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 JOUNG Yumi

정유미

파도 (2022)

인파가 몰리는 여름의 해수욕장과 달리 겨울 바닷가는 한적했다. 게다가 지난 2년은 뻥 뚫린 바다도 출입 통제 구역이었다. 연초 해운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욕망의 타워도 바닥층은 임대 광고를 내건 채 텅텅 비어 있었다. 심란한 육지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바다는 맑고 차갑게 빛났다. 2021년 12월 24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에 공개된 정유미 작가의 신작 <파도>는 여기서 탄생했다. 건물 사이로 조각난 바닷가가 보이는 고층 빌딩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반년 간 만든 작품이다. 그보다 먼저 진행한 <존재의 집>과 새로 시작한 <그림자 아이>(가제)까지 오랜만에 돌아온 그가 애니메이션과 책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을 한꺼번에 들었다.


바다 옆에 산다


부산에서 오신 지는 얼마나 됐나요?

6~7년 정도 된 것 같은데, 2015년쯤에 온 것 같아요. 저는 서울에 있으나 부산에 있으나 크게 환경 차이가 없어요. 사람을 많이 만나지도 않고 제 작업이 교류가 많지도 않고 그래서 어디 살아도 상관없는데, 부모님과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 지냈던 동네도 해운대 쪽이었나요?

동래 쪽이었어요. 명륜동. 외지 사람이 많지 않고 안정적이지만 그래서 저에겐 조금 답답하게도 느껴졌어요. 해운대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아무래도 서울에서 내려오던 시점이라서 바다처럼 좀 더 트여 있는 곳에 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최근 작업 <파도>는 현대미술관의 <대지의 시간>(2021.11.25-2022.2.25) 전시 연계 작품입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의 작품을 알고 계셨던 학예사님이 <대지의 시간>이라는 전시를 할 건데 같이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연락을 받은 게 작년 5, 6월이어서 시간이 촉박했는데, 재밌을 것 같았고 해보고 싶어서 그냥 했죠.


<대지의 시간>은 “생태학적 세계관을 탐색”하는 전시인데, 어떤 요청이 있었나요?

특별한 요청은 없었고 전시가 연말이고 코로나로 힘든 우리들에게 조그만 위로라도 건넬 수 있는 작업이면 좋을 거 같다고 이야기하셨어요. 처음에 생태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객관적인 사료로 접근하기보다는 제가 기존에 해왔던 개인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실 창 밖을 보면 고층 건물 틈 사이로 작은 해변이 보여요. 혼자 가만히 서서 바다를 보는 사람, 파도를 쫓으며 즐거워하는 사람, 해변을 걷는 사람, 모래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마치 연극처럼 이 작은 해변에 등장했다 사라져요. 이 풍경을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파도라는 메타포로 삶의 이야기를 풀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부산의 일상에서 아침이나 밤에 바다 산책을 하나요?

그렇죠. 바다가 보이는 위치니까 많이 보죠. 날씨 변화도 보이고, 동백섬도 있고 여기 왔다 갔다 하기 좋거든요. 친구랑도 만나면 이 근처에서 산책도 하고.


<파도>는 흑백이라서 그런지 밤바다 같이 보이는데, 모래사장은 환하고 아이가 공놀이를 하고 있으니까 낮과 밤이 모호한 느낌이 듭니다. 거기서 할머니가 작은 동물부터 점점 더 큰 동물을 배에 실어 보내죠. 마이클 두독 드비트의 <아버지의 딸>(2000)에서 할머니가 갈대밭에 버려진 낡은 배를 발견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거기 할머니가 나왔나요.


딸이 자라서

맞다.

삶의 피할 수 없는 이야기 같아요. 결국 우리는 언젠가 애착하고 사랑했던 존재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고 그리고 결국엔 자신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새와 고양이 다음에 갑자기 여우인가 늑대인가…

개! 개! 개! 개인데 꼬리가 너무 풍성하니까 늑대같이 보인다고 그러더라고요.


뱃사공이 맨발이에요. 한강에 뛰어들거나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 벗지 않습니까.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인가…

사실 되게 무의식적인 선택이에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가 맞는 것 같아요. 사람이라기보다는 다른 차원을 왔다 갔다 하는 중간적인 존재를 떠올렸던 것 같아요.


작품 중에 최다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의 여러 시기, 어린 시절과 현재와 미래처럼 보이기도 해요.

저는 마음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파도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두 사람이라기보다는 한 명이 겪는 삶의 다양한 풍경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부터 온라인 상영으로 하기로 했나요?

