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ANIMATOR Mimyo's review #1

세계의 대조를 담는 몇 가지 예


음악의 가장 중요한 작동원리 중 하나는 대조다. 안정과 불안정, 긴장과 해소를 오가는 행위가 시간의 예술인 음악을 다음 순간으로 ‘이어지게’ 하는 힘이 된다. 꿈을 그리는 두 편의 애니메이션이 있다. 이 작품들에 담긴 상반된 세계들이 음악과 연결되는 지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지원의 <뭐든 될 수 있을 거야>는 음악을 따라 흐르는 단편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뮤직비디오는 곡의 프로모션을 위해 기획돼 이미 완성된 곡에 맞춰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 작품은 주얼리 브랜드의 캠페인으로 먼저 기획되어 그에 따라 음악가를 섭외하고 곡에 수정을 가하며 진행되었다고 한다.


작품은 우주인을 꿈꾸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우주인이 되는 할머니의 과거와 그를 바라보는 손녀를 그린다. 이를 담아내는 것은 어린이의 솜씨로 만든 우주인 종이인형이다. 종이인형은 2D 기반의 애니메이션 속 사물로서 처음 등장한다. 그리곤 이내 납작한 종이의 물성이 표현되며 흩날리기 시작, 작품 속 실재 세계에서 슬그머니 떨어져 나온다. 가벼운 소격 효과를 일으키는, 깔끔한 작화 속 크레파스 그림처럼 말이다. 그 움직임은 때로 3D, 때로 모션그래픽의 질감을 띠면서 매트한 2D 세계 속에 눈에 띄도록 너울거리며 인상적인 마찰을 일으킨다.


20초경 할머니의 우주복에 종이인형이 조악하게 테이프로 붙어있다가 떨어지는 장면은 특히 상징적이다. 할머니의 과거에 손녀가 만든 종이인형이 실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때 손녀의 상상은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가 된다. “나는 가까운 데서 당신을 잃어도 봤구요 / 아주 먼 데서 안아도 봤어요”라는 가사도 아이러니를 더한다. 또한 정우의 노래는 가까운 거리에서 담백한 멜로디를 들려주다 이따금 도약을 갖는데, 이때 목소리 뒤로 딜레이와 리버브가 묻어 나오면서 아득하게 공간이 멀어진다. 이런 일렁임 역시 작품이 그리는 세계의 교차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김영준이 김동률의 곡에 작업한 <동화 (feat.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는 몇 가지 면에서 이와 나란히 비교할 만하다. 완성된 곡에 영상을 제작하는 통상적인 뮤직비디오의 경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화’는 후렴을 반복하며 정격적으로 진행되는 송 폼(Song Form)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기승전결을 강하게 추구한다. 이에 따라 김영준은 곡 전체를 두세 구역으로 나누고 서사와 기법의 차이를 둔다.


전개부에서 영상은 전경과 배경의 조합이라기보다 전체가 하나의 화폭처럼 느껴지는 장면이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큰 배경에서 조그마한 인물이 거의 장식적으로 움직이는 등 전경이 배경에 다가서기도 하고, 나무들이 묵직하게 화면을 채우는 등 배경이 전경을 거의 압도하기도 한다. 제목인 ‘동화’에 빗대자면,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림 동화책의 실재보다는, 그림이 그려진 책으로서의 개념을 다시 영상으로 표현한 듯한 모양새다.


변화가 이는 것은 2분 35초 이후다. 두 보컬리스트의 열창이 겹쳐지고, 이어지는 간주와 조성이 충돌하면서 공간은 갑자기 3D로 전환된다. 날아오르려는 새와 함께 최고조에 달한 긴장은 눈 내리는 하늘을 활강하는 풍경과 화려한 오케스트라 간주 속에 해방감을 맞이한다. 새가 구름 위에 도착하면 배경과 전경이 선명히 구분되는 2D로 돌아선다. 되찾은 꿈의 환희를 여전히 벅차게 노래하는 음악과 뒤섞여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아내며, 이후 음악은 서사 표현과 미시적인 싱크로를 이뤄 결말부의 감정 기복들을 짚어나간다.


한지원은 현실에서 당연한 것들과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작품 속에 끌고 들어가 교묘한 긴장을 일으킨다. 김영준은 여정의 서사를 따라 감성을 듬뿍 담으며 세계를 전환해낸다. 이를 위해 종이인형이나 배경의 심도 등 영상 기법이 작품의 핵심 주제와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는 점은 공통적이다. 기획의 과정은 상이하지만 결과적으로 영상과 음악의 조합이 적확했으며, 주제의식과 표현 기법 또한 섬세하게 조율되었다. 특히 <뭐든 될 수 있을 거야>의 아득한 아련함이나 <동화>가 일으키는 감정적 동요는 음악이 설정하고 표현하는 공간과 영상이 매끄럽고 단단하게 조응한 결과다. 이를 통해 두 작품은 상반된 세계의 낙폭과 이에 얽힌 인간의 꿈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냈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웹진 『아이돌로지』 전 편집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프랑스 파리8대학 및 대학원에서 음악학을 전공하고 일렉트로닉 음악가로 활동했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대중음악 비평 작업을 하고 있다. 『아이돌리즘: 케이팝은 유토피아를 꿈꾸는가』를 썼고, KLF의 저서 『히트곡 제조법』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