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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 Studio Pivote

피제이(Feat. 자이언티)의 <나비야>(2017)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사라지는 꿈>(2018) 등 힙합과 인디 뮤지션들과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던 스튜디오 피보테는 BTS의 <We Are Bulletproof : The Eternal>(2020)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끝날의 밤>(2021)을 제작하며 전환기를 맞이한다. 회사 다운 시스템이 안정된 것은 불과 세 달 전이라고 하지만, 고등학교 때 만난 20 년지기 이진우(사진 왼쪽), 이정수(사진 오른쪽) 대표가 스튜디오 피보테를 공동으로 운영한 건 10년이 넘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열중하고 있는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요즘에는 어떤 작업을 하고 계세요.

JW 시리즈물로 하나 하고 있어요. 5편이고 10월쯤 공개될 예정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스튜디오가 거기에 모든 걸 집중하고 있는 건가요.

JW 지금은 그렇죠. 이후에 커머셜 영상 하나 있고, 올해 말에 진행될 것들 기획하고 있어요.

바쁜 일정에도 안색이 나쁘지 않은 것을 보니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JS 무리해서 진행은 안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거절을 좀 많이 하고 있어요.

JW 초창기에는 과부하가 많았었는데, 요새는 저희 내부 인원들과 외부 인원들의 밸런스를 잘 맞춰서 야근은 거의 없어요. 일정에 맞춰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게 저희가 심혈을 기울였던 것 중에 하나예요. PD님이 들어오면서 밸런스가 더 잡혔죠. 저희가 중간 단계에서 컨펌을 내려야 되는 것을 PD님이 정리를 해주시고, 작업을 하다가 클라이언트나 뮤지션들이랑 예민하게 얘기해야 되는 것들도 다 정리를 해주셔서 많이 편해졌죠


밸런스가 잡혔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언제쯤이에요?

JW 세 달 됐나요. (일동 웃음)

JS PD님이 들어오신 지가 이제 6개월이 지났으니까 엄밀히 말하면 아직도 맞춰가고는 있지만, 그래도 진짜 한 세 달 전부터 내, 외부 스케줄도 그렇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일을 받을지 좀 무리를 할지 정리가 돼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두 분이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1회 동기신데, 얼마나 친했길래 창업까지 같이 하시게 됐는지 궁금해요.

JW 고등학교 특성상 같이 살다 보니까 가깝게 지냈는데, 작업을 같이 하는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같이 대학교 가면서 작업을 같이 많이 하게 되었어요. 잘 싸우지는 않아요. 보니까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그냥 이 친구가 이렇게만 해놔도 대충 이렇게 나오겠구나라는 거를 예상할 수 있어요. 노부부 같은 느낌으로.


벌써 22년쯤 됐으니까

JW 그렇죠

JS 서로 돈이나 상업적으로 접근을 안 해서 그런 것 같기는 해요. 우리가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벌고 우리가 재밌게 할 수 있는 거를 찾고, 그래서 그러지 않을까.

JW 돈에 대한 거는 딱딱 정해진 대로만 하고 그 이상의 욕심은 안 내니까 사실 싸우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2009년에 한 번, 2012년에 한 번 스튜디오를 시작했어요.

JW 피보테 전에 스피오라고 다른 스튜디오를 했었어요. 스튜디오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스터디 그룹이었던 것 같아요.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칼아츠를 나오고 디즈니도 다니고 픽사도 다니고 카툰네트워크도 다니다가 군대 때문에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그 시절만 해도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는 체계가 없었는데, 그 친구가 내가 군대에 있는 시간 동안 수업을 해줄 테니까 좋은 작품을 같이 만들어보자라고 해서 스피오를 만들게 됐었죠.


스피오를 통해서 2년 동안 만든 결과물은 어떤 게 있나요?

JW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제대로 완성된 거는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피보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좀 더 생겼었어요.

스피오 때는 직장을 다니면서 스터디를 한 건가요

JW 좀 맞물려 있어요. 정수는 더 많이 맞물려 있는데, 저는 한 3개월 정도 맞물려서 회사 끝나면 가서 하다가 회사를 관두고 쉬는 동안 워크숍에 집중을 했었죠.

