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시 파켓 리뷰 : 버닝 스테이지

2009 | 3mins 50secs | dir. YANG Sunwoo

Burning Stage (2009)

발달된 촬영 기술의 사용은 때로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도 있다. 3D 단편 애니메이션 <버닝 스테이지>는 뜨거운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물방울들을 포착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받았다. 초고속 카메라와 접사용 렌즈를 통해, 프로그램은 리듬을 타고 무대를 가르며 움직이는 발 레 댄서들을 닮은 물방울들을 담아냈다.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이자 연구원으로 있던 양선우 감독은 ETRI에서 새로 개발한 유체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이용해서 이 현상을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이미지와 음악이 어우러진 창의적이고 장난스러운 묘사를 만들어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 양선우 감독은 농담기를 감춘다. 우리가 보는 이미지들은 배경의 거대한 달과 굽이치는 구름, 때때로 떨어지는 눈송이들과 함께 환상적인 요소와 사실적인 요소가 융합되어 있다. 전경은 너무 가까이서 있어서 뭔지 알기 어렵지만, 매끈하고 평범해 보이는 어떤 표면이다. 이 표면 위를 반 투명한 방울들이 춤추며 지난다. 이것이 작은 물보라를 만들고 때론 서로 합쳐져 큰 방울을 이루는 것을 보며 우리는 물방울을 애니메이션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곧, 드라마가 전개된다. 각자 머리에 작은 왕관을 쓴 남자와 여자 같은 거대한 방울 두 개가 무리 속에서 등장한다. 포동포동하고 출렁이는 폰 로트바르트가 작고 어두운 색깔의 방울 부대와 등장해 둘을 갈라놓기 전까지, 카메라는 함께 춤추는 둘의 주위를 돌고 부드럽게 껴안는 순간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한다. ‘백조의 호수’의 아주 기본적인 서사를 썼지만, 작품은 적대자와 주인공의 물꽃 튀는 사투를 보여준다. 그러나 죽음은 예상 못한 방식으로 닥쳐온다. 오데트가 무대/표면 끝으로 끌려가 불지옥으로 떨어진 것이다. 슬픔에 잠긴 지크프리트는 무너지고 문자 그대로 우리 눈앞에서 증발한다. 득의만만해 보이는 로트바르트 역시 곧 밑에 있는 뜨거운 표면으로 인해 끓어 증기로 변한다.


그제야 우리는 뒤로 빠져나와 인간의 척도에서 사건을 볼 수 있게 된다.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 (양선우 감독은 이후 작 품인 <찰나에서 온 묘로>와 <이코키-로스트>에서 이 캐릭터를 더 발전시킨다.)가 타오르는 둥근 난로 앞의 흔들의자에 앉아 있다. 이제 우리는 표면의 정체를 알았다. 그런데 물 은 어디서 나온 걸까? 양선우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뜻밖의 분위기 전환은 늘 있는 일이다. 아이가 앞으로 숙여 난로에 침을 뱉는다. 새로운 방울이 나타난다. 마음대로 불러낼 수 있는 끊임없는 오락의 원천이다.

 

달시 파켓

Koreanfilm.org 웹사이트 운영자로, 『뉴 코리안 시네마: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저자. 『버라이어티』 통신원을 지냈고 영화잡지 『씨네 21』에 기고한 바 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우디네동아시아영화제 및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2012)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출신으로, 1997년부터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