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 HONG Haksoon

홍학순

<운명 상담소> 일민미술관

사진: 일민미술관 제공


홍학순의 본능 미용실. 2021년 4월 15일부터 7월 11일까지 일민미술관 <운명 상담소> 전에서 본능 미용실이 전시되었다. 본능 미용실의 원장인 홍학순 작가 포함, 20여 명의 본능 디자이너들이 전시 기간 동안 본능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손님들은 이곳에서 본능 상담을 받고 '나만의 본능 아바타' 캐릭터를 받는다. 한편 본능 미용실의 달콤한 버전인 다람쥐 주민센터에서 다람쥐 주민증이 손님에게 발급되었다. 윙크토끼 월드와 본능 미용실, 다람쥐 주민센터는 NFT 디지털 작품으로 새롭게 발표될 예정이다.

여름의 절정에서 녹음이 무성한 노을공원을 찾았다. 버스정류장에서 걸어서 20분 거리, 하늘공원과 난지한강공원의 경계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 윙크토끼 매니저(1998~), 다람쥐 주민센터 직원(2008~), 본능 디자이너(2009~) 홍학순 작가가 입주해있다. 스튜디오 사방을 작품으로 가득 채워 작은 갤러리로 만든 그는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에서도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1년 초에 불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NFT 바람을 일찍부터 지켜보다가 지난 5월에는 90명의 국내 작가들이 참여한 최초의 NFT 전시회를 성사시켰고 조만간 세계 최대 NFT 장터 오픈씨OpenSea에서 새로운 작품 시리즈를 공개할 예정이다. 홍학순이 인도하는 NFT 첫걸음, 가볍게 발을 떼어 보자.


NFT, 광막한 세계


언제부터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하고 계셨나요?

레지던시 입주 기간은 올해 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입니다. 매년 늦가을이 되면 이곳에 입주한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는 오픈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웹에서 온라인으로 열립니다. 윙크토끼와 친구들의 세계가 담긴 디지털 작품 위주로 준비 중입니다. 마침 NFT도 하고 있거든요.


안 그래도 한창 NFT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내부행사로 온라인 NFT 워크숍이 있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와 레지던시 작가들이 참여했어요. 제가 강의를 했는데, 알기 쉽게 한다고 반응이 좋았어요.


언제부터 NFT에 뛰어드신 거예요?

지인분이 클럽하우스 앱을 핸드폰에 깔아봐라 해서 깔고 들어갔는데, 초반에 클럽하우스를 막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방이 NFT방이었습니다. 2021년 2월쯤이죠. 마침 우리나라에서 NFT 불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하는 때였죠.


5월에 <NFT 빌라>전을 했습니다.

9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습니다. 2월, 3월만 해도 작가들이 몇 손가락이었는데, 5월엔 전시에 참여한 사람만 90명인 거죠. 갑자기 확 퍼진 겁니다. NFT에 다양한 성격의 판매 플랫폼이 있어요. 이를테면 슈퍼레어Super Rare니프티게이트웨이Nifty Gateway 같은 플랫폼은 포트폴리오를 내고 통과를 해야 돼요. 플랫폼에서 작가들을 큐레이션 합니다. 비플beeple의 작품이 몇 백억 팔렸잖아요? 가뜩이나 이곳에 진입하려는 창작자들이 많은데, 비플 이후로 대기자 줄이 확 길어졌어요. 그런가 하면 누구나 가입만 하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도 있습니다. 바로 오픈씨죠. 장르와 퀄리티가 다양한 시장바닥 같아요. 한국 작가들을 포함 NFT를 시작하는 해외 작가들도 대부분 오픈씨에서 데뷔합니다. <NFT 빌라>전은 국내 첫 번째 NFT 오프라인 전시인 만큼 기획자가 작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오픈씨처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하는 기획이었습니다. 전시의 형식도 일이 잘 진행되게끔 흐름만 조정을 하고 참여하는 작가들에 의해서 전시가 만들어지도록 했어요. 거의 대부분의 NFT 창작자들이 스스로 마케팅을 하거든요. 이를 살리자는 의미에서 그 생태계를 그대로 가져온 기획이에요. 어떻게 보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런 전시를 해본 거죠.

