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ANIMATOR 건전지 아빠

건전지 아빠ㅣ전승배, 강인숙 | 창비


이 그림책을 처음 받았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너무나 반가웠다. 왜냐면 '아빠'가 주제인 그림책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약 10년간 그림책 서점을 운영하며 수많은 그림책을 접했고 소개했지만 돌아보면 '아빠'라는 주제의 그림책을 소개한 적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아빠에 대한 책을 소개하지 않으려고 한 게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빠가 주제인 책이 엄마가 주제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종류가 많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빠를 주제로 한 그림책의 내용이 '아빠는 못하는 게 없는 슈퍼맨'이라는 클리셰가 느껴지는 책들이 많아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고 반갑기도 했지만 책 표지 속 건전지 아빠가 슈퍼맨처럼 망토를 두르고 있는 모습에 '아 이 책도 뭐든지 잘하는 강한 아빠'에 대한 익숙한 이야기인가 보다라는 선입견이 들었다. 그리고 '건전지 아빠'라는 제목도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면 나에게 건전지는 '딱딱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건전지라는 것은 보통 다 쓰고 나면 쉽게 버려진다. 그래서 건전지는 버려지지 않기 위해 계속 충전을 해야 한다. 내가 너무 시니컬한 걸까?

그렇게 기대 반 의심 반의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인 아빠는 건전지이다. 그리고 여느 아빠처럼 매일 일터에 나가 사람들을 위해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한다. 게다 못하는 게 없는 아빠다. 장난감 인형 속에 들어가 장난감을 움직여 아이들을 기쁘게 해 주고, 도어록에 들어가 집도 안전하게 지켜주고, 모기채 안에 들어가 귀찮은 모기도 내쫓아 준다. 게다 폭우 속에 갇힌 사람 가족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손전등에 들어가 불빛을 만들어 구조요청을 해 사람들이 위험에서 벗어나게 도와준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낸 건전지 아빠는 에너지가 다 소비되어 힘 빠진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 '아빠, 아빠'하며 달려와 건전지 아빠를 반갑게 안아주는 건전지 아이들. 그 모습을 본 건전지 아빠는 힘든 하루를 잊어버리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해 힘을 얻는다. 바로 사랑하는 가족, 아이들이 건전지 아빠의 에너지 원이기 때문이다'.

줄거리만 들어보면 조금은 클리셰가 느껴진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왜일까? 우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바로 책 속 캐릭터들이 펠트인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펠트인형은 그 소재(양모) 자체가 가진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건전지 아빠의 이미지를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존재로 만들어 준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에 아이들의 뽀뽀세례를 받고 에너지를 충전한 건전지 아빠의 알록달록한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아빠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만약 펠트가 아닌 기존 스톱모션에서 많이 사용하던 클레이로 작업했다면 아마 이 만큼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 속에서 그려진 아빠의 모습은 현실의 아빠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도 좋았다. 특히 힘든 하루를 마치고 축 쳐져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타박타박 집으로 걸어가는 건전지 아빠의 모습을 보며 현실 속의 많은 아빠들의 모습이 겹치면서 왠지 찡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보고 싶어졌다. 또한 캐릭터를 제외한 배경과 사물들은 실제와 비슷하게 제작되어 현실감을 더해주어 좀 더 쉽게 이야기에 몰입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도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이 책은 동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책을 구매하면 원작 애니메이션 링크가 수록되어 있으니 꼭 시청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건전지 아빠 Battery Daddy 2021 | 6mins 15secs | dir. JEON Seungbae



마지막으로 이 책의 건전지 아빠처럼 나에게도 에너지원이 있다. 바로 나와 함께 사는 고양이 두 마리이다. 나는 그들에게 아빠다. 사실 최근 몇 년 간 많은 힘든 일을 겪으면서 나쁜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에게 견뎌낼 힘을 준건 바로 이 고양이 두 마리였다. 매일 나에게 부비부비 해주며 에너지를 주는 나의 아이들. 그렇게 아빠는 다시 힘을 낸다. "오늘도 아빠 충전 완료다!!"

책방피노키오의 하트와 키오
 

피노 (PINO)

책을 통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변해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2013년 '책방피노키오'를 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그림책을 찾아 소개하는 일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간간히 아르바이트로 번역도 하고 있고 언젠가는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거대한 꿈도 가지고 있다. 친환경적인 오프라인 책방도 열고 싶다. 그러고 보니 난 아직도 꿈이 많은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