JS 옛날 표현으로 야학(야간학교)이라고 그래야 되나. 보릿고개 시절 느낌으로 얘기하자면. (웃음) 진짜 낮에는 돈 벌고 퇴근해서 오면 그 친구하고 애니메이션 수업하면서 속성으로 학교를 한 번 더 다닌 느낌이었어요. 그 기간이 없었으면 피보테를 안 했을 수도 있어요. 그때 ‘우리는 스터디 그룹이야’ 이런 건 아니었지만 거의 대부분이 공부였고 나머지는 이걸 가지고 단편을 만들까 아니면 진짜 커머셜한 작업을 해볼까 열려 있는 상황이었어요. 작업들을 하면서 나도 회사를 그만두고 좀 더 몰입을 하면 이걸 가지고 돈을 벌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키운 거였어요. 처음부터 스튜디오 만들 생각은 전혀, 1도 없었거든요.


스튜디오 피보테에 초창기 작업에 카툰네트워크 작업이 있어요.

JW 그 친구가 소개를 해준 일이었죠.

JS 그 친구는 다시 미국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돌아갔지만, 우리한테 소개해줄 만한 일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했어요. 그중에 하나가 카툰네트워크에서 파일럿 필름을 만들어 보는 일이었고, 그것 말고도 소소한 일들을 많이 소개해 주었어요.

JW 저희는 그 시절에 이뤄놓은 게 하나도 없어서 누가 일을 준다고 하는 게 없었거든요.


각자 첫 번째 직장에서는 어느 정도 계셨던 거예요.

JS 저는 한 2년 반? 3년 조금 안 되게.

JW 1년도 안 했었어요. (웃음)


직장 생활을 도저히 못 할 것 같았나요?

JW 하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고 광고 감독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라이브 액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안 맞는 것 같았어요. 촬영팀이나 조명팀이나 기획팀은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게 필요한데, 저희는 작업을 파는 성향을 갖고 있다 보니까 그 과정들이 힘들고, 또 그냥 그림을 그리고 싶었었어요.

JS 20대 초중반이었는데, 뭔가 도전도 많이 하고 싶을 나이잖아요. 저한테는 회사에 대한 비전이 안 보였어요. 어떤 일이 주어지면 그 프로젝트를 완수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보니까 회의감이 들기도 했거든요. 일도 익숙해지고 회사 동료들이랑도 친해지고 파이프라인도 명료해서 편하게는 할 수 있었는데 회의감이 드는 시점에서

JW 악마의 손길이 (웃음)

JS 스피오를 하니까 더 바람이 든 거죠. 일단은 그만두고 창작을 베이스로 두는 뭔가를 해보자라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한 거라서 그 뒤로 그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피보테는 2012년에 시작했다고 했는데 홈페이지를 보면 이 시기는 공백이에요.

JS 지금의 포트폴리오가 있는 WORK 란에는 너무 초창기거나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겠다 싶은 것들은 다 내렸어요. 그때는 어떻게든 벌어서 먹고살아야 되니까 하는 일들 위주였기도 했고

JW 되게 의욕은 넘쳐났었는데, 저희의 실력이나 노하우 같은 게 너무 부족했어요. 모든 작품들을 100% 만족할 수는 없는데, 그거는 심히 낮은 만족도를 갖고 있어서 아픈 기억들이 자꾸 떠올라서 내려버렸죠.


갈고닦으며 준비하는 기간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JW 시작해서 한 3~4년 동안은 계속 힘들었어요. 이거를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드는 시간이었었어요.


스튜디오 운영에 확신을 가진 계기가 된 작품이 있나요?

JW 기폭제가 된 거는 <나비야> 예요. 그 후에 제일 큰 힘이 됐던 거는 느닷없이 들어온 삼성 쪽 일이에요. 금전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서 좀 더 마음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비야>가 스튜디오 피보테의 첫 번째 뮤직비디오 작업인가요?