원래는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분들이랑 같은 공간에서 상영할 계획이었는데, 애니메이션 작업 특성상 다른 작가님들보다 시간이 더 필요했고 온라인으로 상영하는 게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을 거 같아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AR 북도 같이 기획했나요?

약간 미디어적인 전시라는 기획이라 전통적인 책보다는 기능 있는 책을 만들자고 얘기가 됐던 것 같아요.


이 책에 사용되는 그림은 별도로 그리지는 않고 애니메이션 만들면서 같이 하신 거예요?

애니메이션에 나온 장면들인데, 애니메이션이 밀도가 살짝 떨어지니까 주요한 키가 되는 장면들을 선택해서 리터치를 했어요.


애니메이션 언제 끝내고 이거 언제 하셨어요?

동시에 작업했어요. 애니메이션 끝내기 2주 전쯤 책의 원고를 넘기고 이후 애니메이션을 마무리했어요.


키로 들어갈 그림 먼저 뽑아서 작업을 해놓고 애니메이션 계속하고

그래서 보면 애니메이션 본편하고 다른 장면들이 있긴 해요.



이야기를 푼다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애니메이션과 책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어요.

애니메이션 속 키가 되는 중요한 장면을 다시 연필로 작업했어요. 그 과정에 내용도 조금 수정했고요.


<연애놀이>는 애니메이션과 책이 거의 똑같고요.

연애놀이 책은 그림을 다시 재 작업하지는 않았고 애니메이션 그림들을 출력해서 컷의 편집으로 그림책을 만들었어요. 먼지아이 책도 같은 방식이고요.


기획할 때마다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을 같이 생각하시나요?

애니메이션을 하고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느낌이 오면 하는 것 같아요. 책을 먼저 하고 애니메이션을 한 적은 없었어요. 이번에 『하우스 오브 픽션』이라는 작업을 하면서 <존재의 집>은 책 먼저 했어요. 다른 작가님들과 프로젝트 성으로 한 작업인데요, 그림으로 먼저 작업을 하고 애니메이션을 풀었거든요.


완성은 하셨어요?

사운드가 아직 안 됐는데, 애니메이션 완성은 돼 있어요. 집이 다 무너졌더니 사람이 보인다는 단순한 이야기예요.


언제 제안을 받고 언제 작업을 하셨나요?

그림 그릴 때 이거는 나중에 애니메이션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하긴 했는데, 이게 언제지? 요즘에는 뭔가 조금만 오래됐으면 거의 10년 돼버리는 것 같아요.


초판 발행일이 2016년 9월 30일이네요.

그러면 2016년에 했을 거예요.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셨어요?

그림은 두 달 이렇게 짧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림자 아이>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일단 목표로 12월까지는 해보려고 하는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인스타그램에 UMI의 2021년 라인업으로 그래픽 노블 신작 소식을 올리셨는데, 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요?

사실 콘티밖에 안 되는 정도라서 애니메이션 끝나고 다시 정리해서 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야기는 정해져 있군요.

러프한데, 그냥 쭉 한 번 푼 거라서 작업을 많이 해야 돼요.


원래 작업하실 때 콘티를 대략적으로 해놓고 디테일하게 다듬는 편이신가요?

안 그랬는데, 그렇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이전 작업을 갈팡질팡하고 난리를 한번 부려서… 엔딩이 없는 상태에서 중간에서 막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되도록이면 끝까지 한 번은 풀면 좋겠다. 어떻게든 끝까지 보고 나서 해야 제가 이상한 욕심도 안 부리고 할 것 같았어요.


콘티북이 두꺼운 책이네요.

네. 20분 분량의 이야기라서 그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아마 나중에 완성해서 책으로 나오면 제법 두꺼울 거 같아요.


이제까지 작업하시던 흑백 드로잉 스타일인데, 컬러를 사용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막 컬러풀한 작업을 할 것 같진 않고 미색 정도? 스타일이 달라 보이는 작업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그런 톤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으면 스타일도 좀 바꿔보고 싶고 다양한 경험도 해보고 싶어요.


<존재의 집> 같은 경우는 다른 친구가 애니메이션을 해줬고 제가 원화를 하고 연출을 한 거거든요. 너무 좋은 거예요! 저는 애니메이션을 해야 돼서 하는 거지 잘하지도 않고, 사람들이 제가 하는 거 보면 왜 저러지 이런 생각이 들 만큼 기술적으로도 원시적으로 하고 있거든요. 제가 앞으로 애니메이션을 한다면 변화를 해야지 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시도 여러 번 하셨죠.