*<NFT 빌라>전은 유진상 & 홍학순 공동기획으로 이태원 '빌라 해밀턴' 갤러리와 인사동 '코트'에서 동시 진행되었다.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NFT 개념을 간단히 말씀드려 볼게요. 예를 들어서 시민들이 하늘공원을 산책해요. 시민들의 땅이죠. 시민들의 땅인데, 실제 공원은 누구 땅입니까? 서울시 땅이죠?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 땅문서가 서울시로 되어 있으니까요. 우리가 어떤 야산을 놀러 갔는데, 야산의 풍경이 좋은 겁니다. 거기서 김밥도 먹고 동네 사람들이 산책도 하는 누구나의 땅인데, 알고 보니 법적으로는 땅주인이 있어요. 누가 왔다 갔다 해도 땅주인은 신경을 안 써요. 땅주인은 언제만 신경 쓰면 되냐. 예를 들어서 나라에서 야산에 도로를 뚫는다 그러면 나라에서는 그 땅 주인을 찾겠죠. 그때만 나타나면 됩니다. 언제? 돈거래가 있을 때만 나타나는 겁니다. 돈거래는 곧 땅문서죠. 이거랑 좀 비슷합니다.


NFT는 복제하는 것을 막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퍼트립니다. 야산이나 공원을 지구인들이 즐기는 것처럼 작가들이 NFT 플랫폼에 작품을 올리잖아요? 똑같은 거를 인스타그램에도 올리고 트위터에도 올리고 퍼가기, 공유하기를 환영합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내 거 여기서 돈 주고 사세요’라며 NFT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링크도 올리지요. 디지털 작품 자체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데, 누군가 한 명은 NFT 플랫폼에 와서 돈 주고 사 가죠. 그것이 정식으로 창작자 하고 소장가가 계약을 맺어서 소장가는 작품 소유권을 갖게 되고 디지털 원본이 된다는 건데, 이 사람이 돈을 냈다는 것을 땅문서처럼 블록체인 기반으로 하는 NFT에다가 기록하는 거예요. NFT에서 원본이라는 말은 시적인 의미, 비유적인 의미죠. 블록체인 상에 뭐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창작자한테 돈을 주고 작품을 소유했다는 기록만 딱 남기는 게 NFT입니다. 원본이라는 단어를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아는 그 단어랑 똑같이 받아들이면 이것은 이해가 안 됩니다.


판화 에디션을 열개 만든다면, 어떻게 찍었느냐에 따라서 1번부터 10번이 조금씩 다르잖아요. 근데 디지털은 1번부터 10번까지 똑같잖아요.

그래서 순서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같은 거 열 개를 판다...

플랫폼에 따라서는 삼백 개 팔아도 돼요.


같은 작품을 여러 에디션으로 팔아 본 적 있으세요?

네, 열 개 에디션을 냈는데, 다 나갔어요.


그 후에 1번 에디션은 어떻게 되고 2번 에디션은 어떻게 되는지 아시나요?

만약에 내 걸 누가 사가잖아요? 블록체인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팔려고 내놓으면 자동으로 뜹니다. 지금 열 개 에디션 중에서 세 작품이 재판매하려고 다시 올라와 있더라고요. 아! 그리고 재판매가 되면 판매금액의 10%가 창작자의 전자지갑으로 자동으로 가요. 같은 작품의 판매가 여러 번 일어나도 마찬가지죠.


어차피 같은 작품인데, 그 작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건 이전 소유자들일까요?

예를 들어서 작가님이 이미지를 에디션 열 개 해서 NFT 올렸는데, 다 팔렸습니다. 사간 사람 중에 다섯 명이 재판매하겠다고 다시 올리는 겁니다. 작가님이 10만 원에 팔았는데, A는 2만 원 더 보태서 12만 원에 올린 겁니다. B는 50만 원에 올립니다. 왜? 올리는 사람 마음이니까. C는 100만 원에 올리고 D는 200만 원에 올리고 E는 30만 원에 올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작가님의 이 작품을 갖고 싶은 사람은 이 중에서 제일 싼 걸 살 것 아니에요? 그다음에 더 늦은 사람이 이 중에서 더 싼 걸 사겠죠. 제일 늦게 산 사람이 제일 비싼 걸 사겠죠.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가격이 올라가요. 제일 처음은 작가가 '나는 얼마를 받고 싶어' 하고 정하지만, 그다음은 시장이 형성해주는 거죠. 실제 미술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작가들이 살아생전이나 죽고 나서도 하기 힘든 경험이죠. 유명 작가가 아니면 그런 일이 잘 안 일어나요. 근데 NFT는 그런 현상이 다소 덜 유명한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빠르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작품 소유권이 어디서 어디로 오가는지 투명하게 눈에 다 보입니다. 기록에 남고 클릭하면 볼 수 있으니까요.