JW 뮤직비디오로 따지면 한 세 번째 되나.


<나비야>가 그전 작업과 달랐던 점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JW 우선은 풀 애니로 된 뮤직비디오를 온전히 만들어 본다는 거. 창작에 대한 제재가 거의 없었어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걸, 우리가 했을 때 잘 될 수 있다는 거를 경험하게 했죠. 그 작업을 되게 즐기면서 했었거든요. 이후로 우리가 작업을 할 때 이런 식으로 하면 잘 될 수 있겠구나라는 걸 깨우친 것 같아요.


초창기에는 힙합 뮤직비디오 작업들을 주로 하셨어요.

JW 저희가 친했던 음악 크루가 있었어요. 그 크루에 계시는 디제이 분이 저희를 되게 좋게 생각해 주시고 한국에서 이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잘 돼야 된다고 친한 뮤지션들한테 저희 작품들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애니메이션 뮤비를 외국에서 많이 하는데 국내에서도 하면 분명 멋있는 작업이 될 거다라고 얘기를 해주셔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어요. 그래서 힙합이나 인디 쪽에서 저희를 아시는 분들은 많았었어요. 스튜디오라는 것보다는 그냥 애니메이션 하는 동생들 정도 그랬는데, 자이언티와 피제이 두 분이 마음먹고 연락을 주신 거예요. <나비야>가 나오고 나서 연락들이 엄청 많이 오기 시작했어요. 뮤지션들한테도 많이 오고 광고적으로도 많이 오고. 근데 일들이 몰려왔다고 바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었어요. 마음적으로는 뭐가 차올랐는데, 수중에 돈은 없는 밸런스가 안 맞는 시기에 삼성 작업물이 들어와서 다음에 좀 더 낮은 버짓에 인디 밴드를 하게 될 때도 부담감이 없었죠.


친하게 지냈던 뮤지션이 DJ 소울스케이프인가요.

JW DJ나 음악 프로듀싱 쪽에서는 되게 유명한 분인데, 저희 같은 스튜디오가 잘 돼야 된다는 마인드가 있어서 계속 밀어주셨어요. 저희가 너무 몰랐을 때는 내 이름을 전면에 걸고 미팅을 가라고도 하시고 미팅도 직접 와서 도와주시기도 하고 그랬어요. 미팅을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브레인스토밍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 클라이언트가 난처한 요청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구나. 이런 걸 되게 많이 배웠었어요.


스튜디오 초기부터 DJ 소울스케이프가 크레디트에 많이 등장해서 상성이 좋은가 생각했었어요.

JW 사실은 저희가 너무 팬이었었어요. 팬으로서 그분의 곡을 좋아했는데 우연히 같이 일을 하게 돼서 저희도 되게 신기해했었어요. 우리가 이런 걸 하는데, 그 형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이런 작업에 관심이 있다 보니까 아까 말씀드린 미국 간 친구를 통해 매칭이 됐었죠. CJ ONE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도 아마 그 형의 일로 들어왔던 건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저희를 선정을 해준 거였어요.

JS 그거 하면서 친해진 거죠. 그 형도 저희라는 존재를 알면서 친해지고 결과물도 좋았어서, 그 뒤에 저희가 힘들 때마다 카운슬링도 해주시고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그런 식으로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현재 구축된 파이프라인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JW 초안이 나오고 그거를 시나리오로 써요. 이미지를 많이 먼저 보여주지 않고 글로 먼저 써요. 글로써 설명이 잘 돼야 나중에도 명확하더라고요. 그에 맞는 아트와 스토리보드가 나오고 애니메틱스를 만들면 사운드 작업을 해요. 애니메틱스가 완벽하게 이 영상에 대한 청사진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제대로 된 애니메이션을 시작하죠. 프리 단계에서 중요한 것들, 아트적으로 어떤 스타일을 낼 건지 애니메이션을 할 때도 액팅의 스타일을 어떤 식으로 할 건지에 대해 더 신경을 쓰는 흐름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동화나 클린업 등은 최대한 외부로 보내서 단순작업을 많이 하지 않는 쪽으로 하고, 음악 같은 거에 더 많이 신경 쓰는 쪽으로 진행되게 되죠. 모든 게 탄탄해진 건 아까 말씀드린 3개월 전이고, <사라지는 꿈> 할 때쯤부터 이런 흐름으로 얼추 잡아나가야 되겠구나 했던 것 같아요.