많지는 않았지만 제안이 오면 그냥 했던 것 같아요.


은근슬쩍 아트 페어도 나가시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전시 쪽으로 야망이나 포부가 있는 건 아니군요.

지금 당장 그런 야망이나 포부가 있지는 않지만 기회가 오면 시도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작업했던 <파도>나 <존재의 집>과 같이 전시에 어울리는 애니메이션 작업들을 모아서 전시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조금 더 아날로그 적인 작업도 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애니메이션은 재밌지만, 매체 특성상 툴도 잘 다뤄야 하고 작업 시간도 길어서 좀 더 단순한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하지만 잘 맞는 애니메이터 파트너들이 있으면

있으면 너무 좋죠. 그럴 날이 오려나. 오면 진짜 좋겠다. 어떤 형식이든지 상관없고 작업은 계속하고 싶어요. 그게 그림이 됐든 책이 됐든 애니메이션이 됐든 뭐가 되든 상관없어요.


계속해서 풀고 싶은 이야기가 있군요.

살면서 알게 되는 것들, 느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은 작업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전 제가 할 수 있는 그림과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로 저의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있고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싫어하면 어쩌지, 이 작업이 다른 사람에게도 과연 의미가 있을까? 초라하고 못난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올라올 땐 막막하고 두렵기도 해요. 하지만 조금 더 자신을 믿고 용기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조금씩 변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으신 것 같은데요.

어릴 때는 에너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에너지는 없는 것 같아요. 애니메이터라는 일은 밀도 높게 일을 해줘야 되는데, 어릴 때는 그래도 밀어붙이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부분에서 힘이 그렇게 안 나요.

그림을 밀도 높게 그리시잖아요. 거기에 에너지를 쏟으니까 움직임에 쏟을 에너지가 없는 거죠.

그것도 그렇고 여러 부분에서 그래요. 그림을 그리는 건 오래 작업해도 괜찮은데, 움직이는 건 그림이 알아서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파도> 작업은 애니메이터랑 같이 일을 하신 거잖아요.

이 친구도 애니메이션 작화를 많이 하진 않았고 특히 이런 종류의 애니메이션은 처음이라 함께 적응해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제가 이성적이게 작업하지 않아서 이 친구가 힘들었을 거예요. 그럼에도 제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도와줘서 힘이 많이 되었고 참 고마워요.


어떻게 섭외하셨나요?

지인한테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를 소개받았어요. 처음에는 애니메이터로서 만난 건 아니고 작화하고 채색하고 같이 수작업해주는 친구로 시작을 했어요.


감독님 특유의 그 연필 선, 텍스쳐를 살려야 되잖아요. <연애 놀이>도 거의 디지털 컷아웃 느낌이 드는데요.

네. 전 그림에서 주는 정서가 잘 전달되었으면 해요.

<그림자 아이>는 밤의 호텔이 나와서 그런지 온다 리쿠 소설*이나 웨스 앤더스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전 호텔을 떠올렸을 때 먼저 <샤이닝>을 떠올렸어요. 너무 무섭지만 신비롭고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아날로그 적이고 빈티지한 이미지들도 좋아해요. 온다 리쿠 소설은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번에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저도 제 나름의 호텔을 표현해야 하는데 고민이 많아요.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이야기들을 잘 풀어야 하는데, 내러티브가 분명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재미있지만 항상 어려워요.


*[밤의 피크닉]이 문득 생각났습니다. 하룻밤 동안 80킬로미터를 걷는 어느 고등학교의 연례행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호텔은 안 나오지만 밤에 벌어지는 일이 신기하고 차분하게 느껴졌거든요.


내러티브가 너무 명확하게 읽히면 한 번 보고 마니까.

맞아요. 어떻게 되려나.(웃음)


오랜만에 만나는 작가분들 하시는 얘기가 ‘운동하라’ ‘나 운동하고 있다’ 거든요.

몇 달 전에 필라테스 했는데, 작업하면서 안 했던 거예요. 그래서 마지막에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기분도 너무 안 좋아서 그래서 체력이 중요하구나 생각했죠. 이번에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아 이런 거 두세 개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많이 아프겠구나. 진짜 이러면 안 되겠다. 운동하고 컨디션 조절하면서 해야지.


작업을 할 때 어떻게 하세요. 이 시퀀스까지는 그림은 다 그리고 명암 파는 거는 나중에 한꺼번에 한다거나 하시나요 아니면 한 시퀀스는 그때 딱 몰아서 다 끝낸다 이러나요?