처음 올렸던 NFT 작품은 어떤 거예요?

처음에는 아주 상징적인 거, 윙크토끼가 똑딱똑딱 번갈아가면서 윙크하는 걸 5 ETH에 올렸습니다. 5 ETH면 지금 시세로 이천만 원입니다. 1 ETH가 지금 사백만 원쯤 돼요. 그냥 단순히 짤인데, 처음 올린 사람이 이천만 원? 아무도 안 사 가죠. 저는 사달라고 올려놓은 게 아니라 큰 그림을 보고 그렇게 올려놓은 겁니다. 나중에 인지도가 올라가면 뒤늦게 팔려도 좋으니까. 그리고 제 토끼언어로 정리한 1만 페이지 책 중에서 샘플로 디지털 파일 스캔받은 거 대여섯 페이지를 0.5 ETH에 올려놨습니다. 그러니까 200만 원 정도에. 그렇게 해놓고 진짜 판매용은, 뇌스캔 하는 애니메이션 동작, 짤을 0.02 ETH인가? 아주 싸게 올렸어요. 그거는 금방 팔렸어요. 그러니까 바둑에서 초반에 두는 수는 자리를 잡으려고 큼직하게 놓는 것처럼 좀 비싼 가격에 상징적인 작품을 올려봤어요. 제가 계속 활동을 하면 언젠가는 5 ETH 짜리도 팔릴 거야. (웃음)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첫 NFT 작품 <윙크토끼>

NFT 판매는 파티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하셨어요. 온라인 전시를 열기도 하고요.

가끔은 클럽하우스에서 드롭 파티라는 것을 해요. 새 작품을 올릴 때 사람들을 모아 놓고 홍보하고 그 자리에서 판매가 이루어지도 해요. NFT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작품이 메타버스에 있는 갤러리에서 동시에 전시되는 경우도 있어요. 지금 현재 한국 NFT 작가들 중에 열세 명 정도가 메타버스에 자기 땅을 샀어요. 땅주인은 자기 스타일로 갤러리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어요. 자기 작업 전시하고 싶으면 전시하고 누구 시켜주고 싶으면 시켜주고 그러죠. 사람들이 작품 팔아서 이더리움을 벌잖아요. 이더를 벌면 그걸로 메타버스에서 갤러리를 만드는 거예요. 땅 값이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 하거든요. 건물 올리는 비용은 공짜입니다. 알바를 시키면 돈을 줘야겠지만요. 그냥 레고 블록 쌓듯이 게임처럼 지으면 되기 때문에 갤러리 건물과 내부 인테리어 자체가 작품인 경우도 있어요.


현실에서 작가들이 원하는 걸 메타버스에서 실현하는 거네요.

네. 메타버스 전시는 24시간 세계 어디서든 입장할 수 있어요.


본능 미용실 & 다람쥐 주민센터


8월에 NFT 판매전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이번에 일민미술관 <운명 상담소> 했잖습니까. 손바닥으로 뇌스캔을 해서 사람들 마음속의 본능을 찾아서 캐릭터를 만들어줬어요. 그중에 몇 개를 시리즈로 해서 본능 아바타 캐릭터를 판매하고 또 다람쥐 주민센터에서 만든 다람쥐들도 판매하고 그리고 윙크토끼 시리즈가 또 몇 개 있는데, 그것도 하고, 모든 것을 약간 섞기도 하고 따로따로 가면서 빠르면 8월 중순 안 되면 8월 말이나 9월에 공개하려고 합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00명 정도의 본능 아바타 찾아주셨다고 하셨는데, 그 이후로 7년이 지났으니까...