JS <나비야> 때 컬러 스크립트를 픽스를 짓고 하는 게 작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어요. 그 뒤로 모든 작업의 컬러 스크립트를 다 완벽하게 하고 넘어가는데, 일적인 파이프라인의 분배를 정확하게 한 거는 <끝날의 밤> 때였어요. 외부 인력을 나누는 시스템을 잡았죠.

JW 의도해서 나눈 게 아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작업을 해낼 수가 없었어요.

JS 우리가 도저히 감당 못할 분량이었어요.

JW <끝날의 밤> 기점으로 이후 작업들은 이제 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죠

2020년에 BTS 작업을 하셨죠.

JW 저희가 여러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다 보니까 뮤직비디오에 특화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같은 이미지가 생겼더라고요. 소문이 퍼져서 웬만한 뮤직비디오 프로덕션에서 저희를 거의 알고 계셨어요. 빅히트 쪽에 계시는 PD 중에 한 분이 저희를 눈여겨보셨었나요. 한창 빅히트 안에서도 애니메이션에 대한 니즈가 커졌어서 연락을 주셨는데, 다른 작업 때문에 시간적으로 벅찬 상태여서 안 할 생각이었어요. 이제 워라밸을 좀 맞추자 그러던 때였거든요.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는데 빅히트로 메일이 와서 고민하다 하게 되었죠.

JS 바로 직전에 <히트맨>을 끝내고 좀 지쳐 있는 시기였어서

JW 영화 작업을 끝내고 한 3개월 정도 문을 닫아버리려고 했었어요.

JS 어쨌든 그렇게 BTS 작업하고 TXT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 일정이 꽉 차 버렸어요. 어쩌다 보니 아이돌 일들을 하게 된 케이스가 돼버린 거죠.

실존 인물의 캐릭터 디자인하는 게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아요.

JS 엮여 있는 것도 많았어요.

JW 팬들도 캐릭터 얼굴이 어떻냐에 따라서 말이 되게 많이 나올 수 있는 거다 보니까 컨펌 과정이 엄청 길었었어요. 캐릭터 이미지가 너무 튀어나오면 안 된다는 문제도 있었어요. 회사 자체에서도 캐릭터를 개발하고 있는 단계였다 보니까 두 캐릭터가 상충되면 안 되고, 그런 문제들이 되게 많았어서 스케치들이 걸러지고 걸러지고 걸러져서

JS 가장 특징이 없고

JW 이목구비를 크게, 착장으로만 구분이 되는 걸로 하는 식으로 정리가 됐었죠.


캐릭터 외형은 동글동글 귀엽게 됐죠.

JW 원래는 더 아트적이고 캐릭터 비율도 크게 생각을 했어요.

<끝날의 밤> TXT는 길쭉하고 만화적인 캐릭터였어요. 웹툰과 관련이 있나요?

JW 세계관은 연결돼 있을 텐데, 웹툰이 더 나중에 기획된 걸 거예요. 애니메이션 작업할 때 디자인되어 있는 캐릭터를 활용해야 되는 전제가 깔려 있긴 했었어요. 저희가 이런 스타일을 많이 하는 스튜디오도 아니고 해서 걱정이 많아서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긴 했었어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요.

JS 그전까지 아무리 길어봤자 뮤비다 보니까 3분인데.

JW 길어야 5분

JS 진짜 길어야 5분인데, 이거는 10분이 넘어가는 거니까 작업량이 기존 대비 2배로 늘어난 수준이 아니라 한 3배, 4배 늘어난 거였죠. 배경 수도 그렇지만 퀄리티적인 것도 그렇고. 제가 아까 시스템적으로 정해진 작품이 됐다고 했던 게 그렇게 준비하지 않으면 마감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제 단순히 개개인 외주분들의 도움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른 회사에서 처리해 줄 수 있을 만한 게 붙여야지 가능했어요. 지금은 그게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그런 걸 해보지 않았으면 그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했을까 싶긴 하거든요.