스토리 잘 흘러가게 굵직굵직하게 주요 컷을 먼저 하고 나중에 교체하고 싶은 것들이나 변경하고 싶은 거 생기면 나중에 고쳐요.


이전 작업들은 명암이 없었어요. 그냥 다 라인으로 처리했잖아요. 명암까지 하면 완성할 수가 없어서 안 했거든요. 근데 <파도>에서 명암을 넣어봤잖아요. 확실히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림자 아이>에는 명암 넣어야 될 것 같아서 그것까지 할 생각 하면 조금 더 빨리 해야겠죠.


<그림자 아이>는 지금 어디까지 진행된 상태인가요?

초반 신들 하고 있었고 레이아웃 하고 있었어요. 1월부터 이제 빨리빨리 해야 돼요.


지금 크루가 있어요?

<파도> 작업 같이 했던 친구랑 끝까지 하지 않을까…


단둘이서?

찾고 있어요. 이번 작업이 아니라도 앞으로는 다양한 분들과 작업해 보고 싶어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 관심 있으신 분은 연락 주세요.


‘그림자 아이'라고 했을 때 이전에 ‘먼지아이’도 있고, <수학 시험>의 머릿속에 산만한 아이도 있고 <나의 작은 인형 상자>의 인형과 유진의 분신들도 있어서 <연애 놀이>에서 타인과의 관계로 갔다가 다시 나 자신과의 대화로 돌아온 것 같은 인상이었어요.

패턴은 비슷하다고 느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도 생각해봤어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할 때 또 비슷한 이야기로 돌아오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제가 제일 관심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일생의 이야기라고 해야 되나요. 내 인생에서 끝나서 마무리된 얘기가 아니라 그런 시점으로 계속 삶을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 아마 계속 그런 상징으로 풀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거를 푸는 방식이나 이야기는 조금 변하긴 하겠다는 생각이에요.


가장 큰 변화는 집 밖으로 나간다는 거죠. 비행기까지 타고.

그것도 그렇고 이전에는 아이가 수동적이었다면 훨씬 더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으면 하는 거. 주체로서 생동감 있게 되는 걸 해보고 싶어요.


<그림자 아이>는 애니메이션이 끝난 다음에 책이 나오게 될 건가요?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 과정에 이야기들이 정리돼요. 애니메이션이 워낙 시간도 오래 걸려서 생각할 시간이 되게 많아지잖아요. 제가 하려던 어렴풋한 얘기가 그 시간을 통해서 구체화는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을 거쳐서 책을 만들면 그 점이 좋아요.


책이 이야기의 결정판이라는 말씀인가요?

이 과정의 결과물 같은 느낌. 애니메이션은 영화의 결과물이라면 어쨌든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나온 거에 대한 결과물인 것 같아요.


내 호흡대로 볼 수 있기에 책을 선호하시는 건가 생각했어요.

어릴 때 봤던 그림책 속 이야기가 기억 속에 남아있다 삶의 순간순간 떠올라요. 내가 만든 이야기도 누군가의 기억 한편에 남아있다가 삶의 어떤 순간에 떠올라서 작게나마 위로나 공감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대사를 써보고 싶은 생각은 안 드나요?

해보고 싶은데, 이게 결국 글의 문제인 것 같아요.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선뜻 쓰기가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서 글을 잘 쓰시는 분과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활동을 안 하신 건 아니지만 한동안 두문불출하셨는데, 작년부터 연달아 작업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애니메이션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면 안 해야지 생각했어요. 한 5년 정도 제 작업을 안 하고 있었고 하고 싶다 생각이 든 게 재작년부터예요. 쉽게 작업을 하기가 어려웠는데, 작년에 <존재의 집> 작업은 걱정은 됐지만 애니메이션 해준 친구가 있으니까 제가 그래도 해볼 수 있었고, 하고 났더니 이제 조금씩 어떤 식으로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생겨서 <그림자 아이>를 하게 되었어요.


이번에 <파도> 작업을 하고 나서는 조금 다른 스타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들어요. 기존에 제가 했던 방식이 아니라 아까 말씀하신 대로 내레이션이 있던지, 어떤 그림 형식이든지 아니면 다른 사람하고 작업을 해보든지 뭔가 안 했던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뭐가 됐든.


매치컷에 다른 계획은 계획은 없으신가요?

당분간은 제 작업 계속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작업실 동반자 구름이

인터뷰 2022년 1월 7일 금요일 @해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