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선

이용선 감독의 초기작 <Alone>(2010)과 <기억하려 하다>(2011)는 신기루 같은 이미지로 기억된다. <거대한 태양이 다가온다>(2014)는 강한 빛만큼 짙은 어둠이 이미지의 경계를 흐린다. 작품 속에서 현실과 상상, 과거와 현재는 서로 얽혀 아득하다. <화장실 콩쿨>(2015)과 <반도에 살어리랏다>(2017)는 완전히 다르다. 눈썹을 부릅뜨고 소리치거나 능청스레 비꼬는 선명하고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잔뜩 등장한다. 떨리던 감성에서 격렬한 풍자라니. 영혼이라도 바뀐 게 아닌 한, 같은 사람의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빙의는 아니었다. 숨차게 달려왔지만, 처음부터 호흡이 남달리 길었던 이용선 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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