대략 천 명 넘어요.


데이터를 다 모아 두고 계신가요?

없어진 것도 많은데, 짤 만드는 데 시간 걸리니까 그중에서 괜찮은 거 몇 개만 골라서 만들려고요.


<다람쥐 주민센터>는 어떻게 시작된 거예요?

2008년쯤에 어떤 기획자님이 조그만 공간이 하나 나왔는데, 전시하지 않겠느냐. 그때 갑자기 ‘다람쥐 주민센터를 해야겠다’. 고래가 그랬어에 만화 연재할 때도(2011-12, 2015-2016) 그랬고 그전부터 다람쥐 월드를 그려서 그런지 바로 그냥 다람쥐 주민센터라는 게 생각났습니다.


<다람쥐 주민센터>는 주민증 발급해주는 건가요?

그렇죠. 다람쥐로 다시 태어나는 거죠.


2015년에 <꿈의 왈츠>하고 뮤지션 짐과 함께 시리즈물을 기획하신다고 했어요.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그 꼬다리들이 NFT에 일단 나갑니다. 제 NFT 작품은 애니메이션 짤로 올리는데, 10초에서 30초짜리 짤을 모으면 분위기가 연결되고 음악의 논리 매직도 연결됩니다.


지금 시리즈 작업들이 몇 개 정도 되었나요.

지금 진행하는 게 캐릭터 하나가 아니라 여섯 개 세트, 열두 개 세트 이런 단위로 올리려고 합니다. 만들면서도 막 변해요.


회화 작업이랑 NFT를 위한 디지털 작업이나 애니메이션 작업을 평소에 어떻게 하나요?

그림 그리다가 디지털 작업 땡기면 아이패드 켜고, 아이패드 하다가 그림 땡기면 붓들고 왔다 갔다. 뷔페 가면 새우도 먹고 야채도 먹고 갈비도 먹고 하는 것처럼 왔다 갔다 합니다. ‘언젠가는 단편 애니메이션 하나 만든다’ 하고 있어요. 지금 제가 새로운 NFT 짤을 만들고 있잖아요. 얘네들이 스토리가 연결되어 있어요. 나름의 기승전결로 이어져 있어서 단편 애니 버전이 똑딱하고 나올만해요.


언제까지 해야겠다 하는 계획은 없고

‘죽기 전에 하겠다.’ (웃음)


짤과 함께


2000년대 초반 '우유각'으로 활동하실 때의 짤은 환금화되지 않았는데, 20년 지났더니 NFT가 생기고 짤이 각광을 받게 되었네요.

맞습니다. 뒷북이지만, 제가 토끼언어 만들 때 NFT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뭔가 웹상에서 구현되고 거래가 되는 걸 상상을 했었어요. 그게 이제 온 거죠. 제가 볼 때는 단편 애니메이션 하시는 분들이 마음만 먹으면 NFT를 완전 씹어먹을 수 있어요. 애니 하시는 분들이 NFT 보면 '이렇게 간단한 게 팔려?' 하실 겁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하려고 처음부터 공부를 해야 하는데, 단편 애니메이션 하시는 분들은 기술적인 준비는 되어 있어요. 중요한 건 스토리인데 그것도 단편 애니 감독들이 평상시에 하는 거니까요. 제가 애니메이션 하시는 분들께 NFT를 추천드리는 건 예를 들어서 숲 속을 걷는데, 너무 아름답게 춤추는 댄서를 발견한 거야. 그래서 ‘한 번은 뉴욕 맨해튼에서 공연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이런 개념입니다. (웃음)


좋은 거를 만드는 사람이 같이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죠. 좋은 게 공유되면, 나도 좋고 다른 사람도 좋으니까.


