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시 파켓 리뷰 : 웨이 홈
2008 | 8mins 53secs | dir. Erick OH
<웨이 홈>의 주인공은 집에서 기다리는 짝을 향해 똥덩어리를 굴리며 (쇠똥구리의 입장에서) 먼 길을 가야 하는 쇠똥구리이다. 우리는 쇠똥구리가 뒷다리로 똥덩어리를 밀면서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황량한 대지를 가로지르고 필요할 땐 비를 비해 똥덩어리를 보호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따라가며, 작품이 부분적으로는 인내와 노력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본다. 가파른 절벽 위로 똥덩어리를 옮기기 위해 더 큰 곤충에게 가진 것 전부를 지불하기도 한다. 단순한 윤곽 선으로 그려진 쇠똥구리지만, 그 부드러운 움직임이 표현하는 사랑스러운 헌신과 에너지는,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쇠똥구리의 여정에 빠져들게 만든다. 경쾌하고 반복적인 악보는 작품이 진행될수록 저며온다.
하지만 이 쇠똥구리 영웅적인 노력을 그린 이 훈훈한 초상은 더 넓고 덜 감상적인 맥락 안에 자리하고 있다. 작품의 초반에 쇠똥구리가 짝이 있는 집으로 먹을 걸 가지고 막 돌아온 파리를 무심코 똥덩어리로 굴려버린 순간이 있다. 그것은 쇠똥구리의 여행에 관한 허무한 (그리고 예언적인) 메아리이다. 쇠똥구리가 짓눌린 파리와 공황에 빠진 그의 짝을 내려보는 순간이 있다. 고의적인 폭력이 아니었고, 당연히 쇠똥구리도 파리의 비극적 운명에 연민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쇠똥구리에게도 기다리는 짝이 있고, 그래서 그는 지체 없이 길을 떠난다.
감정이 이입되는 쇠똥구리의 여행과 자연의 무정한 힘과 이기심의 병치는, <웨이 홈>의 핵심에 놓여 있다. 그것은 오수형 감독의 그림과 애니메이션을 망라한 다른 작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비주얼 스타일은 한국에서 독립 애니메이터로 보낸 시기부터 UCLA에서 공부하고 픽사에서 일한 몇 년 사이 크게 진화했다. 그의 작업은 꾸준히 더 세련되고 초현실적, 추상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잔혹하고 역동적인 자연의 힘에 대한 관심은 변함없이 남아있다.
때때로 파랑과 빨강 그리고 주황색이 하늘 또는 스크린의 다른 구석에 나타나긴 하지만, <웨이 홈>은 시각적으로 거의 흑백에 가까운 팔레트를 쓰고 있다. 이것은 작품의 드물지만 복잡한 감정의 팔레트를 적절히 반영한 듯하다. 오수형 감독의 다른 많은 작품들과 같이, <웨이 홈>의 서술에도 순환하는 특성이 있다. 끝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다시 시작으로 데려온다. 이것은 단지 미적 형식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우리가 스크린에서 보는 사건들 속에 있는 어떤 종류의 자연적 순환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리 속상한 결말일지라도, 어떤 거대한 패턴 안에서는 맞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슴 아픈 일인 동시에, 모든 개인의 수고와 고통이 어떤 거대한 순환의 일부라는 생각은 어쩐지 이상하고 살짝 위로가 되기도 한다.
달시 파켓
Koreanfilm.org 웹사이트 운영자로, 『뉴 코리안 시네마: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저자. 『버라이어티』 통신원을 지냈고 영화잡지 『씨네 21』에 기고한 바 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우디네동아시아영화제 및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2012)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출신으로, 1997년부터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