JW 회사 다운 회사처럼 된 느낌.

JS 어떻게 대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사적인 입장에서 시스템이 정립이 된 거예요.

그전까지는 작업을 개개인별로 나눠가지고 ‘이것 좀 도와주실 분’ 하는 식이었다면 이제 통으로 어떤 계약을 해서 도움을 받고 커뮤니케이션 어떻게 하고 이런 식으로 된 거예요.

<끝날의 밤>은 정체가 뭐죠.

JW 그룹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영상이라고 제일 많이 얘기는 했어요.

JS 지금은 웹툰으로도 정리가 된 것 같긴 한데, 저희 작업 당시에는 세계관을 정립하는 시기여서 대응하기 벅찬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계관 설명도 하지만 어쨌든 팬들을 위한 영상이거든요. 이걸 가지고 편집해서 뮤비로 쓰든, 열려 있는 느낌처럼 얘기했는데, 세계관이 너무 방대해서 줄이고 압축하다 보니까 세계관 티징(teasing) 같은 느낌이 된 거죠. 10분짜리 세계관 티징, 이것만 보면 좀 어렵고 이걸 풀기 위해 다른 것들도 함께 확인해야 하는 거죠.

JW 요새 아이돌들의 큰 콘셉트이라고 그래야 될까요. 뭔지 모르겠는 콘셉트, 비밀들이 많잖아요. 이거를 자세하게 설명하면 이것만 보고 끝나게 되는데, 애매한 떡밥처럼 던져놓으면 다음 앨범의 음악을 더 심도 있게 듣는다거나 다른 관련된 영상을 찾아본다거나 그런 걸 유도하는 영상이었던 것 같아요.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애니메이션을 진행했다니 어떤 단계에서 바뀐 설정을 반영했나요?

JW 프로덕션이 진행되고 있었을 때였는데, 다행이었던 거는 모든 게 처음부터 기승전결로 이어진 형상이 아니고 다 끊어져 있거든요. 끊어진 파트의 어디가 바뀌었는데, 저희가 속도를 못 따라가서 거기는 아직 애니매틱인 상태였어요. 몇몇 인원은 애니메이션을 해야 되고 저는 따로 나와서 다시 스토리보드를 그려야 되고 약간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좀 어수선하기는 했어요.


캐릭터 디자인은 나와 있었고 애니메이션 연출부터 피보테에서 담당한 건가요.

JW 음악적인 부분만 정재일 음악 감독님이 해주시고 저희랑 많이 얘기를 하긴 했었는데, 원래 음악을 하는 회사다 보니까 그런 부분은 내부에서 방시혁 대표님이 거의 얘기를 하고 그 외 것들은 생각보다 터치는 없었어요. 생각보다는.


영상이 완성된 다음에는 어디서 주로 보여준 거예요.

JW 그게 한번 극장 상영을 했어요.

JS 팬미팅이랑 묶어서 극장에서 했어요. 유튜브로도 오픈하고

JW 거기서 이제 멤버들이 인터뷰하고, 멤버들이 영상을 보는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시고 또 유튜브에 그냥 올라오고 그런 식이었었죠.


