때가 여름이고 밖에서 검은 옷 검은 모자에


지영: 개미한테 물리고


진만: 공원 같은 데 찍다 보면 개미들 막 기어 올라오고 살은 빨리 타고 한 5분, 10분 지나면 갑자기 시커메지는 거예요.


지영: 촬영상 힘든 거는 큰 건물들이 있다 보면 시간별로 그림자가 지니까. 그림자가 가리면 못 찍고 기다려야 되고 구름이 가리면 또 못 찍고. 빛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나는데, 웬만한 건 여기서 라이트룸이나 이런 데서 잡지만, 너무 극적으로 차이 나는 것들은 멈췄다 해야 되니까.

진만: 찍다 보면 갑자기 전봇대 그림자가 와요. 그러면 지나갈 때까지 1시간 기다리고. (웃음)


지영: 그러면 색값이 좀 많이 변해 있고


진만: 아침에 해가 뜰 때는 약간 노랬다가 다시 파랬다가 다시 또 빨개지잖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한낮에 찍어야 되고 10시나 11시부터 한 2~3시 정도까지 찍다가 중간에 도시락 빨리 먹고 또 찍고 좀 있으면 해가 떨어지니까 쉬는 시간 없이 4~5시간을 계속 찍어야 되니까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더라고요. 게다가 책상 다리 하고 찍으니까 더.


애들이 작아서 앵글이


진만: 허리를 꼬부려야 되잖아요.


지영: 바닥을 뛰어다닐 때는 거의 누워서 찍어야 되니까. 이분이 엑스레이 찍었더니 의사가 일반인보다 요추가 하나가 더 많대요. 하필이면 하나가 더 많아서 (웃음)


이런 어려움을 상쇄하는 야외 촬영의 장점은 뭘까요?


지영: 야외 안 나가려고요. (웃음)


진만: 한번 디스크가 찢어진 다음부터는, 좌골 신경통도 오고 다리 마비도 오고 하니까 건강을 챙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전에는 새로운 거 하다 보니까 재미있었죠. 배운다는 느낌도 있고. 건강에 문제만 없으면 더 찍을 수 있죠. 회복을 하고 다시 도전해야 되겠다. 근데 허리는 오래 걸리더라고요.

캐릭터는 귀여운데, 내용은 미션 임파서블이잖아요.


지영: 사람들이 긴박감 넘치다가 코미디 나오는 걸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후랑 무가 어떻게 같이 살게 됐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지영: 토끼가 하늘나라로 가다가 요정 세계에 떨어져서 후가 데려다가 같이 살게 된 이야기인데 아직 만들진 못했어요.


진만: 마법이라는 것도 결국에는 무슨 재료들이 섞여서 마법이 되는 거잖아요. 먼지 뭉치에 여러 가지 재료들이 합쳐져서 우연치 않게 펑


지영: 바람이 후 불면서 뭉치고 뭉치다가 탁 터지는 걸로 생각을 했었는데


진만: 후는 그렇게 탄생하게 된 거고 걔가 또 마법으로


지영: 떨어진 토끼를 데려다가


진만: 같이 가족이 되는 내용이 있는데 나중에 시간 되면, 기회 되면 만들자… (웃음)


생각보다 엄청나고 경쾌한 활극이었는데, 중간에 정서적으로 가슴 찡한 이야기가 있잖아요. 2부작으로 만드셨기도 하고. 처음부터 8편을 다 짜고 들어가셨어요?


지영: 이야기는 5개 이상 짰었는데,


진만: 스토리보드는 3개


지영: 저희는 우체통에 사는 요정, 지하철에 사는 요정처럼 요정 세계 쪽에 들어가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다른 요정들이 나오는 서정적인 내용 반응이 젤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는 이런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닌가’ 보구나.


진만: <먼지요정> 타깃을 어린아이와 4~50대 정도


지영: 3~40대


진만: 어린아이들은 키즈 채널을 보다 보니까 30~40대 여성만 가지고 유튜브의 구독자를 늘리려고 하다 보니 생각보다 잘 안 보게 된 것 같아요.


3~40대 여자분들이 아기들이랑 같이 볼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지영: 4~50대도 그럴 수 있고 힐링을 좋아하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사람들도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판단은 그렇게 해서 애들도 보여주고 (어른들도 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타기팅이 잘못된 것 아닌가.


