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시 파켓 리뷰 : 도시

2010 | 6mins 28secs | dir. studio YOG

도시 속의 인간들

스튜디오 요그의 6분 30여 초의 단편 <도시>를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왜 다 누드지?”였다. 그러나 답은 곧 밝혀진다. 음향효과와 몸의 움직임을 통해 우리는 아파트 단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알람을 끄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달걀을 깨고, 마스카라를 칠하고, 하이힐을 신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화면에 는 오직 단순하게 그려진 인물들의 몸만 보인다. 벽도 창문도 바깥의 땅도 보이지 않는 채로, 옷을 벗은 몸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하다.

엘리베이터에 탄 세 사람을 따라 내려가면, 도시의 거리로 나온다. 일제히 앉아서 공중에 떠있는 몸들의 움직임은 버스의 도착을 알 린다. 일곱 개의 객차마다 빼곡히 들어찬 몸이 보여주는 지하철의 풍경은 훨씬 더 극적이다.

한 컷으로 작품 길이의 1/3을 끌어가는 놀라운 장면에서 음악의 애잔함이 더욱 커진다. 처음에는 지하철 조감도 같이, 아주 멀리서 본 객차는 직선처럼 보이지만, 감독들은 도시의 거리부터 멀리 떨어진 고층 건물까지 점점 풍경을 채워간다. 물론 우리에게 보이는 것은 그 안의 사람이다. 창문 청소부가 프레임 안으로 내려오는 순간, 우리는 우리도 역시 고층 빌딩 안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밤이 되면 사람들은 사무실을 비우기 시작하고, 우리는 공중에 떠 서 벗은 몸으로 좌석에 앉아 거리를 달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번 에는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본 지하철 풍경이 언뜻 비치고, 결국엔 바닥에 몸을 누이고 가만히 각자 잠드는 아파트로 돌아온다.


김예영과 김영근 감독의 독특한 시각화와 가장 가까운 아날로그 작품은 무성영화 시대의 “도시 심포니” 일 것이다. 발터 루트만의 <베를린: 대도시 교향곡(1927)>도 비슷하게 아침부터 해 질 녘까지 도시생활의 하루를 보여준다. 이런 초기 영화들은 상대적으로 신기술이었던 영화 카메라를 활용하여 우리의 자연을 기대치 않은 충격적인 시각으로 보게 했다. 동시에 기술과 도시 계획 그리고 근대 도시의 건축 디자인도 만끽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도시>는 도시 안의 인간 요소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건축과 도시 계획이 어떻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지 드러낸다.

낯선 움직임의 패턴으로 묶인 이 모든 몸들의 풍경은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이상하게 느껴지면서도 흥미롭고 눈을 뗄 수가 없다. 도시는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부분들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유기체가 된 것 같다. 도시의 삶에 관한 이 낯선 시각은 완전히 불편하지는 않다. 외려 작품을 보는 각 개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달시 파켓

Koreanfilm.org 웹사이트 운영자로, 『뉴 코리안 시네마: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저자. 『버라이어티』 통신원을 지냈고 영화잡지 『씨네 21』에 기고한 바 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우디네동아시아영화제 및 스페인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2012)에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출신으로, 1997년부터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