그다음에 아이돌 작업을 물 밀듯이 들어온 건가요

JW 그 이후로 엄청나게 연락이 왔었어요. 진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이돌은 다 연락이 왔었던 것 같아요. 근데 TXT 작업을 1년 넘게 하다 보니까 많이 지치기도 했었고, 요즘 트렌드 메타버스 같은 거나 가상의 2D 캐릭터를 한다는 콘셉트들이 저희가 느끼기에는 다 너무 비슷한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쟤네들은 항상 저렇게 작업을 하는 사람들인가라는 이미지가 되는 것도 싫었고요. 저희는 <사라지는 꿈>이나 <나비야>나 <코코바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애니메이션인 걸 하는 게 더 재미가 있는데, 10초 15초씩 짧게 끊어서 치는 거랑 앞뒤로 라이브 액션이 저희가 의도한 바랑 다르게 연결되는 것도 좋지 않았어요. 그전에 한 작업이지만 아이유 <에잇> 할 때는 좋았었거든요. 메인 감독님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도 높으시고 처음부터 저희랑 할 걸 생각하고서는 섭외해 주셔서 앞뒤 연결도 최대한 맞춰주시고 했는데, 회사 단위로 움직이는 일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그런 걸 전혀 신경 써주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거절한 게 되게 많았어요.


에스파는 가수들이 있고 3D 캐릭터가 있는데, 2D 캐릭터를 또 만든 거잖아요.

JW 그 2D 캐릭터를 메인으로 쓰는 것도 아니었어서 일회성인 게 많기는 했었죠.

JS 아이돌 뮤비는 아이돌이 보이고 그다음에 2D든 3D든 이런 걸 푸는 거니까 서브 개념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이게 짧은 것도 짧은 거지만 애써 캐릭터를 다 셋업을 해서 넣어도 잠깐 한번 보이고 마는 거니까. 그렇다고 제대로 빌드해서 하려고 하면은 대단히 피곤한 일들이 또 많이 엮이거든요.


KBS 다큐멘터리 <더 게이머>와 <웹툰제국의 탄생> 작업에는 영혼이 담겨 있는 느낌이었어요.

JW 둘 다 같은 PD 님이세요. 이것도 거슬러 올라가면 엮여있는데, 소울스케이프 분이 되게 유명한 다큐 시리즈(<모던 코리아>) 음악을 계속 맡아서 하셨어요. 그 다큐의 메인 PD님 밑에 있는 PD님이 내 연출작을 할 때 소울스케이프라는 사람이랑 작업을 해보면 정말 좋겠다 그러면서 저희를 찾게 된 거예요. 내 다큐 안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에 소울스케이프 음악이 들어가면 진짜 멋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하셨었대요. 그래서 계속 찾아오셔서 자기가 이런 비전을 갖고 있고 이런 작업을 하고 싶은데, 정말 같이 해주면 너무 좋겠다고. 저희는 이렇게 우리를 원하는 것도 좋았었고, 또 우리에게 관심을 표하시고 우리랑 어울릴 것 같은 일들을 갖고 오신 것도 너무 좋았어요. 사실 금액적으로 하면 안 되는 일인데, 저희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때쯤 저희가 도트로 된 작업물들을 해보고 싶었었는데, 이번에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하게 됐어요.

도트 효과가 아니라 정말로 하나씩 찍어서 만드신 거예요.

JW 그러고 싶었는데, 그런 시간은 안 나왔어요. 도트를 직접 찍진 않았지만 최대한 그 분위기가 나고 진짜 게임 내에서 쓰는 모션처럼 보이게끔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죠.


최근의 웹툰 다큐 작업은 2019년에 서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다시 기회가 온 건가요.

JW 그렇죠. 근데 사실 PD님이 저희를 고정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웃음) 사실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기획도 좋았고 저희 주변에 웹툰을 하는 친구들도 많아서 그 친구들이 하는 얘기도 많이 듣다 보니까 이런 아트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이런 다큐가 나오는 건 진짜 되게 좋은 거다 해서 이번에도 도움을 드리고 싶었었죠. 그래서 되게 재밌게 작업했어요. 조금 더 힘을 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이 많이 없었어서 조금 아쉽기는 해요.


스튜디오가 꿈꾸는 오리지널은 언제쯤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Into the Forest>와 <몽실이>를 전시와 연계해서 선 보인 적이 있었고 초창기부터 네모 세모 동그라미 캐릭터가 등장하는 SF 애니메이션을 구상하셨어요.