NFT를 시작하면 좋은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거기가 짤 월드잖아요. 올리고 싶은 걸 하나하나 올리시면 결국에는 그림에서 자기 스토리를 보여주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미 상징적인 환경에서 노는 겁니다. 이 무슨 말이냐. NFT는 실제로 작품을 갖는 게 아니라 소유권만 사는 거잖아요. 누군가의 소유권을 사기 위해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컬렉터들은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작품에 관심이 생기면 그 세계의 스토리를 궁금해합니다. 예를 들어 오픈씨 같은 경우에는 주제별로 상점을 여러 개 만들 수 있고, 짤을 올리더라도 시리즈로 기획할 수 있어요. 자신의 NFT 플랫폼을 중심으로 SNS, 홈페이지, 더 있다면 메타버스의 개인 갤러리까지 작품 세계의 스토리가 담기는 구조예요, 콜렉터들도 웹과 메타버스에 연동된 작가의 링크를 따라다니며 스토리를 읽게 되죠.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들은 기술력도 있고 작품을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는 감성이 있다. 그러면 플러스알파가 됩니다. 그것을 때로는 함축적이거나 섬세하게 블록체인 기반에 심어 놓는 나만의 노하우만 익히면 되는 거죠. 세상의 콘텐츠가 본래 그렇지 않습니까? NFT도 마찬가지입니다. NFT가 예술적 가치보다 돈의 욕망이 꿈틀대는 곳으로 보는 시각도 있죠. 물론 그런 경향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의 스토리를 사고파는 감성도 존재하니까 다양한 배경의 창작자들이 NFT를 하고 있지요.


클럽하우스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나타나서 자기 아들 작품을 홍보를 합니다. 아들이 중학생인데, 픽셀아트를 좋아한다는 겁니다. 마침 아빠가 NFT, 블록체인 이런 걸 잘 압니다. 그래서 아들 작품을 올리면서 ‘아들의 작품이 세상에 남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올렸다. 아들이 열세 살이니까 0.013 ETH에 판다. 아들이 한 살씩 먹으면 0.014, 0.015 이렇게 가격을 나이에 따라서 올릴 계획이다’ 간단한 거잖아요. 거창한 철학이 아니어도, 소소한 스토리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그 자리에서 다 팔렸어요. 작품은 흔히 중학생들이 만드는 짤 있죠? 누가 나타나서 칼로 탁 베면 목이 탁 떨어지고 끝나는, 남자 중학생들이 좋아하는 그런 감성으로 만든 건데, 그런 스토리를 얘기해주니까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사 가고 그다음부터는 작품이 재밌어서 사 가고. 이런 식으로 팬이 늘어나는 겁니다. 외국 사람들 눈에 한국의 남중생이 만든 픽셀아트 짤이 어떻게 보일지 저는 모르지만, 나름 해외 팬이 생겼어요. 대단한 게 아니어도 이렇게 누군가의 스토리와 감성이 가치로 교환되기도 해요.

정말로 돈 벌고 싶은 마음으로 돈이나 한 번 벌어볼까 해서 만들어도 팔린다는 보장이 없지요. 돈보다는 나의 작업의 일환으로 NFT 형식에 맞게 재미로 만들었는데 의외로 잘 팔릴 수도 있는 거고요. 상업적인 동기든 창작의 재미로 했든 정말 팔릴지는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동기가 무엇이든 일단 열어놓고 표현하는 것이 첫걸음이에요. 블록체인에서 작품을 발표한다는 건 한편으로는 선언의 의미가 있어요. 그러니까 법적으로 블록체인을 해야 저작권 인정을 해준다 이렇게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리얼리티 월드에서는 저작권 보호 장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가 밀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캐릭터 포스터 형식의 카드를 여섯 개 만들어서 딱 올리면,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을 시킴으로써 ‘이거는 내 브랜드고 내 작업의 캐릭터야’ 선언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팔리던 안 팔리던 내 작품을 볼록 체인에 유일한 토큰 - 대체 불가능한 토큰 Non Fusible token으로 등록하면,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시스템이에요. 딱 하나뿐인 토큰(작품)으로 등록하는 거죠. 나의 작품 세계의 요소들을 내가 정의하고 현재 새롭게 자라나고 있는 환경에 유일한 토큰으로 등록한다. 재미있지 않나요?


짤의 변신


비플의 작품이 경매에서 몇 백억에 팔렸다고 했을 때 NFT가 주식투자 같다는 생각 이상은 안 들었어요.