진만: 현 상황에서 얘를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면서 유튜브 키즈로 넘어가면 어떨까 고민은 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은 들어가는 품에 비해서 돌아오는 게 적은데, 계속해서 이런 형태로 작업하실 생각인가요?


진만: 찍는 것도 재밌고 전 과정이 다 (재밌어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해보고 싶었던 거고.


지영: 예전에도 어떤 분이 사업을 키워서 여러 직원을 쓰고 계속 만들어내면 되지 않겠냐 했는데, 출판사 다닐 때도 출판사에서 책을 그냥 계속 찍어내야 되는 거예요. 직원들 월급을 줘야 되니까. 좋은 책이든 나쁜 책이든 일단 한 달에 몇 건씩은 나와야지 유지가 되는 거죠. 만약 우리가 직원을 쓴다면 똑같이 뭔가를 계속해야 되고 그럼 스트레스받을 거고. 저희는 스트레스에 그렇게 강한 사람은 아니다 보니까 이거는 둘이 암흑의 길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 그냥 우리 둘이 즐기면서 할 수 있게끔 하자.


<후와 무>는 형태가 바뀌더라도 이어나갈 프로젝트인 거죠.


진만: 야외 촬영만 좀 (웃음) 허리에 너무 안 좋더라고요.


10편 만드신 거예요?


지영: 본편을 8편.


그리고 여름 휴가랑 겨울 휴가


지영: 저희가 <꼬리 도깨비 뽀삐>라는 중편을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에 제출하고 나서 그래도 하던 거니까 조금 더 해보자 그래서 짬 내서 만든 것들이에요.


꼬리 도깨비 뽀삐


<뽀삐>는 마무리 다 된 거예요?


진만: (다급하게) 아니 아니, 목표가 올해 안에 끝내자.


지영: 이야기는 다 됐는데, 원거리 샷을 찍어볼까 준비하는 단계예요. 먼 데까지 나오게 찍으려면 꾸며야 되는 게 많은데, 저희가 마감해서 제출을 해야 할 때는 바쁘고 공간이 좁다 보니까 못했고 지금 작업실 정리해서 조금 더 키워놨거든요.


<뽀삐>는 <저주소년>의 톤인가요?


지영: <뽀삐>는 아예 어린이용. 도깨비 이야기라서 <월레스와 그로밋> 느낌에다가 지브리 느낌을 조금 섞어볼까… (웃음)


인형은 뭘로 만들었나요?


지영: 도깨비가 좀 딱딱한데 그 질감을 퐁상퐁상하게 하면 무서운 느낌이 좀 없어지더라고요. 캐릭터들이나 이런 건 다 펠트로 작업을 해서 <저주 소년>하고 비슷한 느낌을 주게 될 것 같아요.

<뽀삐>의 대략적인 내용은 어떤 거예요?


지영: 눈이 잘 안 보이는 할머니와 당근 도적단이 있어요. 당근 도적단의 딸이 할머니네 집에 열쇠를 가지러 들어가다가 할머니랑 만난 거예요. 할머니는 앞이 안 보이니까 얘를 손녀인 줄 알고 당근떡 만들고 하다가 도깨비가. 말로 설명이 되게 어려운데 (웃음)


여기서 기다려


진만: 올해는 <뽀삐> 마무리하고요. 내년에는 여기 장군이 캐릭터로 <여기서 기다려>라고 주인 기다리는 유기견의 이야기.

지영: 이번에 기획 개발안 지원받아서


진만: 장군이 오고 나서 거의 6개월 이상은 얘 기르느라고 작업할 시간이 좀


지영: 몸도 힘들기도 했고 대학 강의도 있었고 얘 온 김에 데리고 간만에


진만: 바다 가고 산 가고 강 가고


지영: 원래 저희 절대 안 움직이는데, 얘가 심심해할 것 같아서


진만: 데리고서 여행을 많이 다녔죠.


<여기서 기다려>는 어떤 형태인 거예요?


지영: 펠트로 캐릭터 만들어서 단편 스톱모션.


진만: <먼지요정> 그림책이 빨리빨리 안 되는 게 중편도 해야 되고 내년에 <여기서 기다려>도 찍어야 되고


지영: 허리도 붙여야 돼요. (웃음)

Humuhumu family
<여기서 기다려> 모델 장군이와 천지영, 김진만 감독

 

인터뷰 2023년 9월 9일 @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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