JW 지금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기는 해요. 스튜디오는 어찌 됐건 계속 굴려야 되는 시스템이 있다 보니까 저희 작업을 많이 못 했었는데, 곤충은 단편 시나리오를 정리하고 있어요. 내년쯤에 단편 제작지원을 시도할 것 같고 또 다른 숨겨진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해외 OTT나 스튜디오 쪽에서 투자를 받아서 제작을 해보려고 피치를 하고 있거든요.

JS 조금 더 걸릴 수는 있기는 하지만 OTT든 방송이든 제대로 플레이를 할 만한 곳이 정해지고 버짓이든 제작할 여건도 충분히 받고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작품이 망하게 되더라도 이런 걸 했다는 게 남으면 그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엄청 두드리고 있는데, 긴 텀이라고 느껴졌어요. 첫술에 배부르는 게 아니라 해보고 해보고 하다가 어느 날 그냥 풀릴 수 있겠다 그래서 일단은 피치 할 자료처럼 그림도 그리고 세계관 설정도 한 다음에 글로 다 정리해서 피치 하면서 길게 보고 있어요.


시리즈를 생각하시는 건가요.

JW 그게 스튜디오들마다 달라요. 어떤 스튜디오 저희 거를 보고 이건 시리즈에 어울리겠다, 이건 장편에 어울리겠다 선정하거나, 어떤 스튜디오는 시리즈 콘셉트가 꽉 찼는데 장편은 이런 스타일이 없어하면 장편이 될 수도 있는 거죠.

JS 아이디어가 괜찮으면 이거 영화로도 괜찮은 것 같다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틀어버리고. 진짜 빌드를 해보자 이러면 사람들이 붙어버려서 영화용으로 쭉 개발을 해버리거든요. 이런 일련의 과정이 공부가 많이 되는 느낌이에요. 접근 방식도 다른 게 100% 좋은 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아이디어를 그냥 사장시키는 게 아니라 예산이 충분히 굴러갈 만한 곳으로 돌려서 디벨롭을 계속할 수 있는 식이어도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다이렉트로 외국에서 투자를 해서 뭔가를 해놨는데 나쁘지 않은 성과가 나오면 저희뿐만 아니라 누구든 기회가 올 수도 있겠죠. 애매하게 투자받아서 성공하기도 힘드니까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하는 거죠. 기존의 뭔가를 답습하지 않고 최대한 다른 선례를 만드는 걸 상상해 보고 있는 거죠.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두드려 보고는 있어요.

장기적으로 보면서 도전을 계속한다는 건 10년 동안 스튜디오를 꾸려가면서 얻게 된 깨달음일까요.

JS 애초에 저희가 목표를 가지고 스튜디오를 차린 게 아니고 그냥 흘러 흘러온 거거든요. 물론 조바심도 있어요. 주변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까 이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 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아예 다른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일종의 깨달음이 있게 된 거죠. 둘 다.

JW 초반에 한 3~4년을 힘겹게 보냈다 보니까 나중에 정 안되면 우리끼리만 있어도 어떻게든 하겠지 라는 게 있거든요.

JS 역시 인간은 바닥을 한번 봐야

JW 더 깊은 바닥이 있을 수도 있죠.

JS 그렇지, 그럴 수도 있지.


스튜디오에 일생의 귀인들이 있었고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인맥들을 넓혀 와서 더 큰 프로젝트를 또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JW 저희는 운이 좋았다고 가끔 얘기해요. 우리가 특출 나게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다기보다 좋은 기회들이 왔었고 좋은 분들이 좋은 소개들을 많이 해주시고

JS 적절할 때 딜레이도 해 주시고. 진짜 마감을 못 맞춰서 이 상태로 내보내면 망하는 건데, 마침 그분들도 우리 한 달 정도 더 있다 내야 될 것 같아 이러면 한 달 동안 엄청 열심히 마저 하고, 그런 고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우리 운이 좋았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죠.

JW 되게 아슬아슬하게 (웃음)

JS 외줄 타기 하듯이

JW 그래서 외국에 피치 하는 일도 실낱 같은 아슬아슬함으로 뭔가 되는 게 있지 않을까 하면서 계속 열심히 해보고 있어요.

 

인터뷰 2022년 7월 21일 @망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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