그게 또 맞는 생각입니다. 현대미술 같은 경우 말도 안 되는 게 갑자기 큰 금액에 팔리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잖아요. 작가의 순수한 예술적 가치로 금액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죠. 돈으로 예술적 가치를 판가름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에 억대로 작품가가 올라간다는 건 자본의 논리와 예술가와의 이상한 만남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데, NFT에서는 더 빠르고 확실하게 그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페이스북이 연말에 자체 개발 토큰을 발표를 하거든요. 이거는 누가 봐도 NFT에 진출을 하겠다는 거예요.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 거잖아요. 인스타그램에 NFT 버튼 하나만 달면 끝나는 거죠. 그러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대중화될 거예요. 인스타그램에 NFT 버튼이 달릴지 아니면 NFT 플랫폼을 따로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페이스북이 만든다면 꼭 전문적인 창작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자기만의 무엇인가를 작품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거라는 거죠. 얼마 전에 카카오에서도 스물 여명의 작가들과 클립드롭스Klipdrops를 론칭했잖아요? 카카오도 그런 고급 시장과 함께 대중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이미 만들었어요. 기업의 목적은 돈 버는 거니까 대중화되도록 할 거고 사람들이 내 작품을 쉽게 NFT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NFT가 평범한 활동이 될 거예요. 이 얘긴 뭐냐. 컬렉터가 많아질 거란 뜻이에요.


지금은 어떻게 보면 마니아 놀음인데, 이게 대중화되면, 예를 들어서 어떤 단편 애니메이션 작가가 자기 캐릭터로 NFT 해서 소소한 팬들이 생겼어요. 그럼 그 팬들은 그 캐릭터가 어디서 나왔나. 그 단편 애니메이션을 찾게 됩니다. 지금 단편 애니메이션 감독님들이 작품을 영화제에서 보여주면 끝나잖아요. 아깝잖아요. 유튜브에 올려도 조회수 잘 안 나오고... 나의 어떤 의미가 담긴 작품을 보고 그 감동을 같이 나눌 사람이, 엄청난 대박 작가는 아니어도 소소하게 팬들이 어딘가에는 흩어져 있어요. 노출이 문제예요. 그래서 노출이 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분화되고 쉬워질수록 좋습니다. 지금 NFT는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마켓이라기보다는 이 디지털 시대에서 창작자를 보호를 해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고 메타버스라는 큰 흐름 안에 있다는 거예요. 그게 핵심입니다.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메타버스라는 큰 그림 안에 있어요.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이 안에 들어오면 또 치열하더라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거를 좀 더 다양한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열린다.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거죠.


NFT는 복사를 막는 게 아니라 퍼트리는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보여주기 위해서 초대장을 뿌리는 거군요.

네! 재미있는 비유이십니다. 예전 같으면 디지털 기반의 아티스트들이 내가 이걸로 돈을 못 벌더라도 내 작업이 노출되는 거니까 많이 퍼지기만 해도 기뻤어요. 그런데 이제는 많이 퍼지는 거 플러스, 누군가 한테서 돈을 받는다는 거지요. (웃음) 이게 참 양면성이 있는 겁니다. 돈 놓고 돈 먹기. 인간의 욕망이 이 시스템에 구현됐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튼튼한 플랫폼이 제공된 거예요. 돈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되면 현실적으로 존립할 수 없고 무너져버릴 거예요. 이전 것의 반복이 되는 거죠. 누군가는 작품이 마음에 들어 컬렉션하고 어떤 이들은 투기 목적으로 하고, 장을 담그는데 구더기가 왔다 갔다 하는 것 정도는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봐요.


올해 다른 계획도 있으세요?

일단 8, 9, 10월 계속해서 NFT 시리즈 조금씩 올리고 오프라인에서는 실제 제 그림을 보고 그림 좋아하시는 분들 사 가시라고 오픈 스튜디오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요즘 윙크토끼 월드는 본능 아바타를 만들어주는 본능 미용실과 다람쥐 주민증을 만들어주는 다람쥐 주민센터가 핫이슈예요. 저 너머의 윙크토끼와 연결된 현실의 장소가 본능 미용실, 다람쥐 주민센터 등이 있지요. 윙크토끼의 1만 페이지, 토끼언어 작업을 베이스로 현실 세계와 연결된 이야기들이 앞으로 보여드릴 작업의 전체적인 줄거리입니다.



인터뷰 2021년 8월 6일 @상암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